「그렇기 때문에 어진 사람만이 높은 지위에 있어야 한다. 어질지 않은 자가 높은 지위에 있게 되면, 그 죄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위에 있는 자가 도덕규범이 없으니, 아래에 있는 자들은 법과 제도를 지키지 않고, 조정에 있는 자들이 도덕을 믿지 않으니, 아래의 관리들은 법조차 믿지 않고, 관리들이 도의를 무시하니, 백성들은 법을 무시한다. 이렇게 되고서도 나라가 혹시 망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면, 그것은 정말 요행일 따름이다. (중략) 위에 있는 자가 예의를 모르고, 아래에 있는 자가 법도를 배우지 않으며, 백성을 해치는 자들이 일어나게 된다면, 나라는 하루 아침에도 망해버릴 수가 있다.
‘하늘이 뒤집히려 하는데,
그처럼 수다만 떨고 있지 말지어다.’ 라고 시경에서도 말했다. 수다를 떤다는 것은 곧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임금을 섬기는데 정의가 없고 관직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데에 예가 없으며, 말끝마다 道를 비현실적이라고 헐뜯는 것은 곧 말장난만 하고 있는 것과 같다.」(비봉출판사, 박기봉 역주 『맹자』의 ‘나라 망하는 가장 빠른 방법’ 중에서 그대로 따옴)
백억이 훨씬 넘는 10분의 1이 천억보다야 적지 않느냐며 뻔뻔스럽게 떠들어댈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래도 국민들은 그때(탄핵소추 때)까지만 해도 상지대 모 교수가 씨부렁거린 교통법규 위반 정도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에 동감과 동정을 줬었더랬다. 위에 있는 자(노무현 대통령)가 이러니 그 아래 있던 자(이회창 후보)가 ‘나 잡아갈 테면 잡아가 봐라’하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검찰청에 출두했더랬다. 제 발 저린 도둑이 어찌 강도를 잡을 수가 있었겠는가. 천억의 강도가 백억 도둑의 발목을 요로컴 잡았더랬다.
탄핵 무효가 결정되고 난 이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 열린우리당은 계속 한나라당에게 발목을 붙잡힌 채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누구 잘못일까? 위에서 맹자님이 그러시지 않던가. 위에 있는 자가 도덕규범이 없으니 아랫 것들이 법도 모르고 날뛰게 된다고. 위에 있는 자,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런데 그는 뉘우침은 커녕 뻔뻔치졸의 극을 매일 치닫고 있다.
그가 이럴 수 있는 게 무엇 때문일까? 앞서 말한 상지대 모 교수와 같은 어용들이 있어서다. 노사모와 같은 사람 따라 쫓아가는 부역자가 있어서다. 적어도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교통법규도 잘못이다. 더구나 대통령인데 일반 국민보다 어떤 법규든 잘 지켜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우리 형법상 대통령은 임기 중엔 형법에 준한 법을 어겼어도 처벌하지 않는다 하니 대통령은 이 점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임기가 끝나면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겠노라 하고 새 마음으로 대통령직에 충실하길 바란다.’고 했어야 했다. 이랬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처럼 뻔뻔치졸로 일관하지 않을거라 이 말이다.
그러나 오늘 보니 노무현 대통령은 이젠 뻔뻔치졸을 넘어 빤빤무치하기까지 하다. 얼굴이 두꺼워졌다는 말이다. 지지했던 시민단체의 충고도 받아들이질 않는다. 오히려 웃음 띤 얼굴로 거의 거짓을 유포하고 돌아다니며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거의 거짓 유포는 곧 뒤에서 얘기할 것이다. 무치해져서 이젠 물불을 가리지 못하게 됐다는 말이다. 진심의 충고나 진정어린 충언이 먹혀들어가질 않게 돼버렸다는 말이다.
‘
도덕’이란 단어가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성이나 능력만 보지 도덕성 따위는 문제 삼지 않는다는 말을 요즘 자주 듣는다. 지난 번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에 임명한다할 때도 탈세한 과거(도덕성)나 신문시장교란의 현행법상의 범죄적 행위(역시 도덕성)는 별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더니, 서울대총장 재임시 판공비 과다지출 및 사외이사 겸직, 그리고 장남의 미국국적 취득 등 비도덕성의 장본인인 이기준 교육부총리를 국민들의 우려와 염려는 아랑곳 않고 임명장을 줘 백년지대계의 우리의 교육을 맡기고 말았다. 장남의 미국국적 취득에 대해서는 그건 장남의 문제지 아버지인 이기준 씨 문제가 아니라며 별 요상스런 두둔을 다하며 감싸기에 연연하고 있다. 여기서 물러나면 기싸움에서 진다고 여긴걸까? 할 곳에선 못하고 아주 요상망칙한 곳에서만 기싸움을 벌인다면 이건 깡패와 다를 바가 없다. 아니 깡패도 옛날 같지 않아 요즘 주먹만 가지곤 보스가 되지는 못하는가 보다. 거기도 거기 나름의 도덕이 있다는 말이다. 하물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기준 씨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이랬단다. ‘대학에 있을 때의 의지와 경험을 살려서 대학개혁에 역량을 발휘해 달라’고. 나는 이 말이 이렇게 들렸다. ‘대학에 있을 때의 판공비와 사외이사 겸직으로 돈 챙겼듯이 이 경험을 살려서 국민으로부터 교육비를 엄청 끌어 모아주길 바란다.’라고. 나만 이랬나? 전문성과 추진력을 보았지 도덕성은 문제가 없다는 말을 계속 해대는 참여정부에 열린우리당 의원 누구도 함구하고만 있다.
그 말 많은 유시민 의원은 쏙 빠지고 뭣하고 있는 건지. 제깐엔 꽤 바른 말을 할 줄 아는 정치인으로 알고 있던데 노무현과 같은 생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인가? 이러면 유시민은 그가 그리 욕해대는 한나라당의 정형근으로 취급해도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오늘 어느 포털 사이트에 한 네티즌이 이런 짧은 글을 올렸다. ‘다음 개각이 기대된다. 경제부총리 전두환, 국방부장관 노태우. 도덕성은 따지지 않음. 순전히 그의 능력만 봤음’
그런데 오늘 뉴스에 보니, 임창용 선수를 삼성이 임명할 수 없다며 말한 임용거부이유 속에도 도덕성이란 말이 들어있었다. 들어보자. ‘초일류기업을 추구하는 삼성그룹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어야만 임직원이 될 수 있다. 그룹 경영방침에 어긋나면서까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선수를 영입할 수가 없다’ 이건희를 포함, 삼성의 임원들이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 없다 여부를 따지고 싶진 않다. 따질 가치도 없으니까. 그런데 임창용의 도덕성 문제는 아마도 간통사건(지난 해)이었던 것 같다.
사실, 간통과 선수와는 조금 무관하다. 선수의 사생활이란 말이다. 더구나 그는 야구선수로서 그의 간통이 야구팬들에게 직접적 피해를 준다고는 볼 수가 없다. 이런 운동선수에게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댄다? 좋다. 어쨌든, 임창용 정도 되면 공인이니까 야구팬 중엔 어린아이들도 있을 터이니 도덕의 잣대 들이댄 거 좋다 이거다. 이렇게 인정해주고 나니 이거 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도덕이란 무엇인가? 도덕을 말할 자격이나 있는 자들이 해야 도덕이 살지? 이제라도 도덕성을 따지고 있으니 삼성이 그럼 지금 참여정부보다 훨 낫단 말야? 아님, 삼성이 노무현 엿 먹어라 하고 일개 선수에게 도덕성을 들이댔나? 아니지. 제 처남도 도덕성에 휘말리고 있는 판에. 아니면 처남 매부지간에 무슨 금이라도? 삼성 이건희는 신문은 3등으로 족하다고 했던 사람이었다. 그 정도면 기업하는데 방패막이는 된다는 말 아니던가? 그런데 처남이 이를 거역하고 감히 황제에게 대들어? 뭐 이런 건가? 헷갈리니 도사를 찾게 된다. 나는 문득 도덕의 대가, 도올 선생이 떠올려졌다. 작금의 도덕성 문제를 그자는 뭐라고 할까? 지난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이전 위헌판결에 대해 제 손 빨리 휘둘러 써갈겨댔던 3천만 원짜리 손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지 전공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도 말이 없다? 이건 유시민과 같이 싸잡아 사상이나 정신이 아닌 사람에게만 쫓는다는 부역자 낙인을 그들의 등판에 알록달록 새겨줘야 한다. 한나라당과 같은 치들보다 더 나쁜 놈들이라 이 말이다.
도올에게 하나 가르쳐주마. ‘禮인 것처럼 보이지만 예가 아닌 것, 義인 것처럼 보이지만 의가 아닌 것, 이게 바로 사이비(似而非)다.’ 누가 한 말인 것쯤은 도사라서 잘 알겠지? 바로 너희 같은 이들을 두고 하는 맹자님 말씀이라 이거다. 말이 나왔으니 도올에게 한 마디 더하자. ‘자신은 어두우면서 남들을 밝게 하려 한다’는 말 또한 누가 했던가? 문자를 써주면 알런가? 以其昏昏 使人昭昭. 지금 이 말, 누가 누구에게 하고 있던가? 네 강의를 받던 자가 네 놈에게 되 돌려 하는 말이로다.
다시 노무현 대통령에게로 가 보자.
오늘 중소기업인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었단다. ‘중소기업에 모든 힘을 쏟겠다’ 고. 이번 신년사에선 경제를 최우선으로 살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더니 오늘 드디어 그 옛 습관이 나오고 말았다. 임기 말 중 2만불 소득이 가능하다느니 어쩌구 저쩌구. 뭘 근거로? 우선 따져보자.
임기 중 내내 민생경제가 최악이라고 국민들이 아우성일 때, 노무현은 뭐라 했던가. 실제론 그렇지 않은데 언론이 부추겨 더 주머니를 꽁꽁 묵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면 민생보다 더 문제라고 인식한 개혁은 뭐 하나 제대로 했나?
성매매법? 건드려도 아주 나중에나 건드려야 할 것을 지금 개혁 했다고 자랑이냐? 뭘 한 게 있어, 도대체. 그 사이 이명박 서울시장은 버스노선을 깔고 버스라도 빠르게 했고 땅을 파 청계천이라도 복원하고 있지만 노무현은 도대체 국민을 위해서 뭐 했느냔 말이다. 헛소리만 했을 뿐이지. 헛소리가 아닌가? ‘실제론 경제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언론이 떠드니까...’ 이런 말은 헛소리가 아니고 뭔가.
이제야 민생 경제를 챙기겠다, 중소기업을 모든 것 바쳐 살리겠다고 한다? 형광등도 요즘은 좋아져 그렇게 늦게 켜지는 형광등이 없다. 그 동안 삼성만 그렇게 껴안고 살더니... 두고 보겠다. 재벌들 앞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렸거니 하고 눈 꾹 감고 믿어보려 했다. 그래서 2만 불 시대 운운도 믿어보려 했다. 하지만 계산이 안 나온다. 단 한 가지 계산법에 따르면 가능도 하다. 나의 이런 잔대가리 수준으로야 어찌 나라를 꾸려나가겠느냐만은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전망해 봐도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내놓은 청사진은 요 방법 외엔 달성 불가능, 아니 얼토당토 않은 술수에 불과한 말장난에 다름 아니다 이거다. 요 방법이란?
지금 떨어지고 있는 달러가 더 마구 떨어진다. 떨어져서 1달러에 5백 여원 한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2만 불 시대에 들어서게 된다. 우리는 노무현 덕에 2만 불 시대의 선진국에 진입했다. 이건가? 이게 바로 전두환식 경제성장이다 이 말이다. 전두환이 닮아가나? 자기 노력 없이 외국의 경제붐과 국내 경기소비의 위축으로 빚어진 성장이 아닌 고정을 두고 단지 수치적으로 경제성장을 했다고 주장하는 전두환 식 계산법이라 이거냐 말이다.
앞서 말한 맹자님 말씀을 한번 더 들어보자. ‘하늘은 무너지는데 수다나 떨고 있다’는 말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일까? 그 말뜻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할 뻔뻔치졸, 빤빤무치한 이가 있을 것 같아 맹자님은 더 자세하게 한번 더 설명을 덧붙여주셨다. 수다는 말장난이라고.
수다로 국민을 이젠 현혹하려 하는가? 한번 속은 국민, 같은 정치인에게 또 속지 않는다. 수다를 떨기 전에 행동으로 직접 옮겨라. 수다로 여겨져서 믿음이 가질 않는다. 저 때와 달리 이제는 국민이 발의해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나설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이 든다. 이 예감은 노무현과 그 부역자에겐 불길하겠지만 국민에겐 미래의 희망이 될 게 분명하다.
오동명 작가는 1957년 생으로 경제학을 전공했고 중앙일보 사진기자를 지냈다.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으로서 신문사에 근무할 때 3년에 한 권 꼴로 책을 내겠다는 계획을 직장을 그만 두고 변경했다. 1년에 한 권은 꼭 내겠다고. 별 다른 재주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 약속을 아직까지는 지키고 있다. 2000년엔 <당신기자 맞아> 증보판을, 2001년엔 <신문소 습격사건>을 냈고, 2002년엔 소설<바늘구멍사진기>, 2003년엔 사진취미 책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가 시중에 나와 있다. 2004년엔 여행책 <5만원 2박3일>을 펴냈다.(미디어오늘 작가소개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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