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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좌파 걱정말고 '노빠 우경화' 비판하라
盧 정권 개혁본질은 반개혁, 한나라당과 상생통한 신자유주의 강화일뿐
 
류철원
* 본문은 본지 권순욱 기획국장의 기사 '노무현 지지자들의 열린사고를 기대함'에 대해 폴리티즌(www.politizen.org)의 논객 류철원님이‘'노빠'는 열린사고 아닌 환골탈태 해야“라는 반론의 글의 대해 다시 "진보, 좌파, 노무현대통령을 위한 변명"으로 재반론에 대한 반론입니다.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끌어주신 류철원님에게 감사드리며, 본문에 대한 네티즌 여러분들의 다양한 평가와 참여를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권순욱의 성동격서
 
대자보 권순욱 국장(이하 경칭 생략)의 반론을 봤다. 어차피 수인사는 끝났으니, 나 역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그러나 이런 것은 좀 짚고 넘어가야겠다. 나는 솔직히 권순욱과의 논쟁이 좀 더 건설적이고 희망적인 논쟁이 되었으면 생각했다. 더구나 권순욱이 어줍잖은 나의 반론글에 성실하게 재반론을 하신다는 의지까지 피력해 주셔서, 모처럼 하나마나한 소모전이 아니라 전체 개혁세력의 확장에 대한 좋은 기회가 되겠다고 평가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권순욱의 재반론을 보고 상당 부분 회의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그의 텍스트는 성실하기는 했지만, 논점을 이탈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는 서두부터 그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그가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건 말건 그것을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책임있는 논쟁의 주체라면 논의의 흐름과 줄기는 붙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권순욱이 새롭게 제기한 논점에 대한 나의 입장은 차차 밝히겠다.
 
권순욱은 "(류철원이) 내가 쓴 글에 대한 반론을 통해 노대통령을 비판했으니 응당 나로서는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그의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변명"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어찌해야 할까. 나의 권순욱에 대한 반론글은 "노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이 아니라, 소위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은 열린 사고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 것인데 말이다. 게다가 권순욱의 최초의 문제제기 역시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이 보여주는 닫힌 사고를 경계하자는 글이 아니었던가?
 
내가 반론에서 문제 삼은 것은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의 지향가능성에 대한 회의였으며, 오히려 권순욱을 포함한 "다양한 사고와 이념의 다른 노빠들"이 더욱 개혁과 진보의 길을 다그치는 것만이 노무현 정권의 우경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사실 권순욱이 나의 반론글의 주된 논지를 "노대통령을 비판"한 글이라고 느끼든 말든, 그런 것은 별로 중요치 않다. 그것은 권순욱만의 착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반론글에서 "노대통령을 비판"한 구절이 있기는 하다. 바로 아래와 같은 딱 두 문장이 그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각론없는 말장난을 즐겨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권은 총론 뿐인 개혁을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각론에 있어서는 전혀 개혁적이지 않다.
 
아무튼 딱 저 두 문장을 내 반론글의 전체적인 논지로 이해하고 성실하게 재반론한 권순욱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어쩌면 오만불손하게 느끼실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글 논쟁에 임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논점의 방향성을 이탈하지 않는 것이 첫째라는 점이다. 물론 노무현 정권을 바라보는 평가는 제각각이다. 또 그런 점에 대하여 새로운 주제를 주셨으니, 나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그 부분에 대한 답을 할 차례이다.

하지만 막말로 새로운 주제-노무현 정권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로 글을 쓰면 될 일을 가지고, 굳이 애초의 논점을 임의로 바꾼다면 나나 독자들이 황당해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앞으로 다른 기회에라도 나의 반론에 대한 답을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쌩뚱맞은 '민주노동당 걱정'은 그만 하기를...
 
권순욱은 내가 "노대통령을 비판"한 두 문장을 보고 "류철원에 대한 재반론, 더 나아가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분들게" 대단히 하고픈 말이 많았나 보다. 당연하게 그렇게 해야 하고, 오히려 그런 상호비판을 통하여 질적으로 더욱 성숙하고 풍부한 진보-개혁의 내용성을 채워가야 마땅하다. 더구나 아직도 사회적인 검증과 이해가 부족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발언 기회를 이런 식으로라도 마련한다는 데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차피 상호비판이 시너지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긴요하며, 또한 어슬픈 적당주의를 넘어서 비판의 수위를 높여야 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식이라면 안된다. 권순욱은 "소위 좌파들이야말로 자신들의 이론적 토대와는 달리 뜬구름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 좋다. 그러나 적어도 권순욱의 비판이 효용을 갖기 위해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권순욱은 여타의 노빠들과 마찬가지이다. 그는 "(좌파들은) 민중을 이야기하면서도 민중과 밀착하지 못하"다고 진단하고, 설혹 "그들과 밀착하더라도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더 나아가 권순욱에 따르면 바로 이것이 "한국 좌파의 한계"란다.
 
솔직히 노빠들이 말하는 "원칙과 상식이라는 레토릭"을 설명하며 난데없이 "한국좌파의 한계"를 곁다리 붙이는 것도 이해가 안가지만, 도대체 무엇이 권순욱이 말하고자 하는 "한국좌파의 한계"라는 말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모르겠다. 혹시 위에서 두루뭉실하게 언급한 "민중을 이야기하면서도 민중과 밀착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그 근거의 전부란 말인가?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냥 권숙욱이 말하고 싶은 것처럼 "한국사회에서 원칙과 상식보다 더 큰 진보는 없다고 생각"하면 될 일을 가지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말이다.
 
아무튼 권순욱은 계속해서 소위 "상식과 원칙"이 갖는 효용에 대하여 말을 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우리 사회의 물적토대를 교체하는 데 있어서 출발점이 된다고 믿"는다. 더 나아가 그는 그 출발점을 "국가보안법으로 상징되는 과거의 가치체계를 청소하는 것"에서 찾는다. 아름다운 일이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혹시 권순욱의 생각에 좌파는 노빠들의 레토릭인 <원칙과 상식>을 폄훼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래서 난데없이 "민중과 밀착"하지 못했다고 좌파를 훈계했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의 의도는 철저하게 빗나갔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 더 나가보자.
 
권순욱은 계속해서 노빠경전을 암송한다. 그는 사뭇 진지하게 "소위 좌파세력이 노대통령의 노선에 대한 대안으로 지지를 얻고 있는가"라고 자문하고, "최근 민노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도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가 막힐 일이 있는가. 솔직히 나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지지율 2위 다툼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주관적 분석에는 관심이 없다. 국민적지지 여부는 제 실력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색이 노빠라는 권순욱은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감"의 근원을 고민하기는 커녕, 오히려 쌩뚱맞게 민주노동당 걱정을 해주고 있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게다가 나는 권순욱이 "민노당을 비롯한 좌파진영 역시 현실적합성을 갖춘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가지지 못한 점"에 대하여 지나치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막말로 언제나 "현실적합성"을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의 기득권 세력이었으며, 작금의 국가보안법 위장 폐지 논란에 대한 한나라당과 수구세력의 공격 역시 "현실적합성" 운운이 아닌가 말이다. 제발이지 잠시 뒤에 자신의 발목을 찍을 어정쩡은 하지 말기로 하자. 희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조건없이 철폐시키기는 커녕,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똑같이 "현실적합성"을 말하면서 위장 폐지와 존속을 선동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권순욱의 이상한 '진보놀이'
 
권순욱의 말처럼 "단순히 이념적 잣대를 기준으로는 이런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노대통령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그런 무의미한 시도를 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그의 말처럼 어쩌면 노무현 정권의 등장이 "50년간 지속되어 온 수구냉전 기득권 세력을 몰아내고 범개혁세력이 이 사회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주류의 교체가 구체적이고 각론적인 민중들의 개별적인 삶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 지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권순욱이 자랑스러워 마지 않는 <주류세력의 교체>라는 말이나 <물적토대의 교체>라는 의미부여가 공허하다는 말이다. 막말로 So What?
 
진보주의자는 공허한 레토릭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그 방향성과 구체적인 각론이 중요한 것이다. 권순욱이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하는 개혁은 다소 더디게 보이고, 미진한 부분이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제 갈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유이다. 문제는 진보주의자들이 노무현 정권의 "더디게 보이고 미진한 부분"에 대하여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더디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연대를 할 준비가 충만하다. 그러나 막말로 노무현 정권이 추구한다는 개혁은 더디고 미진한 부분이 있는 진행형이 아니라 개혁을 가장한 개혁본질의 훼손이며, 한나라당과의 선택적 상생을 통한 신자유주의의 강화라는 말이다.
 
계속해서 권순욱은 아직도 배가 고픈가 보다. 그는 "과연 우리 사회는 모든 아젠다를 범개혁세력의 입맛에 맞게 끌고 갈 수 있는 물적 토대는 확보했는가? 한국 사회의 상부구조는 변화했는가?"라고 물으며, 예의 한나라당과 조중동 책임론에 돌입한다. 그는 상부구조라는 고색창연한 개념을 구사하며, 계속해서 "물적토대의 교체"를 말하고 싶은가 보다. 그러나 그의 말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간당간당한 열린우리당 과반의석도 부족하고 남은 3년 동안에 <지배세력의 교체>를 기필코 이루어야 하는 노무현 정권의 현실에 가슴이 조급할 뿐이다. 제발 할 수만 있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엿가락처럼 늘어났으면 좋으련만...
 
아무튼 권순욱은 계속 달린다. 그는 반민중적 정책을 서슴없이 입안하는 열린우리당과 이를 집행하는 노무현 정권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는 "개별적인 정책을 가지고 비판하"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좀 더 큰 틀에서 비판의 칼을 들이대"라고 주문한다. 나아가 그는 예의 진보주의자들을 향하여 "교과서에 나온 이상적이고 좋은 말을 늘어놓기는 쉽지만 그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고 일장훈시를 한다. 그리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살롱좌파"거나 "패션좌파"란다.

과연 왜 권순욱은 최초의 글에서 노빠들의 닫힌 마음을 비판했을까? 결국은 권순욱이 비판했던 대상들과 자신 스스로가 똑같은 소리만 해대는 샴쌍둥이가 아닌가 말이다.
 
여기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라고 요구하는 민주노동당에게 오히려 노동귀족론을 들먹이며 노동4법의 개악을 통하여 물을 먹였던 노무현 정권이 있다. 더러운 이라크 살육전 참전을 결사반대했던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랑스럽게 파병을 강행했던 노무현 정권이 있다. 하지만 이상야릇하게도 권순욱은 이런 개별정책에 대한 비판을 소소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상만 앞세우는 현존하는 좌파보다는 상대적으로 노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진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과연 권순욱은 <비정규직 차별철폐-이라크 파병연장안 반대>라는 가치가 "이상만 앞세우는 패션좌파"의 길거리 패션쇼라고 생각하는가?
 
권순욱의 말처럼 이제 노빠들의 주기도문에는 새로운 내용이 첨가되어야 할 판이다. 바로 <주류세력의 교체>와 <물적토대의 교체>라는 거대담론 말이다. 벌써부터 권숙욱이 새롭게 시도할 "한국에서의 좌와 우를 나누는 기준"과 "진보와 보수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노작이 기대된다. 지금도 남한 사회의 민중들과 대다수 서민들은 생활의 파탄 속에서 엄혹한 겨울을 이겨내고 있지만, 오늘도 저들끼리의 "주류세력 교체"와 난데없이 "좌우를 나누는 기준"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실 님의 성취를 바라마지 않는다.
 
좋은 글을 읽게 해 준 대자보에 감사를 드리면서... 
기사입력: 2004/12/15 [00:1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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