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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는 열린사고 아닌 환골탈태 해야
노무현 정권은 무늬만 개혁, 진정한 지지자라면 '열성노빠' 견인해야
 
류철원
* 본문은 본지 권순욱 기획국장의 기사 '노무현 지지자들의 열린사고를 기대함'에 대해 폴리티즌(www.politizen.org)의 논객 류철원님의 반론입니다. 본문에 대한 네티즌 여러분들의 다양한 평가와 입장을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권순욱님의 문제제기는 효용을 갖는가?
 
권순욱님의 "노무현 지지자들의 열린사고를 기대함"을 읽었다. 사실 이 글을 정독하고 난 느낌은 소소했다. 그저 '아, 비록 뒷북일지나마 마지막 애증의 끈을 놓지 못하는 한 개혁적 지식인의 성찰기 쯤이다'는 느낌 정도였다. 혹시나 이런 나의 표현이 권순욱님 불쾌감을 주었다면 죄송할 따름이다. 그러나 글이란 가감없는 주관성이 전제될 때에만 소통과 논쟁의 단초가 마련된다고 믿기에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그러함에도 권순욱님의 일침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유의미하다. 그것도 전직 <노하우21>의 편집국장에서 '진보와 정론의 인터넷마당'으로 적을 옮긴 분의 글이라는 면에서 더욱 생생하고 무게있게 다가온다. 사실 나를 포함하여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비판적인 사람이 외치는 형식보다, 진영 자체의 내부에서 울려나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가슴에 와닿지 않겠는가 말이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유의미성은 이런 점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권순욱님의 일갈이 별 효용을 갖기는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해는 마시라. 나의 극히 부정적인 예측은 개별적 "노빠"에게 일일히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작동되는 현 정권의 운용기제와 온라인에서 발현되는 총괄적 "노빠"들의 규정적 패러다임에 한정된 것이다. 비록 내가 '한정'이라는 제한적 표현을 썼지만, 정권의 현 담지층과 온라인의 왕좌로 행세하는 두 층위가 보이는 양태들은 남한사회의 제 요소를 움직이는 실질적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권순욱님은 근본주의자를 싫어한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원칙과 이론 이외에 다른 사고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신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이다.
 
하지만 권순욱님은 두 가지를 놓치고 계신 느낌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글을 쓰는 이유 역시 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아니, 오히려 단순히 "근본주의"를 전제로 "노빠"들의 인식구조에 접근하는 권순욱님의 젊잖은 비판은 하품나는 공자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이 핵심적인 두 가지를 하나하나 이야기하도록 하자.
 
얼마 전, 대자보에서 희한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기사제휴를 맺고 있는 폴리티즌의 노사모 비판글이 대자보에 게재되자, 한 반론자가 자신의 신앙고백서를 흔들었던 해프닝이 그것이었다. 사실 어쩌면 그것은 논쟁이라고 불리울 만한 성질의 것도 아니었다. 비록 원글의 글쓴이가 논쟁에 뛰어들지 않고 대리전 성격의 반론이 몇 차례 오가기는 했지만, 그 해프닝은 대자보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의미없는 지면 낭비로 끝났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나는 지금 그 논쟁의 정합성 여부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해프닝은 권순욱님이 지적하고자 하는 유의미한 논쟁거리의 효용성 여부를 체험적으로 대변하기 때문이다. 막말로 논쟁을 가장한 그 해프닝은 철저하게 객관적인 근거와 실체를 분석하고 논파하는 글과 첫사랑의 로망스가 화석화된 간증문이 동등하게 취급된 사례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그 논쟁(?)을 대자보측의 기획의도가 실종된 해프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권순욱님의 노빠 분리 작업
 
나는 솔직히 개연성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모든 노빠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반론에는 답할 의무를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나는 권순욱님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경향성의 화석화를 말하려는 것이고, 나아가 님이 노대통령에게서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을 현재의 위치에서 좀 더 좌측으로 끌어갈려는 의지를 읽었"다는 최후의 미련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어쩌면 이 글 역시 또 다른 해프닝-객관에 대한 주관의 대립-을 야기할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먼저 권순욱님은 대단히 낙관적인 성품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 자신이 비관적인 성정으로 뭉친 사람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일상에서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낙관을 넘어 무사태평이라는 지적까지 듬뿍 받고 있는 사람이다. 아마 무인도에 떨어져서도 가장 최후까지 코를 골며 잘 지낼 사람이 바로 나라는 말이다. 잠시 말이 옆으로 샜다. 아무튼 위에서 내가 권순욱님에게 드렸던 '낙관적'이라는 표현을 '온정적'으로 수정하고 시작하겠다.
 
사실 노사모라고 불리우는 "노빠"들의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랜 연륜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과거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 승리 직후부터 불거진 사안이었으며, 노사모가 갖는 긍정성이 하나하나 흠집이 나는 것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시작된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작 이에 대한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비판이 시작된 것은 참여정부의 출범 이후부터이다. 바로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권의 구체적 정책과 국가운영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시작된 것이다.
 
권순욱님은 소위 "노빠"들에게 열린 사고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님이 문제제기의 대상으로 삼는 "노빠"는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이다. 더 나아가 님은 "다양한 사고와 이념의 다른 노빠들"과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을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대다수 ""다양한 사고와 이념의 다른 노빠들"의 목소리는 개연성의 그물코에 파묻힌 채,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의 존재만이 도처에서 부각되고 있는 현실인데...
 
"안돼요...안...돼요...악...돼요...돼요..."
 
초기 노사모들의 저수지였던 <노하우>가 강력한 당파성을 선명하게 내세우며 <서프라이즈>로 재집결했다. 당시 <서프라이즈>는 가히 무소불위의 성채였으며, 모든 온-오프라인의 화제가 집중된 공간이었다. 일국의 대통령이 창간 1주년 기념사를 보내올 정도로 참여정부의 코드정치는 <서프라이즈>에서 생산되고 걸러졌으며 소비되었다.
 
어느 틈엔가 '옳은 길을 가기에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담론은 하나 둘씩 빠져 나가고 그 빈 자리를 '노무현이 옳기에 지지한다'는 논리적 궤변이 차지하더니, 지금은 혈액형과 접골 수술마저 노무현을 흉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당시 이미 <서프라이즈>의 경향성은 많은 진보적 비판자들에게 이미 '승자의 거만함'만 노출했었다. 가히 언어주체만 다를 뿐 수구들의 진보혐오 어법과 같은 논리가 팽배한 지경이었으며, 권순욱님이 전제하는 공희준의 '쌀롱 진보'라는 표현이나 최근 서영석의 '민노 세균'이라는 인식의 줄기가 끊임없이 유포되었던 시기였다.
 
또한 지금은 생소한 궤변이지만, '기다리면 복이 있나니...'라는 주기도문으로 많은 진보적 비판을 제압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웃기는 표현처럼 '안돼요...안...돼요...악...돼요...돼요...'를 통하여 진보적 담론과 오히려 적대적 투쟁을 서슴치 않는 진영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바로 지금은 그런 립서비스마저도 필요치 않은 공간이 바로 님이 말하는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의 경향성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바로 소위 "노빠"들의 자궁인 <서프라이즈>와 <노하우21>인 것이다.(어쩌면 솔직히 관심이 없어서 <노하우21>에 대한 경향성은 잘 모르겠다. 혹시라도 그렇지 않다면 반론해 주시라.)
 
불량품 생산자는 '리콜'의 유혹을 벗어나야...
 
나는 기본적으로 각론없는 말장난을 즐겨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권은 총론 뿐인 개혁을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각론에 있어서는 전혀 개혁적이지 않다. 바로 그래서 노무현 정권에게 이념시비를 붙이려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각의 헛소리는 짜증스러울 뿐이다. 하물며 사정이 이럴진대, 권순욱님이 노무현에게서 "대한민국을 현재의 위치에서 좀 더 좌측으로 끌어갈려는 의지를 읽었"는지의 여부는 전혀 뜬구름으로 들릴 뿐이다. 모든 것은 정책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해서 권순욱님과 나의 근본적 차별성을 말해야겠다.
 
나는 권순욱님이 문제제기하는 "노빠"들이 노무현 정권을 좀더 좌측으로 견인할 수 있으리라 보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권순욱님 스스로를 포함하여 "다양한 사고와 이념의 다른 노빠들"이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을 향해 내뱉는 황희 정승식 훈계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어쩌면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은 권순욱님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고와 이념의 다른 노빠들"이 양산한 찌꺼기들에 불과하다. 이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소위 노빠 논객이 제공하는 그릇된 궤변을 암송하며 온라인을 방황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제 생산자는 자신이 생산한 상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권순욱님은 이들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을 남한 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가로막는 불량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혹시나 또 다시 한나라당과 조둥동을 운운하며 상대평가하려고 하지 말라. 마약도 해롭지만 본드도 해로운 법이다. 아니, 어쩌면 진정으로 남한 사회가 진보적 의제들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최후의 걸림돌들이 바로 이들일지 모른다.
 
이제 권순욱님의 방식은 전혀 유효하지 않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인식과는 상관없이, 아니 노무현 정권을 추동하기 위해서도 불량품의 배출자들이 나서야 한다. 혹시나 권순욱님처럼 적당한 훈계로 '리콜'에 대한 유혹을 갖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들에게는 권순욱님조차 <노하우21>을 떠난 순간부터 '노무현의 걸림돌'이자 '민노 세균'으로 대접받을 뿐이다. 아닌가?
 
이제 권순욱님에게 필요한 것은 잘못 구워진 도자기를 깨뜨리는 도공의 장인정신과 원칙이다. 바로 님과 같이 질식할 것만 같은 한센병 동굴에서 벗어나온 "다양한 사고와 이념의 다른 노빠들"이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의 동굴에 불을 질러야 한다. 어쩌면 최소한 이것이 결자해지의 출발이다. 그리고 님과 내가 소망하는 그런 가치에 더욱 다가설 수 있는 당면한 과제이다.
 
종양도 도려내야 하지만, 고름 역시 절대로 살이 되지 않는다!! 
기사입력: 2004/12/13 [00:4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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