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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모른체하는 위선의 사회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계덕   기사입력  2004/12/11 [01:52]

경남 밀양에서 41명의 고교생들에 의한 집단 성폭행 사건이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다. 네이버 까페 '밀양연합 전원 강력 처벌 원한다'(http://cafe.naver.com/antimy.cafe)를 비롯해 네티즌들은 오는 11일 토요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처벌을 바라는 촛불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절망과 공포에 떨고 있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곧 졸업하지만 같은 고등학생으로써 수치스럽고 분노했다. 그러나 내가 만약 그 자리에서 그 광경을 보았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질문에 선뜻 답변을 하지 못했다. 내가 만약에 그 자리에 있었다면 친구들을 말렸을까? 내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친구들의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었을까?


2004년 유난히 터진 사건/사고가 많았다. 강남과 특목고를 중심으로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여 학생들을 선발했던 사건, 전라도 광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일어난 수능부정 사건,  경상도 밀양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 등 정말 부끄러운 사건들이 있었던 반면 강의석군의 종교 자유를 위한 단식으로 인해 학교내 종교 자유를 이뤄낸 일, 여.야 정치권 대부분이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하겠다는 데 동의하였고, 극소수 남은 사람들 조차도 1살 낮춘 19세로 선거연령을 하향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일. 청소년 관련 부서를 여성부로 이관하겠다고 논쟁이 벌어진 일, 대통령이 청소년들의 의견을 듣고자 대통령 청소년 특별회의가 개최된 일, 정당사 최초로 청소년 당원과 함께 청소년 위원회를 구성한 민주노동당 청소년 위원회,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많은 교육/학생/청소년 계에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여러 사건들 중에서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 척 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많았다. 고교등급제는 과연 몰랐던 걸까? '우리는 알고 있었다.'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 학원 강사들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끼리만 알고 있었고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침묵하고 있었을 것이다.


수능부정은 어떠한가? 우리는 모르고 있었는가? 수능이 아닌 내신 성적을 위한 시험에서 나는 친구들이 컨닝하는 것을 묵인해준 적이 있다. 앞자리에서 시험을 보는 아이는 칠판에 '메모' 처럼 답을 적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벽에다 답을 써놓는 것을 보고도 묵인했다. 책상에 써놓는 것은 기본이며,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앞자리에 학생에게 답을 적은 쪽지를 보내주거나, 손가락으로 등을 쿡쿡 지르는 것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을 반에 있는 아이들 전원이 짜고 한다는 것이다.


수능 부정사건이 일어났을 때 인터넷 토론방에서는 몇몇 몰지각한 어른들이 전라도와 김대중 前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쏟아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수능 부정, 아니 시험부정이 전라도 광주에서 터지긴 했지만, 사실상 내가 다니는 학교, 내가 다니는 교실, 내 친구들의 부정조차 모른체 하고 있던 나 자신도 방관자이며, 묵인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공범이 되었다는 사실을. 수능부정을 한 친구들이 만약 내 친구들이고, 그것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나는 모른척 했을 것이다.


학교 교사면서 학원 선생님을 데려와 방과후 집단 과외를 시키는 선생님을 알고 있다. 학생을 감정적으로 차별하는 선생님을 알고 있다.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한 학생을 괴롭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묵인하는 방관자들을 알고 있고 나 역시 당하는 친구의 편을 들어주는 용기가 없다.


밀양처럼 집단 성폭행까지는 아니었으나, 옆 학교에 한 여학생의 가슴을 만지고, 치마를 들추며 성희롱 했던 두 명의 학생을 알고 있고,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도 말리지 않았던 수십명의 아이들을 알고 있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옆 반 남자애들이 수원에 있는 집창촌에 단체로 놀러간 사실을 알고 있고,호스트바와 커피숍, 호프집 등 미성년자 출입 및 고용 금지 업소에 취직한 학생들을 알고 있다. 나이트클럽에 학생들을 데려가는 선생님을 알고 있고,우리에게 신분증도 없이 술을 파는 가게를 알고 있으며, 교복을 입었음에도 담배를 파는 가게도 알고 있다. 아이들이 어디에서 담배를 많이 피는지 알고 있으며, 어떤 아이가 바람둥이인지 알고 있고, 그 바람둥이가 또 다른 여자 아이를 울리게 될 것을 알면서도 여자아이에게 아무말도 안해주는 우리들을 알고 있다. 위장취업을 하고 학교를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이 외에도 많은 불법적인 것이 학교와 학생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자행되어지고 있고, 그것을 알고 있으며, 또 그것을 묵인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고,나 역시도 그것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모른척하며 살아 왔다.


내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도 그들이 내가 아는 사람들이 아니고, 내 주변인물들이 아니기에 분노하는 것이지, 그들이 만약 내 주변인물들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당당하게 공개하고, 당당하게 충고하고, 당당하게 처벌을 원했을까? 아마 그러지 못했을 것이고, 그래서 내가 부끄럽다. 위에 내가 알고 있는 내용 중에서 문제가 되는 소지가 되는 친구,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정확히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밝히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을까?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고는 있지만 성폭행은 명백한 범죄이다.특히 이번 밀양연합의 41명이나 되는 청소년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은 엄청난 충격이다.그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아픔을 사회가 씻어내주는 것도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나는 토요일날 7시에 열리는 집회에 참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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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2/11 [01: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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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반이상의억압 2004/12/13 [10:27] 수정 | 삭제
  • 90%이상이 여자가 피해자이고, 미성년이 거의 대부분의 피해자임에도
    주류문화에서는 을 상업화하고,(영화, 누드집 컨셉등) 문제화하기보다는 "즐기는 것"으로 잘못 인식시키고 있는 것 같다.
    여자연예인은 예술인으로 인식되기도 전에 몸매부터 공개(유)해야 하는 문화가 과연 건강한가? 가수, 탤런트, 영화배우등 그들을 "벗기려는" 집단적 시도와 함께 그들을 아티스트로 , 예술혼을 가진 인격체로 존중한 적이 있었는가? 섹스이후 지워버리는 일회성 관계처럼, 벗겨놓고 쉽게 지워버린 소모성 배역으로 치부하지 않았는지?(혹은, 오로지 벗은 댓가로 지존처럼 포장하지는 않았는지)
    가 삼류여서 인권도, 정치도, 사람살이도 다 엉켜있는것이다.
    함께 살아야 할 동반자인 여성을 오로지 쾌락의 도구만으로 인식하는 이상
    절반의 억압을 덮어줄 이상(민주, 정의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 더구나 2004/12/12 [16:58] 수정 | 삭제
  • 담배를 피우고 있는것을 알면서도 나쁜짓을 하고있는것을 알면서도
    자신과 직접적인관계가 없으므로 자신이 이익과 관계가 없으므로 묵인하고 사건이 터져야 부랴 부랴 축소할려고 하는 싸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