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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센터 이데올로기 비판 - 시장경제질서의 시각에 관하여(2)
 
석진욱   기사입력  2002/03/12 [15:42]


  지난 호에 이어 석진욱 논설위원이 자유기업센터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글을 보내왔다. 이번 글은 자유기센터의 재벌 옹호 이데올로기를 분석 및 비판한다.



4. 재벌-진화와 적응의 산물?

일반적으로 자연과학에서 나오는 개념들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 예를들어 "진화와 적응의 산물"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최적의 상태"라는 개념을 머릿속에 유추해 냅니다. 다시말해 자연과학적인 개념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어떤 선입관 혹은 연상작용을 통해 또 다른 개념을 머릿속에 그린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자연과학의 개념들은 상당히 엄밀합니다. 짜증이 날 정도지요. 예를 들어 유클리드 기하학 원론에서만 보더라도 첫장은 이른바 평면기하의 공리로서 알려진 "공리계"로서 이루어져 있지요.

예를 들어 "진화와 적응"의 산물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의 의미는 있지만 절대 그것이 "최적-Optimality"라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진화와 적응의 산물이라는 단어를 내 올때 그러한 산물이 과연 최적, 다시말해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것,(그것이 후생 경제학적 개념이든 기업의 이익 극대화라는 개념이든 간에..)인가 하면 절대적으로 "아니다"라는 것이 옳은 해답입니다.

일반적으로 진화와 적응의 프로세스를 논할 때는 진화와 적응의 프로시져(Procedure)가 안정성을 보장하고 국소적-Locally으로 혹은 대역적-Globbaly으로 최적이라는 확실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면 일반적으로는 국소적으로 Convex 상황에서도 "최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 진화와 적응의 과정은 여러가지가 있게 마련이고 그 중에서 최적상태를 보장할 수 있는 진화와 적응의 과정만이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인정 받는다는 것인데, 그나마, 시대를 관통해 가장 효율적일 수는 없으며 매우 제한적인 시간내에서만 효율적이라고 판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재벌이 진화와 적응의 산물"이라면 그것은 과거의 매우 짧은 기간동안 효율적인 시스템일지언정, 현재 상태에서는 절대로 아니다..라는 것이 옳은 판단인 것입니다.

1987년부터 1990년초 까지 한국은 이른바 단군이래 최대호황이라는 3저호황을 누렸습니다. 이 짧은 기간 중 한국은 경제규모가 두 배나 커질 정도로 엄청난 호황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재벌 시스템의 효율성이 최대로 발휘되던 시기 였습니다. 그러나 3저호황을 엮어내었던 조건들, 저금리, 저유가, 저환율의 조건들이 하나씩 사라지자, 즉, 한국의 원화가 1989년부터 크게 오르고 저유가 기조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한국은 순식간에 다시 거액의 무역적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1994~1995년의 엔고호황, 반도체 호황기를 제외하고는 한국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시말해 한국 재벌 시스템이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은 한국경제의 외생변수 혹은 외적환경이 한국배절들에게 유리했던 80년대 말을 지나면서 부터는 완전히 옛말이라는 것이었지요.

재벌 시스템의비 효율성은 지난 1997년 한국의 금융공황으로 여실히 증명 되었습니다.
또한 1999년 해외 로드쇼 이후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완전히 달라진 경영스타일로부터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재벌 계열사들은 과거의 재벌 계열사간 금융거래 다시말해 상호지급보증과 같은 계열사간 금융지원을 크게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1998년 대비 무려 80%가 줄어들었다는 금융간독원의 통계가 그것을 웅변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이미 재벌 계열사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설사 과거 재벌들을 비난하던 사람들의 이데올로기라도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개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상하게 재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과거의 도그마에 기초한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지요. 세상 참 오래살고 볼 일입니다.

5. 소결론

1회와 2회를 통해 자유기업센터의 이데올로기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이른바 기업의 적응과정 혹은 진화과정에 대한 비판을 행했습니다. 자유기업센터 이데올로기의 근간이 되는 이른바 기업의 적응 혹은 진화과정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에 기초한 비 과학적이며 비 경제학적인 내용이라는 것이 본인의 결론입니다.

어쨌든 자유기업센터도 그들이 그렇게도 "엉터리 경제학"이라고 매도하던 구미의 수리경제학에 바탕을 둔 금융경쟁력이 두려워 "자본 유츌입 통제"를 주장하고 있으니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알 수 있겠지요.


또 하나, 결론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것은 사실, 최적의 상태를 보장하는 진화 혹은 적응과정이라는 것은 순전히 "돌연변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돌연변이라 하면, 자연환경에 맞지 않아  보통은 자연도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현대수학 및, 각종 실험결과는 의외로 일반의 상식과 달리 돌연변이, 다시말해 백색잡음과 같은 일반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며 불편을 준다고 느끼는 "잡음"과 같은 작은 Impact가 유일하게 대역적으로 최적을 보장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유일하게 대역적 최적을 보장하는 유일한 알고리즘으로 알려져 있지요.)

얼핏들어 황당하지만, 그러나 사실은 아주 좋은 예가 있습니다.

1988년 LG전자에서는 3명의 황당한 인간들이 나타났습니다.
회사차원에서 역량집중을 위해 무선통신 및 디지탈 시스템 쪽으로 모든 연구원들의 연구배치를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3명의 연구원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그거 안한다"고 뻗대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었지요... 어쨌든 그 고집불통 3명의 연구원은 회사의 관심 밖에서 거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쨌든 그들의 연구를 계속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LG그룹 특유의 기업문화 덕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것은 바로 "CD-Rom Drive"였습니다.

지금,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LG의 CD Rom Drive 그리고 외산이 판치던 CD-Rom Write계의 일대 가격혁명을 몰고 온 바로 그 제품의 시발점이 연구원 3인의 "반란" 덕택이었습니다.

회사 전체로 본다면 이들 연구원의 반란은 일개 연구원 몇 명의 작은 잡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잡음이 전 세계를 석권하는 제품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지요.

실은, 바로 이같은 특징 때문에 이른바 3차 산업혁명으로 이야기되는 정보통신 혁명이 가능한 것입니다. 정보통신 혁명의 와중에 이제 경제 시스템의 또 다른 화제는 자식경제라는 또 다른 파라다임입니다.

이른바 지식경제란 완전히 "아이디어 싸움"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아이디어란 결국, 기존의 사고체계에서 보면 황당한 과연 될까? 하는 의구심을 낳는 그런 것이 바탕이 되지요. 그래서 이러한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를 흔히들 "벤처 사업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미국의 장기호황 이제는 마라톤 호황이라고 불리는 이 호황은 자유로운 생각에 바탕을 둔 벤처산업계에 의해 밑 받침 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미국의 제조업 지수 상승의 거의 대부분을 이들 IT관련 벤처 업계가 이끌었기 때문이지요.

기존 대기업에서 보게 되면 이는 회사의 조직을 파괴하는 잡음정도일 뿐인 회사조직이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호황을 이끈 셈입니다.

한국도 이 변화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대 기업을 이끌어온 유수 재벌의 인재들이 마구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한다고 난리를 치는 변화의 가운데에 있으니까요...

(다음에는 자유기업센터 비판의 마지막으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파라다임 건설과 대안에 대하여 논하겠습니다.)

* 본 글은 대자보 29호(1999.12.29)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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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3/12 [15: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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