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정보] 지금 민주노동당 게시판에서는 무슨 일이?
 
조형진   기사입력  2002/02/08 [19:19]

온라인 게시판과 삭제, 필요악인가. 쫓고 쫓기는 관계인가?

이따금 인터넷 신문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기적으로 터져나오는 이슈가 있다. 그런 이슈들 중 상투적인 것들이 뭔고 하면, '무슨무슨 사이트에서 게시물 무단 삭제로 논란...' 등의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나오게 마련이다. 이것은 비단 노동조합, 정당, 시민사회단체나 기업, 법인이 운영하는 게시판에서만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다. 꽤 규모가 큰 커뮤니티 사이트의 동호회에서도 이런 일들은 늘 일어날 수 있다. 신기하게도 그럴 때마다 쟁점화되는 부분은 몇 가지의 고정적 레퍼토리로 요약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첫째 게시판에서의 자체 정화기능을 믿고 완전 무삭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과,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삭제 기준은 필요하지 않느냐는 다소 중도적 시각이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주로 삭제의 빌미가 되는 글들을 올리는 사람들이 (사이트나 동호회의) 비회원들이 많으므로 아예 어느정도 검증된(?) 사람들만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회원제 로그인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요즈음 각 대학 사이트들의 자유 게시판들을 보면, 쓰기 기능이 제한되어 있는 곳이 많다. 해당 학교 재학생이나 졸업생, 혹은 교직원이 아니면 쓸 수 없고 볼 수만 있게 되어 있다. 게다가 아주 유별난 대학들은 아예 글을 쓰면 옆에 덜렁 실명이 뜨도록 되어 있는 곳도 있으며 내가 아는 모 대학은 실명이 아니라 아예 학번과 실명이 같이 뜨도록 되어 있는 곳도 있다. 이는 학교당국에 대한 비판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지만, 학생들 중에도 의외로 '그래도 욕지거리나 인신공격, 싸움질로 게시판이 난장판이 되는 것 보다는 차라리 평범한 내용들이 올라오는 게시판이 낫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왜냐! 쓰기 기능이 제한되어 있지 않은 학교 사이트에서 허구언날 벌어지는 싸움의 레퍼토리가 '니네 학교 무슨과가 우리 학교 무슨과보다 커트라인이 높네 낮네' 아니면 '우리학교는 사법고시에 몇 명 합격했는데 너네학교는 몇 명밖에 못했으니 너네가 우리보다 뒤떨어지네' 류의 아이들이나 할법한 패싸움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싸움이 벌어지면  싸움의 원인을 찾아 없애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격앙된 의견들이 게시판을 도배질하게 마련이므로 아예 토론이니 합의니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졸업할 때 즈음 모교의 게시판에서도 로그인 도입에 대해 격론이 벌어졌었는데, 나는 누구나 글을 쓸 수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렇게 되어 나타나는 욕설 도배 등의 부작용은 이용자들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겠지만, 로그인 방식으로 될 경우에는 자기검열 효과로 게시판이 침체되는 것 보다는 나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내가 졸업한 후, 학교 게시판은 로그인제로(그것도 졸업생은 글을 쓸 수 없는) 바뀌었고 게시판은 침체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후, 민주노동당이라는 한 진보정당의 사이트 자료실에 '구국의 소리'라는 짜증나는(내용뿐만 아니라 도배라는 형식으로 글을 올리는 방식) 문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도배를 하는 방식이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데다, 내용조차도 어느 정도 깊이있는 내용이 아닌, '김정일 위원장 만세!'류의 일방적인 홍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용이야 뻔한 것이니 이용자들에게 외면받고 말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게시판에서 이용자들 사이에 이 문건을 삭제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은 이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 논쟁의 와중에 이용자들끼리 인신공격이 벌어져 게시판이 혼란스러워졌다는 점인데 이러한 인신공격 등에 대해 어느정도의 제제를 가하려고 하면 '자료실의 저 쓰레기같은 글들이나 지우고서 제제를 가해라!' 또는 블루리본 운동을 언급하며 '자료실의 문건과 인신공격과는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라는 두 가지 담론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버린다는 것이다. 즉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할지 상당히 곤혹스러워지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굳이 블루리본까지 갈 필요도 없다. 나의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저 '구국의 소리'를 절대 삭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감정은 삭제 쪽으로 쏠리는 것이 사실이니까. 칼 포퍼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자유를 보장한다'는 말, 홍세화 선생님의 '엥똘레랑스는 똘레랑스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 등이 떠오르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폭탄 세례를 퍼붓던 때 레리 플린트가 운영하는 허슬러 계열 방송사에서 아프간 전쟁 취재를 하려는 것을 미군 당국이 방해를 했다며 소송을 냈다고 한다. 예전에 레리 플린트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았는데, 거기서의 레리 플린트는 자기 같은 쓰레기의 표현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시민들의 자유가 보장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걸로 기억된다.

여기서 난데없이 레리 플린트를 떠올리는 이유는, 민주노동당 게시판에서 육두문자를 써가며, 혹은 일반 대중들의 눈을 생각하라며 구국의 소리(또는 주사파)를 씹어대는 사람들이 그 도가 지나친 육두문자를 삭제하겠다고 하면 표현의 자유가 어쩌고 블루 리본이 어쩌고 하며 나발 불어대는 우스운 꼴이 레리 플린트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너네들은 진보정당이니 삭제기준이나 게시판 운영 원칙들이 보수주의자들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주의자들의 그 기준(구국의 소리 같은 문건류의 글을 삭제해야 한다는)을 강요하는 레리 플린트들...

그러나, 이런 레리 플린트들은 운영자를 짜증나게 하긴 하지만 최소한 비겁하지는 않다. 정작 레리 플린트들 보다도 나쁜 부류들은 민주노동당의 자료실을 무단 점거하고 그 무단 점거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구국의 소리'이다. 이런 자들이야말로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을 악용하여 정권을 장악한 나치 일당과 흡사하다. 그들이 최소한 'PDF 주간지 <6.15주간>은 전국연합 홈페이지 각종자료게시판과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기타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저들의 조직과 이 사이트와의 연계성을 풍기려는 문구를 넣지만 않았더라도... 자유게시판의 욕설보다 저들의 저 교활함이 과연 '사상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일지...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이다. 우리도 저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최소한의 규제 담론이 '필요악'으로 존재할 수밖엔 없는 것인지... 칼 포퍼의 말이 다시 한번 나의 뇌리를 맴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필요악'은 반드시 최소한으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필요악'이 구조화될 경우 저 뻔뻔한 훌리건들에게 좋은 빌미를 제공할 뿐이기 때문이다.

** 필자 조형진씨는 민주노동당 정보통신부 차장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2/02/08 [19:1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박운석 2007/07/01 [16:08] 수정 | 삭제
  • 그러니까 뭐라말씀드리기는그렇치만 지금까지 각 당에서나오신예비후보덜 께서 많은정책을 내놓으시지만 그러한것들은 기본이요 다말할수있는것들이다 지금은뫃은것이 자동차나 건설이나 포아상태이다 그러니까 사람이살기가힘들어졌다 그런말입니다 앞으로는 자연을옛날노 돌려놓치앟으면 절때사람이살수없다는것을 강조해야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