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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의 미래, 인간복제 VS. 경제논리
인간의 존엄성 파괴인가? 질병치료를 위한 필요악인가
 
예병일   기사입력  2003/02/07 [18:02]
1997년 2월 네이쳐(Nature)誌에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윌머트는 돌리의 탄생 이후 개최된 영국 하원 청문회에서 "우량가축을 공장에서와 같이 대량 생산하여 인류에게 요구되는 영양분을 지닌 식량을 공급하고, 질병치료에 이용될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대답으로 돌리의 탄생에 대한 자신의 연구목적을 이야기했다. 뒤이어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간 복제를 금지하는 구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발표로 인류를 위한 동물 복제는 허용하더라도 인간 그 자체를 복제하는 일은 피해야한다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실제로 생명 복제 기술의 발전은 의약품 개발, 장기이식, 질병 연구, 식량난 해결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너무나도 유용한 기술일 뿐 아니라 멸종 단계에 들어가 있는 생명체나 종족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국의 트랜스제닉 젠자임Trangenic Genzyme사에서는 사람의 혈액응고 억제 단백질을 함유한 염소를 생산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윌머트와 캠벨에게 연구비를 제공했던 PPL Therapeutics(PPL은 pharmaceutical protein limited의 약자임)사에서는 신생아에게 필요한 아미노산이 포함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젖소를 개발하였고, 또 영국과 일본에서는 돼지를 이용하여 장기이식 수술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심장이나 콩팥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PPL사의 홈페이지(www.ppl-therapeutics.com)에는 현재 그 회사에서 진행중인 연구가 소개되어 있다. 그 중 한가지만 소개하면 알파-1-항트립신 alpha-1-antitrypsin을 대량 생산하여 낭포성 섬유종과 같은 만성 폐질환을 치료하려는 연구를 진행하여 임상 시험중이라는 안내를 볼 수 있는데 이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PPL사는 1996년부터 뉴질랜드 정부의 허락하에 유전자가 변형된 양을 100마리 기른 바 있으며, 1999년 3월부터는 10,000마리까지 길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수많은 연구팀에서 생명체 복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 예로 대체장기 생산을 위해 형질이 전환된 돼지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회사로는 미국의 넥스트란Nextrans, 영국의 임뮤트란(Imutran) 및 PPL사 등이다.

  한국에서도 1995년 서울대 수의학과의 황우석 교수팀이 수정란의 핵을 미수정란에 이식하여 수퍼 젖소를 만들어낸 것을 시작으로 고급육을 생산할 수 있는 송아지를 복제하여 생산하였으며, 생명공학 연구소의 이경광 유욱준 박사팀은 동물복제 기술로 사람의 유전자를 이식하여 모유성분을 함유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젖소 보람이를 1998년에 개발하였다. 뒤이어 백혈구 증식 인자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토종 흑염소 메디를 개발하였으며, 최근에는 육질이 우수한 한우를 복제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인간에게 더 유익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

  복제에 대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매스컴에 그 이름이 오르내리는 영국의 PPL사와 미국의 Advanced Cell Technology(ACT)사는 경쟁적으로 복제 연구에 매달리고 있으며, 이 두 회사를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장차 기대되는 조직 공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직 공학이란 인체의 특정 부위만을 복제하는 방법으로서 앞으로 다리를 다친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다리를 복제하여 이식하고, 청음기관이 파괴되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파괴된 부위만을 복제하여 이식시켜 주는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해질 때를 대비하여 누가 먼저 상업화에 성공하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쥐게 될 것인지에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복제 기술을 응용하여 수익성 높은 생명공학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제기되고 있는 것은 질병으로 못쓰게 된 인체 장기를 기능이 가능한 동물장기로 대체하는 방법, 어떤 세포로나 분화할 수 있는 분화가 덜 된 상태에 있는 간세포를 이용하여 원하는 상태로 분화된 세포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생체조직과 아주 유사한 합성소재를 이용하여 조직이나 장기를 만드는 조직공학 방법 등으로 최근에는 이 분야의 발전이 현저히 이루어져 이미 일부 세포나 조직은 의학에 이용될 준비를 갖추어가고 있는 상황이며, 체세포 복제기술을 비롯한 복제 관련 기술의 발전은 미래의 의학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연구들은 성인의 생명체 자체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상속의 인간 복제와 다를 뿐, 인간이나 동물이 가진 유전 정보의 일부를 복제하여 인위적으로 얻어낸다는 점에서는 넓은 뜻으로 인간 복제에 해당하는 것이다.

  생명체 복제 연구가 인간 사회를 질병없는 사회로 이끌 것인지,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릴 것인지 예견하기는 무척 힘들지만 복제 연구를 통해 대체 장기 개발과 같은 질병치료에 도움될 만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배아 복제가 허용되어야 한다.

  생명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인간의 경우 정자와 난자가 수정을 하여 착상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수정된 세포는 숫자가 불어나다가 어느 시기가 지나면 각각의 세포가 특정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조직이나 기관으로 발전하게 된다. 배아 세포란 이러한 발생과정의 초반기에 나타나는 세포로서 장차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발전할 지 모르는 세포이다. 참고로 간세포란 어떤 세포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배아 세포를 가리킨다.

  배아 세포 복제 연구를 허용한다면 배아로부터 특정 장기를 발생시키는 과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것이고, 그러면 앞으로 인간의 배아로부터 얻어진 인공 장기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질병으로 기능이 감퇴하였거나 파괴된 인간의 장기들을 무한정 복제하여 이식하는 것이 가능해지므로 질병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계산할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아 복제의 허용은 한편으로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생명의 한계선에 한발 다가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찾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호기심은 배아 복제 연구로 끝날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음 단계의 연구를 추구할 것이 명약관화하므로 섣불리 허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돌리의 탄생 이후 인간 복제 연구의 허용여부가 논의될 때마다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개체 복제는 허용되지 않더라도 배아 복제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종교 윤리 철학계 등에서는 인간의 존엄성 파괴와 같은 다가올 위험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배아 복제를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 온 바 있다.

  그러던 중 돌리의 탄생국인 영국에서는 2000년 8월 16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하겠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생명체 복제 연구의 대상이 드디어 인간 복제 연구로 옮겨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되었다. 영국정부는 인간복제 허용 법안을 작성하여 금년 말경 의회에서 자유투표를 통해 확정하겠다고 했으며, 이와 같은 발표는 영국 종교단체의 즉각적인 반대성명을 야기시켰음은 물론, 교황청에서도 <인간 배아세포를 복제하거나 죽이는 모든 종류의 실험에 반대한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다시 한 번 배아복제 허용여부에 대한 논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전망이다.

  한편 2000년 8월 23일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미국 정부가 연방 연구비를 인간 배아세포 연구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라는 보도를 했다. 지난 1997년 돌리의 탄생이 보도된 직후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인간 복제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금지시키고, 인간복제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규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3년만의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로부터 2년 이상이 지난 지금 지난 1월에 교황이 배아복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낸 것을 비롯하여 윤리, 철학, 종교계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 등 생명과학 선진국에서는 위에 기술한 것과 같이 배아복제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강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지난 1월 국회에서 인간복제 금지법을 이법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배아복제를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내용이 2월 2일자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아무래도 인간복제에 대한 초기의 전면금지 분위기가 서서히 배아복제는 허용하는 것이 대세라는 쪽으로 바뀌어 가는 듯하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생명과학 선진국에서 먼저 일어났으며, 인공장기 생성을 위해 가장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는 회사들이 영국의 PPL사와 미국의 ACT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에 따라 국가경제에 미치게 될 영향이 배아 복제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데 일조하였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실제로 2001년도에 미국이 생명과학 연구에 공적으로 투자한 비용은 30조가 넘으며, 그 중 생명체 복제연구에 투자된 액수도 매년 증가되어 가고 있다. ACT와 같은 기업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니 이 많은 돈을 왜 투자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결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는 일에 나서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인공장기 개발과 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언젠가는 태어날 것이 분명한 현시점에서 배아복제를 금지하는 국가만 손해볼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2000년 8월 30일, 마리아 산부인과 박세필 박사팀이 5년이 지난 수정란을 녹여 50일간 간세포 상태로 배양함으로써 동결세포를 이용한 간세포 배양기술 확립에 성공하여 폐기처분될 배아로도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배아 연구에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윤리적 문제에서 한 발 비껴나갈 수 있게 되었고, 이제부터 간세포로부터 원하는 장기로 발생할 수 있는 세포만을 골라서 배양하는 기술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배아 세포 복제허용은 곧바로 인공장기 생산 연구로 이어질 것이며, 신장, 간장 등의 생산에 큰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도 인공 뇌 생산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고, 따라서 배아 복제를 허용하더라도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되므로 배아 복제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1970년대 이후 유전자 조작과 인공수정에 대한 학문적 성과가 발표되었을 때도 여러 가지 논리로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강했지만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이를 반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듯이 현재는 배아복제가 찬반 양론에 휩싸여 있기는 하지만 복제에 대한 내용이 과학과 윤리. 철학. 종교의 문제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문제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앞으로는 허용쪽으로 방향이 바뀔 것으로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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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은 독자기고입니다. 본문에 대한 반론을 환영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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