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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명분으로 '북한 인민의 인권' 옥죌건가
[논평] 북한 '인민'의 입장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인권하루소식   기사입력  2003/04/22 [00:52]
유엔인권위가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렇게 북한이 심각한 인권침해국으로 낙인찍힘에 따라 향후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력도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번 결의안이 지적하고  있는 인권문제가 북한 사회에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 정부가 이번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유럽연합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 '인민'의  인권 수준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을 국제사회가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방적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결의안이 채택된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혹과 향후 이 결의안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염려 역시 저버릴 수 없다.

유엔이 자국의 국익만을 우선시하는 강대국들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그들만의 외교 각축장으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인권기준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던 유엔인권위가 매우 '정치적'인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다른 여타의 유엔기구들과 마찬가지로 정치 수단화되어 가고 있음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인권위가 개막된 지 불과 며칠 되지 않아 미국의 불법적  이라크 침략이 개시되었음에도 이 문제를 공식적 논의 안건으로조차 상정하지 않았던 유엔인권위가  유독 북한 인권 결의안만은 기필코 통과시키는 것을 보며, 과연  북한정부는 물론 세계시민들이 이 결의안을 '숭고한' 문서로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라크가 미국에 의해 불법  점령되고 전쟁의 먹구름이 다시  한반도를 드리우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의 북한 침략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는  문서가 채택된 것은 커다란 우려를 자아낸다. 그동안 '악의 축' 운운하며 대북 압박을 가해왔던 미국이 이 결의안을 내세워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이라크전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미국이 또다시  '해방군'을 자처하며 한반도를  피의 전장으로 만들지 말라는 법이 과연 있겠는가.

나아가 우리는 이번 결의안이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과  같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나 '전쟁의 공포'와 같은  자결권과 평화권에 대해서는  애써 구체적 언급을  회피하면서 시민·정치적 권리 상황만을 부각시키는, 서구사회의 편향된 인권 시각을 드러내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안고 있는 식량·에너지 난,  그리고 전쟁의 공포가 북한정부로 하여금 더더욱 체제 수호에 매달리게끔 만들고 그에 따라  시민·정치적 권리 상황도 악화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의 지속적인 봉쇄정책이 북한 인민들이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당하는 상황에 놓이게끔 하는 데 기여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유니세프에 의하면 7만  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아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식량과 에너지를  대북 압박의 협상 수단으로 삼아온 서구국가들이 북한 인민을 더욱더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길을 택한 것은 '인권을 명분으로 인권을 옥죄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이번 결의안 채택의 숨은 공로자 가운데 하나인  국내 일부 북한인권단체들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인권단체'임을 자처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해 왔다. 또 이들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는 정치적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 인권을 특정한 목적을 겨냥한 정치의 종속물로 전락시키는 단체를 어찌 인권단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진정 그들이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을 원한다면 '정치가 아닌 인권의 원칙'에  충실해야 할 것이며, 인권 운운하며 이득을 챙기려는 자들의 입장이 아니라 북한  '인민'의 입장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인권하루소식 2003년 4월 19일(2319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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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4/22 [00: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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