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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이제는 외국인에 한국말을 가르치자
 
이대로   기사입력  2003/01/07 [17:52]
요즘 한국 사람들은 외국어, 특히 영어 공부에 목숨을 건다고 할 정도로 매달리고 있다. 월급을 받아서 생활비보다도 자식들 영어 학원비와 영어교재 값 등 외국어 교육비에 더 쓰는 집이 많다. 아예 빚을 내어 외국으로 영어 연수와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중국어 공부도 그 다음으로 열심이다. 애들만 외국어 공부에 열심인 게 아니라 부모도 함께 하는 집도 있다. 외국어 공부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외국어 공부만 열심이어서 문제가 많다.

서울 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도 꼭 우리가 영어나 외국말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인이 영어나 외국말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대단히 부끄럽게 생각하고 죄의식까지 느낄 정도다.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외국인이 한국말을 잘하면 이상하고 신기하게 생각한다. 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외교통상부에서 미국에 우리 대사를 보낼 때는 미국말을 잘 하는 사람을 뽑고, 일본에 우리 대사를 보낼 때는 일본말을 잘 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길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주재하기 위해 오는 외국 대사는 우리말을 잘 하는 사람이 와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미국이나 일본의 대사가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나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로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지금부터 14년 전 중국과 우리가 국교가 재개되었을 때 중국의 초대 대사가 우리 방송에 나와 말을 하는데 한국말을 한국 사람처럼 잘 해서 이웃집 아저씨로 보일 정도였다. 그 때 헝가리, 폴란드 등 공산권 나라의 대사들이 우리말을 모두 잘 하는 것을 보고 반가웠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북한이 외국인들을 잘 길들인 탓인지 모르나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근래에 방송에 나온 중국 대사는 한국말이 아닌 중국말을 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스스로 제 나라 말을 우습게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스로 자기를 없이 여기니 남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제나라 말부터 잘 하고 외국말도 잘하던가 제 나라 말도 똑같이 열심히 공부하자. 우리말을 잘 다듬고 가꾸고 우리부터 우리말을 바르게 쓰자. 외국인들이 읽을 좋은 책도 많이 만들고 배워갈 문화도 개발하고 발전시키자.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한국말을 얼마나 잘하나 측정해 자격증도 주자. 우리도 외국어를 배우지만 외국인도 우리말을 배우게 하자.

요즘 우리도 다른 나라에 많이 가지만 다른 나라 사람도 우리나라에 많이 온다. 필리핀, 베트남, 몽고, 중국 동포 들 외국인들이 돈벌기 위해 많이 온다. 그들에게 우리말과 아리랑 같은 우리 노래와 문화를 가르치자. 산업 연수생이나 노동자가 들어올 때, 또는 더 오래 있고 싶어할 때 우리말을 잘 하는 사람을 우대하자.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울 기회와 교재를 많이 만들고 정책 지원을 하자. 우리말을 못하는 외국 대사보다 잘 하는 외국 대사를 반기자. 우리말을 힘센 말로 만들 좋은 기회다. .

우리 나라 공무원이나 정치인이나 선생님이나 교수도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쓰는 사람을 뽑고 더 알아주자.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언론인과 언론기관과 회사를 더 알아주고 그렇지 않은 곳은 멀리하자. 우리끼리도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우리말로 바르게 말하자. 분명히 우리나라 학자요 언론인인데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글을 썼는지 알아보기 힘들어선 안 된다. 쓸데없이 광고문과 상품이름에 외국말 섞어 쓰지 말자. 그래서 외국인들이 깨끗한 우리말을 배우고 쓰기 쉬운 환경을 만들자.    

그래야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되고 세계화 시대에 살아 남는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정책을 만들고 철저히 시행하길 바란다. 제 나라 말이 살아야 제 나라 정신이 살고 나라 정신이 살아야 나라가 튼튼해진다. 이 일은 그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고 나랏일의 기초요 기본임을 알라. 그 일이 바로 풀릴 때 남북문제나 미국과 일본 관계들도 잘 풀린다. / 본지 고문

* 필자는 우리말글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이자 한글인터넷주소추진 총연합회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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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1/07 [17: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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