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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에 절 근처에서 보신탕을 먹다
불경을 외는 스님과 강아지를 생각하면서
 
김철관
찜통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일 초복에 이은 찜통더위는 30일 중복과 8월9일 말복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초복부터 말복으로 이어지는 무더위를 누가 '삼복더위'라고 일컬었나.

어쨌든 지난 30일 오전 몇 분의 지인들과 서울을 출발해 의정부방향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개고기 맛이 좋다고 소문난 밤골 마을에 도착했다. 중복인 까닭으로 지인들과 함께 개고기로 더위를 시키려고 이곳을 찾았다. 밤골은 서울에서 30분 거리의 의정부 장암동에 위치한 수락산 입구에 있는 동네다.

 바로 인근에 '쌍암사'라는 절이 있다. 절(스님)과 개고기는 어울리지 않는 상극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 스님이 금기시한 살생한 개고기를 잡아먹는 곳이 인근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스님들의 불쾌지수를 한층 높인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날 절 인근 식당은 개고기 수육과 탕을 먹으며 더위를 시키는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북새통을 이뤘다고 해야 할까. 수락산 기슭에서 흘러 내려온 개울가의 시원한 물줄기를 벗삼아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남자는 정력에, 여자는 미용에 좋다는 산딸기로 만든 복분자주를, 개고기 안주 삼아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들이 왠지 확연히 눈에 띄었다. 사실 적색 복분자주가 맛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은 '공주집'은 밤골 동네 가장 위쪽에 위치한 식당으로 모터펌프를 이용한 작은 인공폭포까지 설치된 데다가 진녹색으로 수놓은 숲과 나무가 어우러져 안락한 경관을 자랑했다.

 잔잔한 개울을 끼고 버드나무 그늘아래 준비된 긴 술상은 함께 간 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듯했다. 이날 '공주집'은 가족과 친지, 동료들이 그룹을 지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점심때를 전후에 손님들이 몰고 온 승용차가 식당 앞마당을 가득 채웠다.

개고기를 찢어 수육과 탕을 만드는 종업원 조선족 아주머니의 손놀림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이곳 저곳 손님을 접대하느라 정신없이 발길을 재촉한 한 아주머니 얼굴이 빨갛게 타오르는 모습도 엿보였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잔잔한 미소를 잊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조선족 아주머니의 등허리는 어느새 비지땀으로 흠뻑 얼룩지기도 했다.

 개고기를 안주 삼아 소주를 먹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 화투를 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개울 속에 발을 담그고 술을 마시는 사람, 물장난을 하는 순진한 이이들 등 여러 진풍경이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서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아이스크림 장사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대목을 만난 듯 했다. 어깨에 아이스크림 통을 메고 '시원한 아이스케기'를 연발 외치는 아저씨의 표정이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시중에서 500원에 살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1000원에 팔았다. 하지만 이날 찜통더위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손님들을 유혹하기에는 충분했다. 아이스크림은 불티나게 팔렸다. 아무리 봐도 아저씨는 이날 한몫 챙긴 날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함께 간 지인들도 개고기 수육과 복분자주를 즐겨 마셨다. 개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닭도리탕도 시켰다. 찜통더위에 술이 얼큰해지면서 폭리를 취한 아이스크림도 자연스럽게 먹게됐다. 빼놓을 수 없는 고스톱 화투놀이도 시작됐다. 화투놀이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개고기와 복부자주를 즐겨 마셨다.

이날 '공주집'은 계속 손님들이 줄을 이었고 손님들이 많이 찾는 만큼 장작불로 개고기를 삼는 식당 주인 아저씨의 몸놀림도 바쁘게 돌아갔다.

이 모습을 보면서 왠지 개가 불쌍해 보였다. 한쪽에서는 개고기를 먹고 흥이 난 모습을, 한쪽에서는 불경을 외우는 스님들의 모습을, 서울로 향한 승용차에서 잠시 상상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스님들을 볼 면목이 생기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중복을 보냈다.
기사입력: 2004/07/31 [19:2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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