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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앵커 여중생 시위 관련 발언 파문
미군 영내 쇠사슬 시위 대학생들 보고 부끄럽다.
 
안형석   기사입력  2002/11/28 [16:26]
미군 장갑차에 의해 여중생이 압사한 사건이 무죄선고를 받자 이의 항의 시위를 보도한 공중파 방송의 여성앵커의 멘트가 시청자들 사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파문의 시작은 KBS2-TV의 뉴스8 여성앵커 황정민씨의 '참 부끄럽습니다'라는 멘트다.

26일 8시 뉴스 진행 중 황정민 앵커는 여중생 사망 사고의 무죄를 선고한 이후 대학생들이 쇠사슬로 몸을 묶고 미군영내로 진입해 들어가는 등 기자의 리포터를 본 후 "보기가 참 부끄럽습니다"라고 멘트했다.

그러나 그 시간 뉴스를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고 기자도 식사 도중 뉴스를 보며 한동안 할 말을 잃어야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뜻이 아니다(우리의 현실이 부끄러울 정도로 안타깝다·국가가 미국에 힘 한번 못쓰고 대학생들이 나서서 시위를 벌여야 하는 현실이 부끄럽다,, 등등)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멘트가 주는 강한 어감은 지울 수 없었다.

시청자들의 질타 또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27일 현재 KBS의 게시판에는 대강 세어도 수 천건이 넘는 항의 글들과 리뷰가 띄워져 있다.
 
▲ KBS의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황정민 앵커의 멘트에 대한 수천건의 항의 글이 올려져 있다.     출처: KBS 홈페이지
 
한 글쓴이는 "아무리 생방송이라 하지만 방송 10년차의 아나운서가 그것도 뉴스만을 전문으로 그 시간대 방송을 담당해온 아나운서의 순간 실수라고 하기엔..."이라며 "안타깝다라는 말과 보기가 부끄럽다는 말은 엄연히 뜻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kissus라고 밝힌 시청자는 게시판에서 "현 분위기상 그런말을 한다면 다른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숨은 속뜻도 중요하지만 그것까지 알아보길 바라는건 억지다"며 황정민씨를 질타하고 있다.

더욱이  '시청료 거부'라는 ID의 시청자는 "자신감이 넘쳐 오만방자하기까지 하더니 이젠 눈에 보이는게 없네요. 자신감이 넘치니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줄 알고 케비에스에서 떠나요"라는 개인적 공격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그러나 황정민 앵커를 이해한다는 게시글도 종종 눈에 띈다.
한 시청자는 "우리나라 여중생 사건과 관련해 깨어있는 젊은이들의 행동이 비록 정당한 절차나 방법을 걸친것은 아니지만.. 그 시위를 수습하는 경찰인지 전경인지(?) 모습이 미국인들 앞에 너무 부끄럽게 보였기 때문에 그런 멘트를 했을 것이다"라고 황정민 앵커를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글 역시 수 십개의 리뷰를 기록하며 분노한 시청자들로부터 역공 당하고 있다.

대체로 게시판의 글을 종합해 보면 황정민 앵커의 멘트가 잘못된 것임을 질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장갑차 사고에 분노섞인 국민의 감정이 황정민 앵커에게 집중 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황정민 앵커는 "전경과 대학생들이 뒤엉켜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서" 라고 멘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말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게 국민 감정이다.

이와 함께 황정민 앵커는 지난 2000년 9월에도 뉴스 진행중 난데없는 웃음을 터뜨려 영문을 알지 못한 시청자들의 항의성 집중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황정민 앵커는 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 추석 선물세트로 시중에 팔린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수초간 웃음을 터뜨리다 고개를 돌렸다.



[황정민 앵커가 쓴 답변 글]


▲ * 26일 뉴스 진행 당시의 진행과정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보기가 불가능했고, 사진은 27일 뉴스를 진행하는 황정민 앵커.

안녕하세요.황정민입니다.
본의 아니게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마는 다만 제 진의가 왜곡되는 데 대해서는 꼭 한 말씀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당시 뉴스를 진행하며 그 리포트를 보는 제느낌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쇠사슬로 몸을 묶고 미군영내로 진입해 들어가서 그들의 명확한 의지를 밝히는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동안의 과정을 지켜 보면서 그저 분노하고만 있었지요. 온몸을 던져가며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사실 전달만을 하고있는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그렇게 잡혀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누가 학생들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우리에게는 공무중인 미군에 대해서는 조사할 권리도 없는 소파 협정을 가지고 있는 현실이 부끄러웠고 학생들이 저렇게 나서고 있는데 지켜만 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을 뿐입니다

`보기에 부끄럽다`
너무 제 생각에 빠져 이 말이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많이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러분들의 따가운 질책 아프지만 고맙게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슴 뜨거운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면서 가슴 한켠으로는 뿌듯한 마음도 듭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아무튼 제 본심과는 달리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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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1/28 [16: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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