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다닥다닥 이어진 법령제목 짜증난다!
[주장] 붙여쓰기로 기다란 법령제목방식 고쳐야
 
이승훈   기사입력  2004/07/06 [08:05]
지식인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법은 지식의 공유를 막는 것이다. 지식의 공유를 막고 독점하기 위해서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인 말과 글을 그들만의 것으로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말과 글을 어렵게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일반인들이 그 말과 글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지식인들이 말과 글을 독점하는 사례를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법이다.  그 어려운 법률용어, 그 법률용어가 가득찬 법률문장.  이것은 우리 이웃들이 일상의 삶에서 늘 함께해야할 법을 법률지식인들만이 독점하도록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예일법대의 프레드 로델 교수는 그의 저서 '저주받으리라 법률가여!' (원제 Woe Unto You, Lawyers! 1957)에서 이 점을 통렬히 비판하여 어려운 법률용어를 통해 지식독점을 꾀하는 법률가들의 부끄러운 곳을 드러낸 바 있다. 
 
덕분에 프레드 로델은  법률가로부터 '예일의 치욕', '법학교육의 파괴자'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 비난은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는 파렴치한들의 말도 안되는 억지소리에 불과하다.  지식인들의 위선과 낯두꺼움이란... 
 
프레드 로델 교수가 우리 나라의 법 현실을 봤다면 어떤 저주를 내렸을까?  단순한 저주로는 부족하다. 우리 나라 말인지 일본말인지 중국말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단어에 어려운 개념이 담긴 용어, 거기에다 글이 한자로 표기되어있다.  그러나 역사는 민중의 편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어려운 법률용어를 일반인이 이해하고 사용하기 쉽게 하도록하는 작업이 더디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작년 8월 26일에는 정부는 법률을 모두 한글로 표기토록 하는 내용의 `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그 법안에 따라 요즘 만들어지는 법령은 모두 순 한글이다. 다만 민법 등 오랜 연구를 거쳐서 차차 한글로 만들어야 할 일부 법령은 예외다. 그리고 한글로 표기할 때 여러의미로 해석되어 혼란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는 괄호안에 한자를 함께 쓰고있다.
 
그런데 이 법령의 표기를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미처 고려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게 바로 법령의 제목이다.  법령의 제목이 한글로 바뀌어있지만 띄워쓰기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것은 원래 띄워쓰기가 없는 한자 용법때문이다. 
 
한자용법에 따라 제목을 다닥다닥 붙여서 표기했다가 한글로 바꾸는 작업을 하면서 띄워쓰기는 고려하지 않고 그냥 한글로 바꾸기만한 것이다.  실제의 사례를 보면,  어제 7월 5일자로 입법예고된 입양관련법안의 제목은 다음과 같이 표기되어 있다.
 
입양촉진및절차에관한특례법시행령중개정령및동법시행규칙중개정규칙(안)입법예고
 
띄워쓰기가 되어 있지 않아 30여 글자가 다닥다닥 붙어 표기된 이 제목을 한번에 봐서 제대로 이해될까?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한 필자조차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모든 법령의 제목이 이런 식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짜증이 확 난다.
 
한자, 일본어의 경우는 띄워쓰기를 하지 않더라도 뜻을 전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소리글자인 한글은 띄워쓰기를 하지 않으면 뜻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법령의 제목을 한글로 고쳤지만 한자표기방식을 따르다 생긴 붙여쓰기까지는 고치지 않아 뜻을 전달하는데 곤란하다.  
 
한자인 법령을 한글로 바꾸는 작업을 철저히 해야한다.  비용이 조금은 들겠지만 앞으로 나오는 모든 법령 뿐만 아니라 지난 법령에도 띄워쓰기를 제대로 한 제목으로 바꾸길 바란다. / 편집위원

자유... 백수광부
자유... 백수광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07/06 [08:0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