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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장, 개혁과 민생이 배치되는가
[주장]열린우리당 '상생의 정치' 및 실용주의 노선에 대해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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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우시호행하라!

열린우리당이 민생 챙기기,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했다고 하고 한나라당과 상생의 정치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본질은 하나다. 개혁노선을 -- 중, 장기적은 아닐지라도 -- 적어도 일시적으로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이러한 주장은 두 가지 심각한 자체 오류를 안고 있다.

첫째는 최근의 이런 주장은 열린우리당이 주장해온 개혁과 민생(또는 경제)의 관계에 대한 무지와 오해를 드러내고 있다.

개혁과 경제를 배치시키는 허구적인 대립구도는 사실 수구세력, 수구언론의 단골메뉴였다. 내가 판단하는 개혁은 결코 민생이나 개혁과 무관하거나 상호대립적인 것이 아니다. 정치, 사회, 경제의 개혁이 강화되면 될수록 경제도 살아나고 성장 동력도 커진다는 게 내 판단이다. 열린우리당이 이것을 알고도 이렇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고 이걸 모른다면 너무나 무지한 것이다.

둘째는 열린우리당의 개혁지양 노력은 마치 민주당이 그래왔던 것처럼 몰락의 길을 걷는 전주곡임을 당사자는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수구경쟁을 하는 것은 반역사적일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소멸하는 길이었다는 것이 누구의 눈에도 명백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모르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자세가 기왕의 민주당 정도는 아니지만 개혁지체 전략이 중, 장기화 될 경우 본질상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의회권력을 획득한 초기에 개혁을 밀어붙이지 못하면 중, 장기적인 개혁은 “의지와 무관하게” 수포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이러한 자세는 근본적으로 한국 정치지형에 대한 이해와 발전 방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한국 정치의 앞길에는 두 갈래의 강물이 놓여 있다. 하나는 민주노동당이 주도하는 좌파적 색채가 강화된 (유럽과 비슷한) 길을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는 우파적 길이다. 물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길은 바뀔 것이지만 그 변화의 폭은 마치 현재의 유럽 사회가 그러하듯 혁명이라기보다는 변혁, 개혁 對 보수에 가까운 변화가 될 것이다.

강력한 수구세력의 존재는 한국호가 이 두 갈래의 길에 다가서기도 전에 강물을 거슬러 거꾸로 가려는 시대착오적 시도가 되풀이 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구세력을 청소하는 것은 그래서 중도세력인 열린우리당이나 진보세력 민주노동당에게 공동의 과제인 것이다. 내가 총선을 맞아 수구세력 일소를 주장한 것은 정확하게 이러한 의미였다. 그리고 그 현재형은 강력한 개혁의 추진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장 민주노동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두 갈래 길까지 가기도 전인 지금 그러한 시도를 하는 것은 결국 수구세력과 함께 역사를 지체시키는 일을 공모하는 격이 된다.

세속적 정치공학적 관점으로 보더라도 열린우리당의 이런 자세는 자살행위이다. 수구세력을 박멸하지 않고 차기 권력을 바라는 것은 헛된 망상이다. 사표심리로 인해 진보세력으로 갈 표가 중도세력으로 몰렸던 것은 이번 총선으로 영원히 마감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진보세력의 영향력을 몇 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오히려 총선 지지율에 몇 배수를 곱해야 할까를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수구세력의 강고함을 이유로 중도세력이 중도세력이었던 과거를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진보와 수구사이의 중도세력이라는 정체적 관점이 아니라 향후 좌우파로의 분화를 겪게 될 상황을 미리 내다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돋보기 안에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이 나란히 있는 상황을 즐기거나 그것으로 개혁지체를 합리화할 것이 아니라, 그 돋보기를 옮겨서 수구세력이 돋보기 바깥으로 나가도록 하려해야 한다. 돋보기를 옮기는 것은 다시 말하면 개혁정세를 유지, 강화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한나라당이 가끔 열린우리당의 급진성(?)을 시비거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착각하게 하려는 일종의 미끼이다. 한나라당이 따라가지 못할 개혁정세의 도래를 막기 위함이다.

열린우리당의 개혁지체가 계속될 경우 민주노동당은 제1야당이라는 목표를 집권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개혁지체가 민주노동당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두 갈래의 길에 더디게 다가감으로써 피해가 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스로 소멸하려 노력하는 정당이 제 1당이 될 것이라는 가정은 파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수십 년 만에 의회권력을 획득하고도 이렇게 주춤대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은 무지하거나 순진하다고만 비판하기에는 모자란 느낌이다. 왜 과반의석을 확보하려 했는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씁쓸한 심정을 가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초기 호시우행을 이야기했다는데 지금은 우시호행할 때이다.

소처럼 겸손한 자세로 지지자와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을 바라보고 호랑이처럼 과감하게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의회권력을 얻고도 소처럼 가겠다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것임을 열린우리당은 깨달아야 한다. 물살은 흐르고 있다. 여기서 중간에 있으려는 것은 지금은 중간일지 모르지만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수구세력 옆자리로 퇴보하는 것임을 한시바삐 깨달아야 한다.


기사입력: 2004/05/06 [12:5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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