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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우리당 민노당 대결유도' 보수결집나서
'중도보수' 표방속 합리적 '보수껴안기' 시동, 정체성 논란속 영남파 반발
 
김광선   기사입력  2004/04/30 [11:36]

17대 총선을 마친 정치권은 이념적 노선 투쟁에 여념이 없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 입성이 기존 보수 정당의 정치 지형을 무너뜨리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자리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한나라당의 정체성 논란이다. 소장파 의원들은 우편향적이었던 당의 정체성을 좌쪽으로 이동하면서 '중도보수'를 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영남권 중진 의원들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소장파 의원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면서 "보수를 고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때아닌 이념갈등을 내보이는 것은 대외적으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차지하고 있는 스펙트럼안에서 한나라당은 향후 정치적 이슈를 선점하기 어렵다는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연찬회 모습     ©한나라당홈페이지

이는 지난 29일 한나라당 당선자 연찬회에서 김덕룡 의원이 "민노당과 우리당의 대결을 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을 '진보'의 영역으로 내 몰고, '보수'의 영역을 한나라당이 차지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이날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민노당이 진보, 노무현 후보가 중도를 선점해 우리는 수구가 되어 버렸다"면서 "(민노당과 우리당을) 이념투쟁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한나라당이 "합리성과 안정성이 강조된 '중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당내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남경필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와 만나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해 "이제 수구의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서 '중도보수'로 가야한다"면서 "열린우리당이 보수를 점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이 진보의 영역을 점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대로 가다가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지 않은가"라며 "지역주의 정당으로 전락하기 전에 한나라당은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런점에서 당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도보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장파 의원들이 '중도보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정치적 사안별로 양당에 끌려갈 수 밖에 없고, 자칫하다가는 대선에서 필패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동반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 소장파 의원들이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하늘색'으로 가고 싶다고 해서, '파란색'이 '하늘색'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소장파 의원들은 '중도보수'를 주장하면서도 국가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이라크 파병에 대해 찬성하고 있고, 보수언론에 대해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가보안법에 대한 부분에서도 남 의원은 '불고지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찬양,고무죄'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념적 모순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소장파 의원들은 현재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이념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아닌, 다분히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차지하고 있는 정치 지형에 대해 '나눠먹기'를 하겠다는 것과 같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당이 '중도보수'로 가야한다" 또는 "보수를 고수해야 한다"라는 논란은 그들만에 다툼일 뿐, 국민들이 바라보는 것은 여전히 한나라당은 우편향적인 보수정당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진정 '중도보수'로 가기 위해서는 정체성에 대해 갈등이 우선돼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 파병과 국가보안법, 대북관계 재정립 및 종속적 대미관계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정책정당, 중도보수정당'을 표방하면서 그에 걸맞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은 '선후관계'가 분명히 하지 않은 것과 같고, 단지 '옷만 갈아 입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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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30 [11: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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