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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와 성장,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길
[칼럼] 성장과 분배는 양립되는 것이 아님, 신뢰와 투명성으로 해결해야
 
권태윤

이른바 보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늘 걱정하는 것은 ‘파이를 키울 생각은 않고 나눌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이고, 반대로 진보를 표방하는 이들은 ‘파이를 나눌 생각은 않고 항상 일부 사람들만이 독식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사회 모든 분야가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勞)와 사(使)의 입장도, 특권층과 서민의 입장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 기득권층과 그렇지 못한 층, 우리 사회는 늘 이렇듯 양극단의 사고 속에 고정되어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도 이런 식의 논란이 많았다. “좌로 기운 현 정권과 여당을 지지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몰락의 길을 걸었던 남미의 처지가 될 것”이란 보수집단의 비난, “수구보수적인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면, 소수의 기득권층과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이 주를 이룰 것이고, 결국 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지극히 불평등한 구조가 심화될 것”이라는 비판…….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성장과 분배가 결코 대립되거나 양립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이를 분배하기 위해서는 파이를 키우는 것이 마땅하고, 키운 파이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일 역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파이를 키우는 일에만 집착하고 소수만이 독식한다면, 그 불평등 구조는 결국 사회라는 틀을 붕괴시키고 말 것이 분명하고, 파이를 키울 생각은 없이 나눌 생각에만 몰두한다면 ‘평등한 배고픔’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이 너무도 분명한 점을 인정한다면, 결론은 당연히 하나일 수밖에 없다. 파이를 키우면서 잘 나누고, 잘 나누면서 파이를 키우면 되는 일이다. 이것이 불가능한가? 물론 절대 그렇지 않다. 여기다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무의미하다. 성장과 분배는 중요성의 우선순위가 없다. 마치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은 것이다. 새가 하나의 날개로 날 수 없듯 성장 없는 분배가 있을 수 없고 분배 없는 성장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분배와 성장은 함께 추구해야 하는 문제다. 그것을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신뢰와 투명성의 확보다. 이것 역시 같은 개념이다. 신뢰란 투명성이 보장될 때만이 가능하고, 투명성이 확보되면 신뢰는 저절로 오는 선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이 더 나은, 더 많은 분배를 위한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 공정한 분배가 결국 파이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이라는 믿음이 합쳐진다면, 성장과 분배는 더불어 성장할 수 있게 됨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런 믿음은 당연히 투명성에서 온다. 파이가 성장되고 분배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성장주의자들에겐 파이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을, 분배주의자들에겐 파이를 키우는 만큼 더 많이 분배된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너무도 단순한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 분열과 불신이 계속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욕심이라기보다는 두려움 때문이고, 그 두려움 역시 투명성의 결여에서 온다. 분배만 해주다가 곧 거덜이 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 성장에만 이용되고 분배에서는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다는 두려움……. 이 모든 것이 투명성의 결여에서 온다. 해서 분배주의자들은 끊임없이 투명성의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고, 성장주의자들은 덜 분배하기 위해 숨기고 도둑질을 해왔다. 당연히 충돌만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정책은 공정한 룰을 제시하고 투명성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쪽에 집중되어야 한다. 이른바 노사정협의회 라는 것이 짧지 않은 기간동안 운용되고 있는데도 노사관계가 나아지지 않는 것은 왜인가? 이것은 투명성을 제외하고, 충돌하는 양자간의 화해만을 외쳐왔기 때문이다. 화해와 상생이라는 도덕적 훈계와 설득은 이해관계라는 실체적 매개물이 존재하지 않을 때나 가능하다. 구체적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의 화해나 중재노력은 그래서 그만큼 공허하다.

투명하고 공평한 과세, 투명한 기업경영, 투명한 정치, 불법이 결코 용인되지 않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지 않고서는 기본적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말이다. 결국 현 정부나 여당이 추락한 경제의 회생을 위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은 국가전반에 걸친 투명성 강화에 집중되어야 한다. 기업경영, 정치, 단체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처절할 정도의 아픔을 각오한 투명성 확보경쟁이 진행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튼튼한 내부고발시스템을 활성화 하고, 투명성이 곧 이득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정착시켜야 한다.

투명하지 못한 개별 정치인, 관료, 언론인, 기업인, 교육자 등은 물론이고, 집단도 철저하게 격리시키고 발가벗겨야 한다. 국가의 투명성은 당연히 경쟁력으로 귀결된다. 특히 담장이 무너진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서 투명성이 결여된 국가는 붕괴를 면할 수 없다. 과거 아시아 전반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는 결국 투명성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고, 치욕스런 무장해제는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외부의 협박이었다.

세계화에 대해 설명한 토머스와 프리드먼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도 역시 투명성이다. 한 나라의 흥망을 순식간에 좌지우지 하는 거대한 전자투자가 집단으로부터 국가를 온전히 지켜내고, 그들의 탐욕성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투명성의 확보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렉서스의 힘에 올리브나무를 송두리째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두 가지를 함께 지키고 번영시키기 위해서도, 여전히 중요한 핵심 키워드는 ‘투명성’이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가이드라인 이상의 투명성 확보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방법은 이처럼 너무도 쉽고 단순한데도 언제까지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다음세대들이 살아야 할 이 세상은 더욱 거칠고 살벌하게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를 토대로 구축된 신뢰가 사회전반에 흐르지 않는다면, 그래서 우리사회가 활기차게 펄떡이지 않는다면, 죽어가는 육식동물을 순식간에 뜯어먹는 아마존의 식육물고기 피라냐들과 같은 거대한  초국적 전자투자가 집단의 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97년 말의 아픈 경험을 우리가 뼈 속 깊이 기억하고 활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필자는 '좋은 글을 통해 우리를 생각하는 PEN21사이트( http://www.pen21.com/ ) 운영자입니다.


기사입력: 2004/04/27 [17:3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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