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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교수가 읽은 '리영희' 혹은 그 신화
[두부독감 25] 강준만의 '한국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진실의 파수꾼
 
두부
"진실을 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단연코 '리영희'다. 그는 한국 현대사를 이끈 사람들 중에서 탁연하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분명 없을 것이다. 물론 {조선일보}와 같은 수구냉전 세력의 똘마니가 아니고서는 말이다. 리영희는 반세기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온몸을 바쳤고, 수많은 글을 통해 대중들의 무지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런고로 리영희는 한국 사회의 '은인'임이 틀림없다.

▲리영희씨  
그러나 리영희는 그에 못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홉 번이나 연행되어 다섯 번 구치소에 가고, 세 번이나 재판받고, 언론계에서 두 번 쫓겨나고, 교수 직위에서 두 번 쫓겨났다." 그리고 감옥에서 "1012일"을 보내야 했다. "아사리판" 같은 한국 사회는 그를 원하고 있었지만, 한국 사회를 휘두르고 있던 정권들은 그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1963년 리영희는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으로 있던 그레고리 헨더슨을 찾아갔다. 그 이유는 박정희가 민정 이양을 조건으로 미국에서 잉여농산물 기금으로 2200만 달러를 지원받기로 되어 있었으나, 2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당시 한국은 1961년 최대 규모의 수해가 발생해 최악의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헨더슨이 들려준 다음과 같은 말은 "100년에 한 번 나올 특종" 중에 특종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미국 정부에 약속한 민정 이양을 몇 번씩이나 백지화하고 번복하면서 군정을 연장하려는 태도로 나왔기 때문이다."

리영희는 이것을 기사화했고, 알려지지 않은 박정희와 미국 정부의 암거래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헨더슨은 그 이후 직업 인생에 종을 쳤다고 한다. 리영희는 진실이 없는 한국 사회에 갑갑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것은 그가 성장하면서 직접 체험한 한국사의 비극에서 기인한다. 여순사건, 제주 4·3 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거창 양민학살 사건, 3·15 부정선거, 4·19혁명, 5·16쿠데타 등 그동안 한국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은 정권의 편의에 따라 묻혀지고 왜곡되어 난도질 당해 왔기 때문이다. 진실은 리영희에게 자신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리영희가 진실을 알리기 위해 어떠한 갈등과 고민을 했는지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미국의 전쟁으로 변한 베트남 '반공 성전'의 철없는 나팔수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시기에 내가 만든 {조선일보} 국제면은 전국에서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한국군 파병에 비판적인 유일한 지면이었다. 세계의 존경받는 지성인들이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발언을 조심스럽게나마 소개하는 데에 힘썼다. 서방국가 통신들의 한국군대의 잔학행위에 관한 기사도 자주 들어왔다. 그것도 공정하게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나의 신문인적인 책임감은 그때마다 외부 압력에 부딪쳐 번번이 좌절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리영희의 진실 알리기는 끊이지 않았다. 1970년대 리영희는 언론계와 대학에 쫓겨났지만, 한국 사회를 뒤흔든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이라는 책을 펴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상적·정신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1980년 5·18 광주항쟁이 일어나기 하루 전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으로 신군부에 의해 끌려가게 된다. 광주를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 일당은 그의 입을 막으려고 했던 것일까. 리영희는 60일 동안 남산의 지하실에 갇혀 지내다 석방되었지만, 그 후에도 여러 차례 구속과 석방을 반복했다.

▲광주에 투입된 군인들은 광주시민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5월은 광주시민들에게 잔인했지만, 전두환 일당들에게는 화려한 휴가였다.    

진실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아니 진실을 안다는 것은 두려운 일인가? 당시에는 그랬을 것이다. 자신의 안전은 물론이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뼈아픈 상흔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리영희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언제라도 진실이 가려지고 왜곡된다면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달려들었다.

아직도 한국 사회는 '리영희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은 '리영희 평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리영희의 저서와 그와 관련된 거의 모든 글들을 검토하고 하나하나 자료를 밝히면서 그의 일생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의 육성보다는 리영희의 글을 많이 인용하여 독자와 리영희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킨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자는 <머리말>에서 '강준만 저'가 아닌 '강준만 편저'라고 밝힌다. 또 하나 리영희의 삶 위에 비극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를 겹쳐 놓아 그가 한국 현대사에서 분명히 기억되어야 할 인물임을 강조한다. 그만큼 한국 현대사는 진실을 가리고 거짓를 웅변했다는 반증이다. 저자는 리영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 

 "리영희만큼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의 큰 사건들을 그 누구보다 더 직접적으로 광범위하고 치열하게 겪은 사람이 또 있을까. 그의 글은 곧 실천이었기에 그는 누구보다 더 넓은 행동 반경에서 살아왔다. 리영희의 삶이 곧 한국 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 변화무쌍한 한국 사회에서, 그것도 추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의 세계를 실증적으로 다루는 지식인이 리영희처럼 오랜 세월 '장기 집권'한다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2003년 3월 국회 앞에서 파병반대시위가 열리자, 리영희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리영희의 비판의 목소리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을 때, 그는 파병반대시위에 참석하여 16가지의 이유를 들어 파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무식하다"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리영희가 생각하기에 아직도 한국 사회는 진실을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는 거짓이 없고 진실만 넘쳐흐르는 한국 사회를 보길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리영희교수 저서 목록]

{전환시대의 논리}(창작과비평사, 1974년), {우상과 이성}(한길사, 1977년), {8억인과의 대화}(창작과비평사, 1977년), {10억인의 나라}(편저, 두레, 1983년), {분단을 넘어서}(한길사, 1984년), {베트남전쟁}(두레, 1985년), {역설의 변증}(두레, 1987년), {반핵}(편저, 창작과비평사, 1988년), {역정}(창작과비평사, 1988년), {자유인, 자유인}(범우사, 1990년), {인간만사 새옹지마}(범우사, 1991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두레, 1994년), {스핑크스의 코}(까치, 1998년), {동굴 속의 독백}(나남, 1999년), {반세기의 신화}(삼인, 1999년)

* 참고자료  - 리영희 선생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16가지 이유
기사입력: 2004/04/27 [15:1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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