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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민노당 눈치에 집권당 책임에 어정쩡?
개혁의제 선점에 정치적 포지션 고민, 개혁 안정 두고 갑론을박
 
심재석   기사입력  2004/04/22 [15:51]

17대 국회에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입에 성공함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포지션' 확립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그 동안 보수정치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개혁성을 강조해 이득을 봐 왔으나, 민노당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노당은 총선이 끝나자 마자 파병철회, 탄핵철회, 정간법 개정 등의 사안에서 다른 어느 당보다 우선적으로 의제를 선점해 '진보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확연하게 드러냈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위해 창당했다'면서 '개혁성'을 강조해 왔으나, 이제는 민노당이 등장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해봐야 '선명성'에서 민노당을 따라가기 힘들 뿐더러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한 책임있는 여당이기 때문에 함부로 선명성을 드러내기 힘든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고민은 21일 '일하는 국회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이미경 의원은 "최근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은 여러 가지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면서 "그 분들이 중요한 정책 아젠다에 대해 발 빠르게 문제제기하는 것 등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해찬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발빠른 행보에 배울 것이 많지만, 우리는 과반이 넘는 여당이기 때문에 국민을 의식해 행동할 수 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너무 느려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튀어서도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작은 것이라도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당이 되어야 하고, 작은 신뢰가 쌓이는 가운데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행보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책임여당을 강조했다.

정세균 정책위의장도 가세했다. 정 의장은 "우리는 과반수를 넘는 여당인 만큼 책임감과 안정감을 갖고 뚜벅뚜벅 실천해야 할 것"이라며 이 의원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임채정 의원도 "17대 국회는 민주노동당의 등장으로 각 당이 정책을 놓고 정체성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면서 "민주노동당은 문제를 자유롭게 제기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해결점과 실천방안, 그것이 미칠 영향까지 곰곰이 따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정치학자들도 열린우리당이 '현실화'노선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톨릭대 김만흠 교수는 <브레이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분야 이슈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이 선점하겠지만, 결국 이것은 이미지이고 담론일 뿐이며 정책결정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의제설정해 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차피 우리나라 정치구도에서 정책은 정부가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역할은 정부를 보완하는 정도에 머무는 등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 교수는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민노당이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는 것은 '입안'이 목표가 아닌 '제안'이 목표일 것"이라면서 "제도권 정치내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의제를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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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22 [15: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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