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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개혁정당으로 풀어야할 네가지 과제
[주장] 이라크파병, 부동산 안정, 정간법 개정, 국가보안법폐기 관철해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4/04/19 [17:15]

그 더러운 전쟁에서 손을 떼자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이유는 후세인 정권이 9.11 테러의 배후라서도 아니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도 아니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진정한 이유는 부시행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인 군산복합체와 에너지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고, 이라크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석유자원을 독식하며, 전략적 요충인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수립하여 이른바 '부시벨트'를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전쟁의 비도덕성과 불의함 측면에서 영국이 노쇠한 청나라를 상대로 하여 일으켰던 아편전쟁에 버금간다 할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여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후 이라크에서는 민족해방투쟁이 격렬히 전개되고 있다. 미군을 독재자 후세인의 철권통치로부터 해방시킬 해방군으로 인식했던 이라크 민중들의 기대는 이미 싸늘하게 식은 지 오래고 미군에 대한 적의와 증오감이 비등점(沸騰點)에 도달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애초부터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목적이 이라크 민중들에게 민주주의와 일자리를 제공하려던 것이 아니었기에 미국의 본질이 탄로나는 것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자발적인 이라크 민중들의 민족해방투쟁에 대해서 미군은 야수적인 폭력으로 답하고 있다.

▲파병반대 집회 모습     ©브레이크뉴스

이라크 팔루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들어보았는가? 미군은 도시를 파괴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살해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학살이다! 지난 1차 걸프전과 미국의 경제봉쇄로 얼마나 많은 이라크 민중과 아이들이 죽어갔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은 일말의 회개도 없이 여전히 학살기계를 가동시키고 있다.

이라크 민중들의 민족해방투쟁은 이제 종파와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미군은 수렁에 빠져들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아울러 재선을 노리고 있는 부시의 정치적 운명도 풍전등화의 위기 속으로 몰리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스페인을 위시한 일부 파병국가들도 이라크에 파병된 군대를 철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 종국에는 미군과 영국군만 이라크에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여전히 정부와 여당에서는 대규모 파병을 고집하고 있다. 부연하거니와 이라크 파병은 침략전쟁의 부인이라는 헌법정신에 반할 뿐만 아니라 실리에 있어서도 그 효과가 매우 의문시된다. 잃을 것은 무한대요, 얻을 것은 미미한 파병에 대해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한미동맹이 모든 가치에 선행하는 가치도 아닐뿐더러 이라크 추가파병만이 한미동맹을 담보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역사상 존재했던 무수히 많은 제국들을 보면 제국의 지배방식이 주로 폭력에 의존하는 시기는 제국의 몰락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때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앞선 제국들과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치솟는 아파트 가격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시민들이 탄핵과 총선 등의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열중하고 있는 사이에도 아파트 가격은 쉬지 않고 올랐다. 10.29종합대책으로 오름세가 주춤하거나 미미하게 하락하던 아파트 가격이 어느새 상승하여 서울에서는 10.29대책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시내에 위치한 아파트 모습    
최근의 기사들이 잘 설명하는 것처럼, 평범한 도시근로자가 서울 강북에 소재한 32평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무려 23년이 넘는다. 23년이면 군대갔다와서 정상 취업한 26~27세의 청년이 초로(初老)의 장년이 되고도 남을 기간이다. 즉 한국사회에서 부모를 잘 만나지 못한-출생이라는 가장 중요한 제비뽑기에서 그리 좋지 못한 제비를 뽑은-대부분의 개인들은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사는 데 자신들의 힘과 재능을 모두 소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자기집을 장만하기를 소원하고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발버둥치다가 늙음과 대면한다. 비싼 아파트를 사려고 하지 말고 분양을 노리라고?

그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가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여 불과 5년만에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두배이상 오르는 기염(?)을 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쉽게 말해서 97년에 서울지역에서 30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1억 5천만원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였지만 2003년에는 3억 이상이 있어야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도대체 5년 사이에 한국사회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파트 분양가가 두배이상 상승한 것일까? 5년 사이에 노동자들의 임금이 두배 이상 상승한 것일까? 아니면 땅값이 두배 이상 오른 것일까? 그도 아니면 각종 건축자재가 기록적인 폭등을 거듭한 것일까?

거품(bubble)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런데 그 거품이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고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고 그 발생분야가 경제와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거품의 형성은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지난 1999년과 2000년에 걸쳐 코스닥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수많은 벤처 및 IT업체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다 마치 거품이 꺼지듯 폭락하여 지금은 수십분의 1토막이 된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그러한 거품의 생성과 붕괴는 코스닥 시장에 투자했던 이른바 '개미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었다. 당연히 국민경제도 그 폐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속속 밝혀지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 되어 있는 거품의 규모와 성질은 과거 벤처열풍시 벤처 및 IT업체들의 주가에 잔뜩 끼어 있던 거품과 비교해서 훨씬 거대하고 불량하다. 벤처열풍시 벤처 및 IT업체들의 주가에 잔뜩 끼어 있던 거품을 계량화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최근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택지지구 하나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분양할 때 생기는 개발이익이 물경 1조원에 육박하는 사정을 감안할 때 아파트 분양가에 끼어 있는 거품이 그 규모면에서 훨씬 클 것은 자명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주식투자야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재화임에 비추어 볼 때 아파트 분양가에 끼어 있는 거품은 그 악성(惡性)이 더욱 크다.

수도권에 분양되는 아파트들이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맞춰 정하고 있으며, 분양가의 30% ~40%정도가 거품이라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속속 사실로 입증되고 있는 지금 아파트 원가공개를 더 이상 미룰 까닭은 어디에도 없다.

여당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분양원가의 공개 등을 즉시 도입하여 합리적인 수준의 분양가 책정을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과다하게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들이 원천적으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없도록 높은 세율의 부동산 보유세를 신설하여야 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을 주문처럼 외우는 경제관료들과 주료 경제학자들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주택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한국사회의 주택문제는 공급이 적어서가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이 너무 많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위에 열거한 조치들은 대다수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여전히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수구기득권 세력에게도 심대한 물적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를 장악해 온 수구기득권 세력은 거의 예외없이 토지와 주택 등을 통해서 막대한 물적토대를 구축한 지주들이기 때문이다. 무릇 전쟁에서는 일선에서의 전투도 중요하지만 적군의 양도(糧道)를 끊고 병참기지를 파괴하는 것이 전략적인 측면에서 보다 중요한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서민들의 '먹고사니즘' 향상에 실패한 참여정부를 기다리는 것은 선거에서의 패배뿐이며, '먹고사니즘'의 핵심은 바로 주택과 사교육비 그리고 일자리이다. '먹고사니즘'의 해결은 다른 개혁을 지속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뻔뻔한 너무나 뻔뻔한 신문들에 대하여

이번 총선에서도 여실히 증명되었지만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신문들은 한국사회의 역사발전에 심각한 장애물이다. 탄핵소추안 의결 직후 국회에서 50석 남짓이나 확보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던 한나라당이 무려 121석이나 획득할 수 있었던 데는 조·중·동의 기여가 무척이나 컸다. 조·중·동은 거여견제론과 노풍(老風)발언을 악의적으로 확대재생산하여 여론의 왜곡을 이끌었고, 박근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죽은 박정희의 망령을 살려냈다.

한나라당 편향이 노골화되어 심지어 한나라당의 기관지라는 비아냥까지 들어가면서까지 조·중·동이 그토록 한나라당을 옹호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정간법 개정을 통한 사주일가의 소유지분 제한과 그에 따른 편집권 독립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고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개혁되어 감에 따라서 무소불위의 언론권력을 행사하던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에 대한 불만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이번 총선을 통해서 거듭 확인되었지만 조·중·동에게 제자리를 찾아주지 않고서는 균형잡힌 여론형성과 생산적인 사회적 의제를 도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언론사의 사주 일가에 대한 소유지분 제한과 이를 통한 편집권 독립은 참으로 긴요한 과제이다. 또한 공정거래법 등의 개정과 보완을 통한 신문시장의 공정거래질서 확립 등도 필요하다.

그간 조·중·동은 수구기득권 세력 가운데 일원이었고 그 지배질서를 온존케하는 이데올로기 장치로 기능했다. 이제 그들에게 언론의 지위를 되돌려주자! 첨언하건대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의 적(敵)의 자유까지 보호하지는 않는다.

헌법 위에 군림하는 법

송두율 교수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그러나 한국사회의 야만성과 후진성을 실증하는 징표에 다름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처벌받고 감옥에 갔는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말들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질식당했는가? 이제 그것으로 족하다. 이미 한국사회는 국가보안법이 국가를 보안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성장했고 강해졌다.

여당은 국가보안법의 개정이 아니라 폐기를 관철시켜내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폐기된다는 것은 한국사회를 악몽처럼 짓누르던 냉전체제가 실질적으로 해체된다는 의미있는 신호이다.
국가보안법이 머물 자리는 법전이 아니라 역사책이다.

사족 : 정말 힘들고 어렵게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수 의석을 획득했다. 얼마있지 않아서 청와대에 유폐되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복귀할 것이다. 부디 현직에 복귀할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이 강력하고도 전방위적인 개혁을 열망하는 시민 대다수의 염원을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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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19 [17:1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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