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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재의 세상게시판] 진중권의 아류들?
하니리포터 안철환의 글에 대하여
 
임흥재   기사입력  2002/07/11 [01:00]
진중권의 글을 비판하고 나서 새삼 놀라운 경험을 한다. 우리사회에서 건전한 논쟁이 왜 나중 언어폭력의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인지 하는 것이다. 어제부터 붙고 있는 댓글들 중 몇 개를 빼놓고는 그저 원색적인 비난뿐이다. 그것도 일정한 기점을 중심으로 밑으로 주욱 붙는 글들을 읽으며 이명박 서울시장의 홈피 게시판이 갑자기 찬양일색으로 도배되고 있다는, 속칭 알바를 고용한 것이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의심이 일고 있다는 뉴스보도를 떠올린다. 그렇다고 내 글에 붙는 댓글들이 그런 경우와 같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진중권은 절대 그런 졸장부가 아니며 내 글이 그런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진중권은 없고 진중권의 아류들만이 설쳐댄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민주노동당 논평] 안타까운 연평도 교전
진중권, [시론]서해교전이 안타깝다고? (경향신문, 7. 3)

비록 내가 그의 소심한 의도를 비판하는 글을 썼지만 진중권이 고작 민노당의 논평 몇 구절을 문제 삼아 그런 글을 올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심증은 글을 올려놓고 더욱 굳어진 것인데) 민노당이 ‘앞으로 유권자들 앞에서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라는 의미’와 함께 계급정당의 틀을 벗어나 온전한 의미의 최초의 국민정당(여지껏 국민정당을 표방한 제 정당들이 그저 선거정당일 뿐이었다고 나는 생각하므로)으로서의 민노당이 되기 위해서는 감상적인 민족해방분파(내가 쓰는 용어는 아니다) 혹은 주사파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진중권은 충고한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중권을 비판한 것은 그의 의도가 자칫 우리사회의 냉전적 사고의 준동과 맞물려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계였다. 또한 문제제기의 방식이 내가 아는 진중권 답지 않은 소심한, 어떤 분의 지적처럼 언론플레이의 낌새가 보였다는 실망감에서다. 이렇게 말하면 또 이제 와서 말바꾸기 한다고 극성을 떨어댈 것임에 힘들지만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임흥재, 진중권의 경향시론 ‘서해교전이 안타깝다고?’에 대하여, 대자보 87호
안철환, '좌파 진중권은 죽었다.극우파 진중권 만세 ②' 하니리포터
여인철, [기고]진중권씨가 더 안타깝다?(경향신문, 7. 9)

{IMAGE1_LEFT}댓글에 일일이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여 안철환인가 나를 변태로 몬 그 ‘글 옮기는 짐꾼(re-porter)’의 글을 반론한다. 먼저 말해야 할 것은 진중권의 경향시론 중에서 ‘망언’ ‘망발’이란 어휘들이 사용되었기에 나 역시 꼭 같은 어휘들을 원용하여 그의 글을 비판하였으나 서두에서 밝힌 대로 건전한 논쟁이 언어폭력의 수준으로 격하되는 것을 원치 않기에 이 글에서는 안철환처럼 변태니 뭐니 하는 자극적인 어휘들을 자제할 것이다. 그를 ‘글을 다시 옮기는 짐꾼’으로 치부하며 나의 분노를 삭이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다. 물론 내가 던진 부메랑에 내가 다치지 않으려는 나의 영악한 계산이 숨어 있음도 숨기지 않겠다. 그럼 안철환의 글을 그의 서술에 따라 분석해보련다. 너무 길어 짜증낼 독자를 위해 간단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자.

안철환의 글의 장황한 도입부(ND계열이니 NL계열이니 주사파니 CIA의 간첩이니 하는)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소위 운동권의 논리에 목매단 그의 취미를 내가 뭐라 궁박하기도 싫고 해서 바로 내 글에 대한 비판부터 살펴보겠다.  

진중권의 주장이 ‘한나라당 매파’‘JP'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발견은 임흥재의 놀라운 발견이다. 나는 진중권의 글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북한을 적이라 단정하는 생각을 발견하지 못했다. 진중권은 (북한이) “이견을 제시하는 방법”을 문제 삼았고 “윤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 이것이야 말로 “딱지붙이기”의 전형이 아닌가! 상대방의 주장을 자기 생각대로 바꿔놓고, 너는 우파다!!

나는 진중권이 북한을 적이라 말했다고 한 적이 없다. 선제발포(무력도발)이 있었다면 이미 북한은 동족이라는 시각에서 볼 수 없는 적성국가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즉 책임의 주체가 바로 진중권이 인정하지 못하고 또한 극복을 위하여 연일 수고를 마다않는 김정일 주사집단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준 것 뿐이다. 따라서 진중권에게 동족의 개념은 그를 논리적인 모순에 빠지게 할 뿐이라고 알려준 것이다. 안철환이 들고 나오는 민중, 즉 북의 민중(동족 혹은 동포)가 아니라 김정일 괴뢰가 저지른 일이라고 말해준 것이 어떤 점에서 딱지붙이기인가? 안철환은 진중권에게 물어보고 아류를 흉내 내도 내어야 할 것이다. 그대가 진중권이 되지 못함이 바로 그런 한계다.

임흥재의 말처럼 “체제의 상이함”을 인정한 “동족”의 개념으로 물어보자. 체제가 상이하고, 북측에서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면, 발포해도 되는건가?  

내가 언제 발포해도 된다고 말했는가? 사실 나는 진중권과 마찬가지로 북의 김정일 체제가 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원초적인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진중권에게 체제의 상이함을 인정한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자고 주문한 것이다. 자신들의 내부적 문제를 외적 도발로 호도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북의 지배세력에 대한 시각은 진중권이나 나나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나는 동족이라는 개념에서 이번 사태에 접근하지 말고 김정일체제가 가로막고 있는 우리의 통일논의에서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적인 북의 지배세력으로서의 김정일을 무시한 어떤 담론도 탁상공론일 수 있다는 나의 시각을 전달 한 것이다. 그리하여 동족이란 개념은, 적어도 이번 민노당 논평에 대한 지적에서는 진중권에게 아킬레스건일 뿐이라 말한 것이다. 하지도 않은 말에 대한 안철환의 거짓을 글의 말미에서 그대가 내게 쓴 수법으로 돌려주겠다. 기대하시라.

마땅히 남쪽이든 북쪽이든 관계없이 도발을 한 당사자에게 응당한 책임을 묻고 성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맞다. 책임을 묻고 성토해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어떻게 묻고 누구에게 따져야할지 안철환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체결 운운과 함께 묶어서 비판할 것이다. 이 대목에 관하여 말하면 나는 진중권이 민노당의 논평 몇 대목을 문제 삼는 것이 실망스러운 것이다. 국민정당으로서 당연한 성토를 빠트렸다 하여 망언 운운하며 성토해야할 만큼, 민노당에 주사파가 득실대는가? 섣부른 단정(NLL이 교전의 원인이고 분단에 기인한 것이라는)에 그리 민감하게 부득불 ‘필요조건’‘충분조건’ 찾아가며 흥분할 만큼, 주사파들이 장악한 민노당의 논평으로 보였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그렇다면 진중권이 말한 대로 제3당을 만들어준 유권자들은 안철환이가 말하는 CIA 간첩의 공작에 놀아난 꼴이다. 안철환이 끌어들인 ‘허허’라는 분의 말처럼 민노당도 아닌 주제에 뭐하러 끼어드느냐고 퉁박하면 나는 이렇게 말하련다. 차후 민노당원이 될 지도 모를 개인에 입장에서 민노당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안 될 만큼 폐쇄적이라면 민노당은 이미 민중정당도 아니게!  

진정한 민중의 대변자라면, 마땅히 민중의 아들들인 (남북)군인들을 희생시키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고, 현재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길 주장하며, 어느 측이든 긴장상태를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모든 시도에 반대해야 할 것이다.

이 얼토당토않은 주장 혹은 견해는 계속해서 반복되는데, 민중하고는 철저히 유리되어 있고 민중의 의사를 말살하는 것이 유일한 지배수단인 북의 김정일 체제가 아니던가? 또한 남북군인들이 우리의 동족이요 민중이라는 논리(그렇다고 그들이 동족이 아니라는 부정은 아니다), 즉 그들은 한 동족이요 한 동포이니 하는 논리의 접근이 자칫하면 진중권이 배척하는 주사파(역시 나의 용어는 아니다)들이 악용하거나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감상적 논리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이라는 것을 안철환은 알고나 있는지... 세계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권력의 부자세습을 이뤄내고 자신들의 지배의 공고화를 위해서는 어떤 기회주의적인 변신과 도발을 마다 않을 김정일 체제에게 어떻게 책임을 묻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인데? 나는 궁금해 죽겠다. 나는 분명 내 글에서 이런 현실의 한계 때문에라도 ‘동질성의 회복’이 아니라 ‘이질성의 인정’ 위에서 통일에 관한 논의들을 진전시키는 것이 이로울 것이라 주장하였지 ‘긴장상태를 통해 이익을 얻고자’ 부추긴 적이 없다.

민주노동당이 남한의 수구세력과 동시에 북한의 호전적 군사관료들에게 반대하고 ‘휴전협정을 즉각적 평화협정으로’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평화를 이끄는 가장 빠른 길이라 믿는다. 남한의 수구세력들과 북한군부관료들은 전쟁을 부추기는 어떠한 호전적 발언이나 행위도 남한민중들에 의해 외면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임흥재는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도발’에 대한 책임 운운=좃선발언=동족 조준사격‘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천만에 말씀이다. 남북한의 현실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안타까운 진중권에게 담대해지라고 충고한 것이다. 위 지적과 마찬가지로 그 평화협정을 어떻게 맺을 것인데? 김정일이 도발했으니 너 책임져라 졸라 갈구면 김정일이 나 잘못했수, 아니면 안철환이 그토록 사랑하는 북의 민중이 도저히 못 참겠다 봉기하여 북쪽 땅이 해방되어서... 내가 그의 공부와 경험을 모르지만 기왕 리포터로 나섰다면 공부를 다시 하거나 제대로 하길 충심으로 바란다. 모르긴 몰라도 진중권이 민노당 논평을 우선 문제시하고 북의 도발에 대하여는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은 진중권이 너무도 똑똑하여 이런 당장의 현실의 불가능성을 알기 때문이고 그러면서 그 주사의 무리들이 민노당을 분탕질할까 경계한 의도가 더욱 크리라 나는 짐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중권을 비판하는 것은 기왕 나선 김에 민노당이라는 좁은 울안에서 벗어나 진중권답게 스케일 큰 담론을 형성해보라는 요청이고 민노당에서의 주사파 논쟁과는 별개로 현실적 지배세력으로서 김정일체제를 담론의 파트너로 삼아볼 수 있지는 않겠나 하는 요구였다.

조준사격, 보복행위 등의 어휘들이 주전론의 주장처럼 들렸다면 이것은 나의 불찰이다. 그러나 이런 극한 어휘들을 사용한 나의 의도는 주사파 논쟁에서의 극복해야할 대상으로서의 김정일과 통일논의에 있어서 한 쪽의 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김정일 체제에 대하여 보다 명확한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진중권 스스로가 얻은 이름값을 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동족과 체제의 상이함 사이(경향시론만을 텍스트로 생각하여)에서 고민하는 진중권이 보다는 어떤 쪽이든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들을 도출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었다.

언제 전쟁에 “윤리적 책임 같은 것이 있었나?”라니... 이렇게 무책임하고, 제3자적 발언이 있을 수 있을까? 전쟁에는 윤리적 책임이 없으니 아무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말인가? (....) 아프간 민중들을 살해한 미국에게 항의하는 전 세계 평화주의자들은 또라이들이란 말인가!

안철환의 독해력을 의심하게 한다. 윤리적 책임 같은 것이 조금이라도 있는 북의 지배세력들이라면 그토록 자신들의 인민들을 압제하고 핍박과 박해를 가하겠는가? 자신들의 ‘인민’들이 배고픔과 단순한 전염병에 죽어가도 나 몰라라 자신들의 살찐 배를 채우기 위해 극성일 수 있겠는가? 애초 윤리라는 말 자체를 요구할 수 없는 그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도발에 무슨 윤리적 책임 같은 것을 기대한다는 것인가로 해석을 해야 정상적 사고능력을 가진 사람이지, 미국의 오폭에서는 더욱 가관이다. 내가 아프간인을 그토록 무참히 죽여 놓고도 오폭이었네 하면 그 뿐인 미국의 윤리적 책임이 불가피한 희생으로 치부되고 마는 전쟁의 광기를 지적한 것을, 다음의  

“테러를 근절하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미국의 ‘윤리’에 죽어 자빠진 아프간인의 ‘책임’만이 있을 뿐이다”

라는 대목은 쏙 빼놓고, 하는 짓이 꼭 그가 표현한대로 ‘좃선식’이다.

임흥재는 진중권이 “적성국 북한”으로 “단순하게 규정”했다고, 하지도 않은 말을 전제로 “한나라당의 매파”로 단정지었다.

이제는 독해력이 아니라 한글을 깨우쳤나 물어보아야겠다. 내 글 어디서 내가 진중권이 적성국 북한으로 단순하게 규정했다고 했나? 내가 혹시 잠꼬대라도 했나 싶어 수없이 읽어 보았는데도 그런 말은커녕 그런 뉘앙스조차 풍기는 글자는 없다. 나는 오히려 명확하게 북을 적성국으로 규정하지 못하는 혹은 그런 듯이 보이는 진중권의 딜레마에 대한 요지를 밝혔다. 안철환은 어디서 내가 진중권이 적성국 북한을 단순하게 규정했다고 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대는 리포터 하지 말고 공상소설가로 방향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런 공부 가지고는 그것도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오류투성이라 이 글이 언제 끝날까 싶네.

똑같은 거짓말의 반복이다.

함정대원들 모두는 즉시 안기부에서 지령을 받고 완벽한 거짓말을 몇 시간도 안되어 모두 짜 맞추고 그 날 방송사와 인터뷰까지 해서 29일 당일자 뉴스에 인터뷰가 방송되었다고? 아니면 그 두 배에 탓던 군인들 모두 CIA의 첩자로 미리 교육 받았나?

내가 언제 함정대원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했나? 진중권이 받아들인 선제도발에 대한 아직 정확한 진상을 몰라 판단을 유보한 내가 굳이 진중권의 판단이 틀리다,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는 말 밖에는 나는 한 적이 없다. 안기부 공작이고 CIA간첩이고 생각조차 못한 시나리오를 혼자 정신없이 쓰고 있다. 공상소설가의 재질도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딱 맞다. 시나리오도 좀 그럴 듯 해야지 이게 뭔가? 한겨례의 주독자층을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생각하고 쓴 글인지... 내 참! 어지럽다. 이 어지럼에 뒤통수까지 치는 말은 ‘CIA첩자’다. 교전의 당사자나 진상조사에도 참여한 적이 없는 미국의 중앙정보국 첩자가 왜 튀어나오는지, 주사파니 CIA 간첩이니 처음부터 횡설수설이더니 이제는 막 대놓고 주정일세 그려. 80년대 운동권 논리 학습하는 동아리 교재인가?

물론 마땅히 “북의 김정일이나 군부를 향하여 그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보복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임흥재는 ‘북한책임추궁=보복공격’으로 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것이 평화협정 체결주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상상도 하고 있지 않다.  

‘조선처럼 보복공격이라도 하자’고 차라리 속 시원히 말할 수 있으면 진중권의 고민도 없을 것이다. 보복 운운에 대한 것은 위에서 말했으므로 생략하고 인명살상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김정일(또는 그 집단)에 대한 성토를 굳이 민노당의 논평 몇 줄에서 트집 잡는 것 같은 진중권이 나는 안타까운 것이다. 민노당의 논평을 문제 삼아, 짐작컨대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주장을 함으로써 민노당의 색깔에 필터링 효과를 보는 것으로 만족치 말고 나는 진중권이 그의 이름에 걸맞게 김정일을 저주하는 것이 오히려 솔직한 담론을 형성하는데 더 이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끼치든지 간에 정직한 비판 뒤에 새로운 논의들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까닭에서다.

그래 억울하게 한 놈이 칼로 찔렸는데, 상대방을 흥분시키지 않게, 분하다고 말도 하지 말고 보상도 요구하지 말고 다시 칼로 찌르지 않겠다는 각서도 받지 말아라..

{IMAGE2_RIGHT}이미 흥분한 상대방에게 나는 관심도 없다. 그대가 걱정하는 그 조선 같은 무리들처럼 따라 흥분하여 준동하는 것이 염려스러울 뿐이고 그대가 주장하는 그 보상이니 각서니, 방법 있으면 받아 보시라. 아무 때고 흥분하는 저들에게 각서 수십장 받아봐야 화장실 휴지만도 못한 것을 진중권은 알리라 생각한다. 7.4 공동성명이고 6.15 남북공동합의문이고 각서가 없어서 도발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저들의 필요에 의해서 국지전은 항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즉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들 꼴리는 대로’(그들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우리가 먼저 도발하지 않는다면)서해교전 같은 국지적 도발이고 바로 이어 나오는 유화제스처는 우리들의 도발로 호도하려는 술책임과 동시에 고도의 심리전이다. 당장 햇볕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느니 진보를 자처하는 아류들이 이지스체계를 조기 도입하자는 공론(여기에 관하여는 어떤 얼빠진 아류가 토를 달면 대양해군의 개념에 있어서 이지스와 그가 주장하는 국지전 억제력으로서의 이지스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려주겠다)이 이는 등 저들의 호전성을 우리들에게 전가할 구실을 바로 만들어 주고 있다. 간단히 말해 제들 흥분한다고 같이 흥분하면 결과적으로 잃을 것이 없는 북한보다 우리의 손실이 더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노당의 논평은 마치 NLL이 “무력도발로 이어질 필연성”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논리적 함정”까지 만들어 가며 오묘한 글을 쓰시는 머리 좋은 분이 나같이 머리 나쁜 놈도 되는 독해가 안 되시다니...

어휴, 지겨워. 또 조선일보를 보아야 하다니... 왜 한계례에서 노는지 모르겠다. 조선일보 가면 대접 좀 받을 것 같은데. 분명 나의 글에서는 <<물론 섣부른 단정을 논평으로 내놓은 부대변인의 불찰은 있겠지만>> 또 <<“시각의 상이함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고 말하며 예의 섣부른 단정을 반복하지만>>이라는 전제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가 ‘NLL이 무력도발의 필연성’을 옹호한 듯이 사기를 치고 있다. 앞 뒤 자르고 몇 구절 들춰내 딴지거는 행태가 꼭 조선스럽다. 안티조선 흉내 낸다고 모두가 안티조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서해교전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가 화해와 평화공존의 분위기가 위축되고 바로 조선처럼 냉전의 사고와 분위기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세력들에 의하여 ‘호도’될까 우려한 것이 진중권의 민노당 논평비판에 대한 나의 우려였다. 조선식으로 보복, 응징, 규탄해서 현실적으로 무엇이 남는가? 민노당의 명분은 남을 것이다. 이 점에서 진중권은 충분한 효과를 거두었다. 다시 나온 민노당의 논평을 보고 흡족하였을 것이다. 자신의 위력을 스스로 자만하면서 말이다.

북한에게 “윤리적 책임”을 묻고, 즉각 재발방지를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주장한다면 무에가 문제인데?

이 지긋지긋한 평화협정체결은 앞으로도 많이 남았다. 이제 내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어떻게 그 평화협정체결 하나 가지고 깨알 같은 글씨로 A4용지 일곱장을 채울 수 있는지 존경스럽다. 그 재주는 내가 인정안할 도리가 없다. 그러니 김정일체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와 남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이 어떻게 재발 방지를 담보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냐고? 제발 나나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을 위해 좀 알려주고 말하라고... 나, 그 말 좀 들으려고 줄창 읽고 또 읽는데 그 답은 어디에도 없다. 계속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해야한다. 이(현실적인 대안도 없는) 공허한 메아리만  빈들에서 울리고 있는 꼴이다. 아직도 지적해야할 오류가 무지 많다. 내 체력의 한계로 인하여 그만 두거나 재반론이 올라올 때 함께 끄집어내기 위해 한동안은 기억 언저리 아무 구석에나 처박아 두어야겠다. 다만 한 가지, 나의 생각을 무슨 독심술가인 양, 제 멋대로 신파를 늘어놓은 부분에 대한 지적으로 이 글을 맺으려 한다.

내가 언급한 <<욕망>>에 관하여 또 작문을 하고 있다. 하긴 그에게 욕망이론까지 다 알고 반론을 쓰라고 요구하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내가 말한 진중권의 욕망이란 민노당이 이제 제3당도 되었으니 그  책임과 위상에 맞게 북에게 곧은 소리도 하고 (진중권의 생각에)철없는 민족해방분파 혹은 주사파들도 이 참에 솎아내서 제대로 된 국민정당 혹은 ‘민노당 다운’ 민노당의 노선을 견지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진중권은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조급증에서 (그가 보기에 젖소부인 같은) 민족해방분파들이 주장하는 그 방식의 답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나는 한 것이다. 누누이 말했지만 자신의 속내를 그런 소심한 방법으로 드러내고 있기에(이것은 분명 나의 자의적 판단이다) 젖소부인류의 영화를 공공연하게 저질이라 비난해야 잘난 지식인인 양 행세하는 위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망하였다는 것이다.  

안철환이 내 글을 자신의 천박한 논리에 가두어놓고 지껄이는 것이 내가 ‘북한온정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북한온정주의자이다. 배고픔을 못이겨 국경을 넘나들며 생계를 해결하는 북한의 어린이(어린거지)가 안쓰럽고 목숨을 걸고 탈북하여 중국에도 있지 못해 몽골로 인도차이나로 필사의 도주를 계속하고 있는 북한난민동포들이 불쌍하여 어쩌지 못하겠다. 임신한 몸으로 그 아이만큼은 북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 필사의 침입을 강행했다는 이번 대사관 귀순자중 한 임산부의 절규가 가슴에 못 박힌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북한온정주의자가 아니라 북한애정주의 북한애착주의자이다.

그러나 안철환 말하듯이 북한을 노골적으로 변호하고 싶은 욕망에 몸을 태우는 북한온정주의자도 ‘잘못하면 주사파란 딱지가 붙을 것이 겁나는’ 그런 온정주의자도 아니다. 그런 의미라면 북한온정주의자라고 안철환은 말해서는 안된다. 안철환의 의도대로라면 나는 김정일의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북체제 온정주의자거나 말 돌릴 것 없이 나는 김정일을 친북하고 종북하는 주사파라고 말해야 한다.  

안철환의 용어의 혼동은 자기 스스로를 온정주의자로 만들고 만다. 긴 글 내내 아무데서나 튀어나오는 그 민중의 논리대로라면 안철환에게 북한온정주의자를 돌려주어야겠다. 주사파라 칭해지는 사상의 경향이 빠져있는 감상적 논리의 함정이 바로 안철환 같은 섣부른 민중의 논리에 교묘히 착근되어 있고 기생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진중권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민노당내에서 주사파 혹은 민족해방분파라 일컬어지는 그들과 연일 전투를 치루는 이유는 바로 안철환 같은 어설픈 민중의 논리가 무책임한 통일의 환상을 심어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대의 정신 차린 반론을 기대한다.  

끝으로 지난번 나의 글에 대해 '강만'이라는 네티즌이 제기한 ‘6.15 남북합의서’와 서해교전에 관한 나의 생각을 밝히겠다. 이 논지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바로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바로 진중권도 자유롭지 못한 바로 ‘동족’의 개념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개념을 버리면 이제 우리는 분단국가가 아니라 체제가 서로 다른 북과 남이 한반도의 반씩을 차지하고 존재할 뿐입니다. 내가 진중권에게 동족의 개념이 아킬레스건이라 말한 것은 그 버릴 수 없는 ‘동족’을  갈라놓고 있는 것이 북의 김정일지배체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분명히 극복해야할 명백한 대상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합니다. 북의 지배세력은 자신들의 세상이 동요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영구지배를 위하여 더욱 폐쇄적이고 호전적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사회적 통제와 군사력에 기반한 그들의 지배는 언젠가는 붕괴하거나 적어도 지금보다는 친민중(그들의 언어로 말하면 친인민적인) 정권으로 대체되리라 조심스럽게 짐작합니다. 그렇다고 단시일 내에 기대하기는 더욱 무망할 것입니다. 그들이 공멸의 최후수단을 선택하는 실성한 짓을 하지 않는 한은, 사실 이 땅에서 전면적인 무력도발은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이 나의 판단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서해사태에서 우리 공군기가 북의 함정을 요격하였다 할지라도 군이 우려한 대로 등산곳인가 어딘가 하는 곳의 지대함 미사일을 쉽게 발사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도발이 지난 1999년의 보복공격이라는 군당국이나 또는 다른 일각의 주장을 나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내부적인 문제, 이를 테면 탈북자의 속출로 인한 내부의 동요를 이번 서해교전 같은 도발을 통해 무마시키고 혹은 애국심을 고취시킴으로서 그들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효과와 함께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거나 자신들의 몫을 확실히 보장해주지 않는 한은 언제든지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시위를 하는 성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나는 그들의 술수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소중한 목숨이 몇 죽었으니 우리도 정당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단순한 접근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진한 부분은 다음 기회에 글로 답해 보겠습니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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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7/11 [01: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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