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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로 나선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
대체복무제도 입법을 위한 캠페인 및 서명운동 벌여
 
취재부   기사입력  2002/05/10 [14:40]
{IMAGE1_LEFT}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토론회나 대체복무제도의 입법청원 등을 중심으로 한 소극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여 대국민 캠페인 및 서명운동 등 적극적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남북화해의 가속화 및 58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문제 논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및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잇다른 보석결정 등 국내외의 환경변화에도 기인하지만, 무엇보다 1,600여 명 양심수들이 감옥에 갖혀있는 현실적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국민 홍보 및 서명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30여 개 사회단체가 소속된 '연대회의'뿐만 아니라 전국학생회협의회(전학협),  21세기진보학생연합, 사회당 학생위원회 등 학생운동 단위들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학생단위는 지난 5월 8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250만 대학인의 절반인 남성이 대학시절 군입대로 유무형의 피해를 입고 있으며, 대학으로 유입된 군 문화는 대학내 여성을 억압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며 "대학에서부터 시작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지지는 한국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군사주의 문화에 대한 본질적 도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인권문제는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대치 상황에 따른 한반도 평화의 문제"라며 "이같은 관점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10만인 서명운동과 각 대학별 양심적 병역거부 지지 운동 등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연대회의는 6월중으로 국회에 관련입법을 청원할  계획이며, 학생단위와 함께 5월 한달간 매주 수요일마다 대학로 등지에서 캠페인 및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할 것이다. 이외 대체복무법 제정을 촉구하는 다양한 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오는 22일엔 '국방부 인간띠 잇기 행사', 24일에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주관으로 그동안 침묵하였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한편 한국의 대학생들이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만드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을 위한 2002 평화인권문화제" [총을 버려] 행사를 열 계획이다. (문의 전화 02) 2123-3657  E-mail peace430@jinbo.net)



[연대회의가 마련 중인 대체복무법안 및 병역법 개정안 골자]

{IMAGE2_LEFT}- 병역법 제5조에 규정된 보충역의 일종으로서 '대체복무요원'에  대한 조항을 신설한다. 현재 보충역에는  '공익근무요원, 공중보건의사, 징병전담의사, 국제협력의사, 공익법무관,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이 존재한다. 대체복무요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 가운데 사회복지시설 봉사업무를 맡게 되며, 교육소집이 아닌 직무와 관련한 직무교육을 받는다.

- 대체복무 판정과 징계 등의 권한을 담당하는 대체복무위원회를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하며, 중앙위원회와 지방위원회로 구성한다.

- 대체복무의 신청사유는 종교적, 윤리적, 정치적, 평화주의적,  인도적 양심 등을 포괄하도록 한다.

- 대체복무 신청기간은 징병검사 후 입영기일  30일전까지로 두며, 이미 복무중인 자는 입영후 1년 이내에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 캠페인 참여 및 자료집(『이제는 말할 수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이 필요한 분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바랍니다. (평화인권연대 : 02-719-9086)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후원구좌 : 조흥은행 355-04-495957(예금주 최정민)
(이상의 내용은 인권운동사랑방 발행 [인권하루소식] 5월 9일자 이창조 기자의 해설을 재인용 한 것입니다-편집자 주)



"감옥에 갇혀 있는 1천6백여 병역거부자들에게도 이 따사로운 5월의 햇살을 비추어 주어야 합니다!"

사회봉사로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픈 어느 젊은이의 기록, 5월 8일 거리에서 / 오태양

오늘은 사람들과 함께 거리에 섰다.
대체복무제도 입법청원을 위한 5월 수요캠폐인이
시작되는 첫날,
대학로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대학생들과 함께
입법청원 서명도 받고, '대체복무제도 개선'이라는
글자가 담긴 파란색 풍선도 나눈다.
젊은이들의 거리 대학로답게
평일 낮인데도 연인들과 대학생들이 제법 있다.



사람들의 반응 또한 가지각색이다.
선하게 보이는 한 젊은 친구가 홍보판을 유심히 보길래
다가가서 '양심적병역거부라고 들어보셨어요?'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더니 뜻밖의 말이 나왔다.
'제가 집총거부자예요, 한달 전에 출소했어요'
순간 무척이나 반가워 선채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항명죄로 3년형을 받고, 안양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2년 4개월만에 가석방 출소 했다한다.
24살이라던 장씨성을 가진 그 친구는
대화 내내 못 믿겠다는 듯한 말투와 눈빛으로
떠듬떠듬 내 물음에 짧게 답하곤 했다.
자신이 군에 입영할 때만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병역기피자라는 온갖 비난이 빗발쳤는데...'
그렇게 감옥에 가는 것을 숙명처럼 여기고 출소해 보니
어느새 캠폐인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놀라울뿐더러 조금은 당황스럽기 조차 할 듯도 하다.

우리는 말이 끊어질때면
홍보판을 바라보기도 하고 하늘을 쳐다보기 했다.
나는 내내 슬프고 아렸다.
저렇게 선한 낯빛, 눈빛을 가진 친구가
꼬박 2년 4개월을 창살아래 매어있었다니...
그것도 법정최고형의 중죄인으로 말이다.
감옥에서 고생도 이만저만한게 아니었다 하면서
그곳의 이야기들을 할 때면 간혹
눈가가 불그스레 달아오르기도 한다.
아버지도 80년대 집총거부로 5년을 복역했다며
동생이 여자라서 대물림이 자신에게 그치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한다.
그 소박한 안도감 앞에서
나는 또 한번 무너진다.

길거리에 오래 서 있기에는 햇볕이 뜨거웠다.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 온 것이다.
망설이다가... '혹시 서명...'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해야죠!'하며 성큼 걸어간다.
볼펜을 잡은 친구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잠시 한숨이 새어나오는 듯 어깨가 한차례 들썩이고,
이내 손이 눈가를 훔치는게 보인다.
하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곤
'힘내세요, 우리 후배들은 감옥에 안 가게 해야죠'
라는 말 밖엔 다른 도리 없다.
만약 그가 그 자리에서 울었다면
나도 아마 부여잡고 펑펑 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느 대학생과 같던 그 친구처럼
양심적 병역거부자란 우리 주변의
너무나도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1만여명의 병역거부자들을
우리는 오늘처럼 길거리에서
너무나도 쉽게 마주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들이 다를바 없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인 것처럼
'총을 들지 않겠다'라는 신념 또한
지극히 평범한 양심이자 인간행위는 아닐런지.

짧은 만남 뒤로하고
그가 사람들 속으로 멀어져간다.
'친구, 고생했어...
하지만 우리 후배들만큼은 더이상
감옥에 보내지 말자구!'
지그시 입술 깨물며
나도 서명용지 움켜쥐고
다시 사람들 속으로 걸어간다.

더없이 화창한 오월,
그렇게 시작이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

* 사진 자료 중 기자회견 및 서명받는 장면의 사진은 전국학생회협의회(전학협)에서 제공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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