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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을 찢으면 왜 안되는데?
KBS 열린채널 방영불가에 시민단체 항의 줄이어
 
김주영   기사입력  2002/05/10 [12:43]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편성불가방침 내려

▲ 항의시위 중인 이마리오씨
지난 4월 12일 KBS 열린채널 시청자운영협의회는 진보네트워크 참세상이 제작하고 서울영상집단의 이마리오 씨가 연출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한 편성불가 방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와 문화개혁시민연대 지문날인반대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즉각 이 결정을 취소하고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를 방영할 것을 주장하면서 KBS 열린채널의 이와 같은 조치는 사전검열이며 국가권력의 기득권고수를 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5월 8일 KBS앞에서 열었다.

이마리오 씨가 연출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주민등록증제도에 대한 비판을 실은 작품으로 “국민들 모두에게 10손가락 지문을 찍도록 제도적으로 강요하며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그것이 키워드가 되어 수많은 개인의 정보가 축적되고 국가에 의해 관리되는 것은 분명 민주주의에 위반이며 그러나 분단이라는 상황에 의해 이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내면화의 과정을 거쳐왔다. 보이지 않는 국가권력에 의한 개인 통제의 핵심기제인 주민등록제도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라는 기획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관련기사]
차라리 닫힌 채널이라 말하라  /  참세상뉴스
KBS 열린채널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방영불가 결정  / 참세상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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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앞 항의시위모습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작품은 지난 2002년 1월 14일에 편성을 신청한 후 1월 25일 첫 번째 수정요구사항을 받았고 이에 대한 제작진의 의견을 운영협의회에 전달한 후, 3월 15일 두 번째 수정요구사항을 통보 받았다. 이후 수정요구에 대해 몇가지 요구사항을 수정하고 다른 사항에 대해 의견서를 첨부하여 보냈다. 그러나 운영협의회 측에서는 수정요구를 전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성불가를 의결하였다고 통보하였다.

이마리오씨는 항의집회에서 "영화를 KBS 열린채널 측에 편성신청을 한 후 3개월이나 지나서야 편성 불가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반복해서 내용적인 부분 그리고 제목에까지 삭제 및 수정을 요구한 것은 명확하게 검열이라 볼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열린 채널은 모든 국민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KBS 열린채널 측에서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 부분이다. 첫 번째가 비속어의 사용, 두 번째가 박정희 생가씬의 삭제, 세 번째가 제목의 순화요구이다. 하지만 비속어의 사용부분에서 실제로 사용된 비속어는 ‘개판, 미친놈, ~놈들’과 같은 실제로 TV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어이다. 그리고 박정희 생가 씬은 영화의 내용과 관련이 없는 것이므로 삭제 또는 대체하도록 하였으나, 제작자 측은 68년 지문날인 제도를 도입한 그 주체가 박정희였기 때문에 원인규명차원에서 필요한 씬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제목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것은 방송심의규정 제32조(준법정신의 고취 등)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제작진이 전문 변호인의 의견서까지 제출하는 등의 해명을 했으나 KBS 열린채널측에서는 명확한 반론도 없이 요구사항을 따르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편성불가 방침을 내린 것이다. 지문날인반대연대의 윤현식씨는 “이런 모습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이며 정부나 공공기관이 박정희가 벌여놓은 일들을 뒷수습하고 있는 듯한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면서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검열이다”라고 말했다.

주민등록증제도 문제있다?!

{IMAGE1_RIGHT}사실상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은 그 태생에서부터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현행주민등록제도는 치안상 필요한 특별한 경우에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도록 함으로 간첩이나 불순분자를 용이하게 식별, 색출하여 반공태세를 강화하기 위하여 박정희 군사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진제도이다. 이 제도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반공국가인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보기 드문 제도라고 한다. 한손가락 지문을 찍는 곳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17세이상 모든 국민이 10손가락 지문을 찍는 경우는 없다. 지문날인 반대연대 의 윤현식씨는 “지문날인은 만 17세 이상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10손가락 지문을 날인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국민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수동적인 국민으로 취습하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이번 일을 통해서 주민등록증 지문날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잘못된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고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이며 꼭 상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채널? 닫힌채널!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열린채널은 '시청자의 권익 신장'을 위해 제정된 새 방송법에서는 옴부즈맨 프로그램과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의무화하고 있다. KBS는 방송법 제정에서의 제정취지를 “이제 KBS는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의 견해를 직접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의 공공성을 실제적으로 구현하고자 이「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의 편성기준을 제정한 바, 원활한 방송을 위한 지침을 마련함으로써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자 합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내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하여, 사실상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큐인의 남태제씨는 “이 프로그램은 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의 소력을 통해 만들어낸 열린 공간의 획득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프로그램이 마련된 후에도 kbs측은 자신들의 보수주의 편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온 것처럼 보인다.”라면서 열린채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남태제씨는 작년에 KBS 열린채널에 ‘농가부채 특별법 그후 우리 농업의 살길은 무엇인가’라는 영화를 제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열린채널 규정에 ‘방영을 위해서는 제작자가 보험금 400만원과 보증인 4명을 세워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난 뒤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KBS에 들어 올 수 있는 손해배상에 대한 보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이 영화 이전 4편에 대해서는 전혀 보험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실제 그 영화의 제작자들도 보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남태규 씨는 보험을 들지 않았고 편성이 취소된 것이다. 이후 2개월뒤 보험관련 규정이 하향 조정되었으며, 보증인에 대한 규정도 간소화됨으로써, 남태제씨의 영화는 방영될 수 있었다.

열린채널 열려라 참깨

시청자참여를 넓히는 개념의 ‘퍼블릭엑서스’는 다른 나라에서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작에 불과하며, 제대로 개념정립도 안되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도록 심의규정도 모호하여 방송사의 입맛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은 방영을 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열린채널이 시민들에게 제약없이 열려있는 것이 아닌 닫힌채널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정책실장은 열린채널은 애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닫힌채널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오늘은 시작일 뿐이다. KBS 시청자위원회에 오늘 이의를 제기할것이며 위원회는 다음주 쯤에 회의가 열기게 되어 있다. 만약 결과가 좋지 않을경우에는 언론인권센타등에 도움을 요청해서 소송까지 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라고 말해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 사진 : 대자보 임규민 기자


[진보네트워크센터 성명]

"차라리 닫힌채널이라 불러라"
- KBS 열린채널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한 검열을 중지하고 즉각 방영하라!

지난 4월 12일 KBS 열린채널 시청자프로그램운영협의회는 진보네트워크 참세상이 제작하고 서울영상집단의 이마리오씨가 연출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한 편성불가 결정을 내렸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박정희 정권이 간첩을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1968년 도입한 이래 세계 어느나라에도 유래가 없는 국민통제수단으로 자리잡아 버린 우리의 지문날인 제도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 작품으로, 지난 [한국독립단편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한 이마리오씨가 연출한 작품이다.

진보네트워크가 이 프로그램에 대한 편성을 신청한 이후부터 시청자프로그램운영협의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검열을 시도해 왔다. 지난 1월 23일 1차 의결 때는 △한국과 같은 형태의 지문제도가 외국에는 없다는 것을 증명할 것 △주민등록제도가 파시즘적 제도라는 과격한 용어를 삼갈 것 △비속어를 순화할 것 △공무원의 얼굴, 이름 및 직함을 비공개하고 취재를 거부하는 장면도 비공개할 것 △박정희 생가씬을 삭제하고 다른 화면으로 대체할 것 등을 요구했다.
분명 이와 같은 운영협의회의 요구는 편성권자의 권리를 넘어서 내용에 대한 검열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와 연출자는 방송용임을 감안하여 운영협의회의 요구 가운데 △비속어는 "삐" 소리로 대체하고 △공무원 이름 및 직함을 '행자부 주민과 관계자'로 수정하여 익명처리하는 한편 화면을 뿌옇게 처리하였으며 △한국과 같은 형태의 지문제도가 외국에는 없으며 파시즘적인 제도라는 주장의 근거로서 세계 여러나라가 입법화하고 있는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과 1997년 외국의 신분증제도에 대한 내무부의 조사자료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다시 3월 15일 운영협의회는 △비속어 사용 장면을 아예 삭제할 것과 △등장 공무원이 방영에 동의하였음을 확인해줄 것과 △박정희 생가씬 삭제를 계속 주장하는 한편, 한술 더떠 △제목 중 "~찢어라"를 다른 언어로 순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진보네트워크와 연출자는 비속어 사용 장면을 삭제하는 데는 동의하였지만 나머지 요구들에는 응할 수 없음을 밝혔고, 제목 중 "~찢어라"가 방송심의규정에 저촉된다는 운영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수십페이지에 달하는 변호사와 법학 교수의 의견서를 제출하여 반박하였다.
무엇보다 처음 편성을 신청할 때 작품상의 내용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이에 대해 제작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서가 이미 제출된 상태였다. 그러나 결국 시청자프로그램운영협의회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해 편성불가 결정을 하였다.

이상의 자초지종에서 알 수 있듯이, 열린채널은 도가 넘는 검열을 자행하며 사회적인 논란이 예상되는 민감한 주제를 방영할 뜻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번 일로 열린채널에서는 지문날인 제도에 대한 비판이 금기사항이라는 것을 알았다.

문제는 결코 형식적인 것이 아니었다. 운영협의회는 시종일관 내용에 대해 트집잡기를 하였는데 그들이 마지막까지 문제로 삼은 것은 박정희 생가씬과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제목이었다. 우리는 지문날인 제도의 태생과 유래를 설명하기 위해 박정희 생가씬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지문날인 제도의 문제와 제목의 정당성에 대하여 다양한 자료를 제출해가며 증명하였다. 그러나 정성을 다한 논리적인 주장과 객관적인 자료가 어떤 규정에 어떻게 저촉되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거부당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유로 거부되고 나니 허탈하기가 그지 없다. 이런 억지에는 '열린채널'이란 이름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참에 차라리 '닫힌채널'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낫겠다.

진보네트워크는 열린채널이 검열을 자행한 데 대해 엄중 항의하는 바이며, KBS 열린채널이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한 검열을 중지하고 즉각 방영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상의 요구들이 관철될 때까지 법적인 대응을 포함하여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할 것이다.

2002년 5월 6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문화연대 논평]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는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한 '편성불가' 의결을 즉각 철회하라!
-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방송 편성불가 결정에 부쳐 -

지난 4월12일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이하 운영협의회)는 진보네트워크 참세상(이하 진보넷)에서 편성 신청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해서 '편성불가'를 의결하였음을 통보하였다.

진보넷에서 편성 신청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지난 2002년 1월 14일 편성신청을 한 이후, 1월 25일 첫 번째 수정요구사항을 전달받았고 이에 대한 제작진의 의견을 운영협의회에 전달(2월16일)한 후, 운영협의회로부터 3월15일에 두 번째 수정요구사항을 통보 받았다. 주된 수정요구사항은 비속어 사용, 주민등록제도가 악의적 제도라는 부분, 공무원 등장, 박정희 생가 신 삭제(첫 번째 수정요구사항) 및 제목의 순화(두 번째 추가 수정요구사항)였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비속어 등에 대한 지적에 "삐" 음 처리 및 흐린 화면 처리 등으로 요구사항을 수용하였고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영상물 내용에 관한 제작자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면서 운영협의회의 요구사항이 부당함을 전달하였다.

또한 제목 순화(제목 중 '∼찢어라' 부분에 대한 순화)에 대한 지적은 1차 수정요구에 없던 항목이 추가된 것으로 제작진은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나 이유, 근거가 없다는 점을 문제제기하며 이에 대한 충분한 해명을 요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협의회는 어떠한 해명이나 근거 제시 없이 최후 통첩을 보내듯이 "수정요구를 전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성불가'를 의결하였다"고 통보하였다.(4월12일)

지금까지 제작진은 운영협의회의 두 번에 걸친 수정요구사항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이를 수용하면서도, 영상물 제작 의도에 배치되는 요구사항인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의 제시로 수정요구사항의 부당함을 주장하였다.

특히 제작진이 "제목이 방송심의 규정 제32조(준법정신의 고취 등)에 위배된다"는 판단이 명백히 잘못된 판단임을 입증할 전문 변호인의 의견서까지 제출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운영협의회는 이에 대한 명확한 반론도 없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편성불가'를 의결하였다.

문화연대는 이번 운영협의회의 '편성불가' 의결 이유가 두 차례에 걸친 수정요구사항을 제작진이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분명히 운영협의회는 영상물에 대한 검열기구가 아니며 따라서 심의 과정도 신청 영상물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심의는 있을 수 없다. 특히 '편성불가'와 같이 극단적인 판단을 의결할 때에는 그만큼 명확한 근거제시가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운영협의회는 KBS <열린채널>이 퍼브릭 엑세스 채널로 기존의 공중파에서 다루지 못했던 영역의 다양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도록, 국민의 방송 제작 직접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 법적으로 구성되어진 협의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운영협의회는 본 프로그램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시청자들의 방송접근 기회를 용이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기구여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기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운영협의회는 시청자들의 방송참여를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퍼브릭 억세스 채널의 문화적 다양성, 개방성, 민주성 등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지난 해 프로그램 손해보증보험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이견이 있었을 때의 태도뿐만 아니라 이번 진보넷의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 대한 운영협의회의 태도를 보았을 때, 우리는 현재 운영협의회가 스스로를 <열린채널>을 위한 운영기구가 아니라 또 다른 검열기구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이에 문화연대는 운영협의회가 이번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편성신청에 대한 자의적인 '편성불가'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진정한 <열린채널>의 운영협의회로서 시청자들의 방송 접근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협의회로 거듭나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2년 5월 3일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지문날인 반대연대 성명]

열린 채널은 부당한 검열을 그만두고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를 즉각 방영하라!

21세기 방송의 독립발전과 함께 시청자의 권익 신장을 위해 마련한 시청자 직접 참여 프로그램인 KBS ‘열린채널’의 방송 편성과정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2002년 1월 14일에 감독 이마리오씨는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기획안을 KBS에 제출하였으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는 무려 3개월 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 끌기를 계속하더니 얼마 전 4월 12일에 결국 편성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러한 검열에 대해 이마리오씨와 한국독립다큐협회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기로 결의하였으며, 지문날인 반대연대 역시 ‘운영협의회’가 내린 결정에 대한 감독의 불복 선언에 동참하는 바이다.

편리하다고만 생각되는 주민등록제도가 알고 보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잘못된 제도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문제제기기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이것을 보여주기 형식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관련된 사실들을 빠짐없이 검증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이려고 함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감독의 결론은 현재와 같은 형식의 주민등록증은 필요가 없으며, 역사적으로 박정희에게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독의 주제의식을 반영하기 위해서 박정희 생가를 보여줌으로써 비판효과를 높이고, 제목을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고 한 것은 다큐의 문제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적절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는 방송법을 이유로 비속어 사용, 주민등록제도가 악의적 제도라는 부분, 공무원 등장, 박정희 생가씬 등에 대해 내용 수정을 요구를 해왔다. 이마리오씨는 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 다큐를 수정하고 자신과 단체의 의견서와 프라이버시의 의미, 외국의 사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였으나 운영협의회는 또다시 트집을 잡으면서 내용 재수정을 요청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이마리오씨는 본인의 다큐가 법적으로 특별히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는 변호사와 법학자의 의견서를 제출하였으나 ‘운영협의회’는 결국 방송 불가로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

자기 정보 결정권 차원에서 프라이버시 보호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개인 창작물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모든 검열 행위를 반대한다. 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지향하는 KBS가 시민의 민주의식 고취와 적극적 사회참여를 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형식적으로 가시적 성과들을 내세우면서 방해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개적인 의사 교환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공정한 합의가 아니라 사전검열이라는 비열한 수단을 이용하여 여론의 내용을 결정짓는 관행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이러한 오만한 권위에 결코 침묵으로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끊임없이 비판하고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KBS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를 기획한 본래의 취지에 맞게 보다 공정하고 열린 방송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발성과 창의성의 상징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사회에서 시민의 행동과 사고는 제한될 것이며, 나아가서 민주주의의 퇴보를 초래함은 자명한 이치이다.

2002년 5월 6일

지문날인 반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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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5/10 [12: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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