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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광기가 인간을 이렇게 만들었다
분노를 자아 내는 장면...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을까ba.info/
 
지오리포트   기사입력  2002/04/02 [17:21]
아래 사진은 지난 3월 28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 시 인근 콸란디아 이스라엘군 검문소를 지나던 팔레스타인 가족을 향해 이스라엘군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광경이다.
어린 아이가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아이에게 총 겨눈 이스라엘 병사.  ⓒ Mahfouz Abu Turk


무자비한 폭력이 지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날아든 이 사진을 보며, 지난 영화 한편을 떠올린다.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지난 1999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탈리아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한 이 영화의 배경은 후반부 배경은 2차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

잠시 줄거리를 되살려 보면,
유태인 출신 레스토랑 웨이터 귀도(로베르토 베니니 분)는 한 여교사와 사랑에 빠진다. 결혼에 이른 둘은 귀여운 아들 죠슈아를 얻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나치가 이탈리아에 진주한 뒤 귀도의 가족은 유태인 강제수용소로 내몰린다.

공포에 찬 현실을 아들이 느끼지 못하도록 거짓말을 한다...  

그 후 처참한 현실을 아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는 귀도의 필사적인 노력이 가슴 저미게 다가 온다.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귀도는 아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공포에 찬 현실을 곱고 여린 아들이 느끼지 않게 하려고…

자신을 비롯, 수용소에 갖힌 사람들이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라며 먼저 아들을 안심시킨다.

  
http://jabo.co.kr/zboard/

▲ 상을 타기 위해서는 절대로 독일군인에게 들키지 않아야 된다며 아들에게 당부하는 귀도.(사진 위)
독일군에 끌려갈 때 아들에게 장난임을 알리려고 익살스럽게 걷는 귀도.(사진 아래)
    

1천점을 제일 먼저 따는 사람은 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되는데, 아이들이 군인들에게 들키거나 엄마를 보고 싶다고 하거나 조르면 감점이 되니 조심하라며 신신당부한다.
수용소 규칙을 설명하는 무시무시한 독일군의 말을 엉터리로 번역하며 죠슈아에게 ‘모든 게 장난이며 게임’이라고 거짓말 한다.

그 사이 수용소의 다른 아이들과 노인들이 모두 가스실로 끌려간다. 독일군이 철수하기 전날 밤, 독일 군대가 여자들을 트럭에 태워 끌고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귀도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한다. 아들 죠슈아에게는 “오늘밤의 숨바꼭질에만 성공하면 탱크를 얻을 수 있다”며 안전한 곳에 숨겨놓고 절대로 들키면 안된다고 마지막 당부를 남긴다.

어설프게 여장을 한 채 여자 수용소에 숨어들던 귀도는 독일군에게 발각돼 끌려간다. 숨어 있는 죠슈아의 눈앞을 지나면서 아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다리를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익살스러운 걸음으로 ‘게임’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어린 생명에까지 총구를 겨누는 이스라엘 병사를 다시 한번 보자

죠슈아는 소리를 죽이며 킥킥 웃는다. 아빠의 당부대로 하룻밤을 숨어 지낸 죠슈아는 미군 탱크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아빠의 말이 맞았음을 알게 된다. 미군이 죠슈아를 탱크에 태우자, 1등상을 받은 것을 실감한다.
행군 중 죠슈아는 엄마와 상봉한다. 천진하게 엄마 품에 안긴 죠슈아는 아빠가 독일군에 살해된 사실도 모른 채, 엄마의 품에 안겨 환호에 찬 목소리로 자랑한다. “엄마, 우리가 이겼어…너무 웃겨서 배꼽 잡는 줄 알았어…”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먼 훗 날 알게 된 죠슈아는 그래서 ‘인생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 비극이 일어나기 전 단란했던 귀도의 가족.(영화 중)  

웃음과 유머가 듬뿍 스며든 영화지만, 아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귀도의 노력은 관객이 고개를 돌리고 싶게 만들 만큼, 애틋하고 눈물겹다.
어느 부모인들 그의 심정을 절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기에 부모의 손을 잡고 가는 어린 팔레스타인 아이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이스라엘 병사의 사진은 더욱 분노를 자아낸다.
겁에 질려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그 아이에게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어린 생명에까지 총구를 겨누는 이스라엘 병사를 다시 한번 보자.
전쟁의 광기는 인간을 이렇게 만들었다.

* 본 기사는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 http://georeport.co.kr/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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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4/02 [17: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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