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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마음이 아프냐', 국민은 '신난다'
공천반대 명단에 트집과 비난은 스스로 반개혁세력 입증한 꼴
 
양문석   기사입력  2004/02/07 [10:03]

총선연대가 한국정치를 폭격했다. 업무상 횡령 뇌물 수수 여성비하 지역감정 조장에 심지어 고속도로에서 역주행까지, 양심과 행동이 썩은 자들, 인간말종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자들이 더 이상 국가를 대표하지 못하게 시민들이 몽둥이를 들었다. 참다 참다 못해 더 이상 이런 작자들이 국회의원을 해서는 안된다는 시민들의 분노가 뚝방 터지듯 분출된 것이다.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이 정도는 수구언론 조중동도 동의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동중은 그냥 조중동이 아니었다. 확실히 모든 영역에서 달랐다. 최고 신문을 지향하고 있는 이들은 기사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신문들이나 방송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보였다. 대부분의 방송이나 신문들이 총선연대 낙천낙선 대상 명단 발표를 톱이나 1면 기사로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끝내 1면 할애를 거부했다.

▲조선일보 기사 "낙천대상자 민주당 비율1위...공정성 의문"  
©조선일보

무척 속상했던 모양이다. 누구나 같은 편이 욕먹으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알았지만, 감정분출도 비슷하게 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2-3등 신문 동아와 중앙은 똑같은 제목을 뽑았기 때문이다. 큰 제목은 <“野가면 철새고 與가면 텃새냐”>며 토씨 하나 따옴표 하나 다르지 않았다. 작은 제목도 마찬가지. 중앙은 <총선연대, 66명 공천반대…형평성 논란>, 동아는 <총선연대 공천반대 명단 형평성 논란>으로 작은 제목을 뽑았다. 총선연대, 공천반대, 형평성 논란 등의 용어가 동일하다. 중앙일보는 가판을 발행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동아의 제목을 중앙이 베꼈을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신문들의 심기가 무척 불편하다는 것과 불편한 심정을 토하는 용어도 그렇게 같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쌍둥이도 아니면서….

하지만 조선일보는 1등 신문으로 2-3등 신문과는 또 달랐다. 동아 중앙처럼 ‘형평성논란’ 수준이 아니다. <총선연대 공천반대 66명 발표 파문>에서 보듯이 아예 ‘파문’이다. 그리고 큰 제목도 선명하다. <野 “親盧엔 눈감고 反盧만 골랐다”>로 총선연대를 아예 친노그룹으로 몰았다. 사설에서는 ‘속상한 정도’가 아니라 점잖치 않게 노골적으로 ‘분노’를 담아낸다. 조선일보는 <낙선대상 선정 도대체 기준이 있는 건가>라는 제목 자체에 온갖 신경질과 짜증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내용 또한 “시민단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현실정치에 노골적으로 뛰어들려면 차라리 ‘시민’이라는 이름을 빼고 정치단체로서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며 순수성을 잃어버렸고 정치인의 팬클럽이라며 짜증을 낸다.

중앙도 사설에서 “‘좌파정권’ 발언은 문제가 되고, ‘수구꼴통’발언은 괜찮다는 것인가”라며 신경질을 내는 것을 보면, 색깔론 시비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가장 재미 본 집단에 대해서 한 마디 하지 않던 태도와 전혀 다른 모양새다. 가장 악질적으로 색깔론을 이용해 먹은 ‘수구세력’들의 억울함을 적반하장격으로 변호하는 중앙일보. 이렇게 보면 스스로 공정성을 운운할 자격이 없는데도 총선연대에게 공정성을 강요한다. 

항상 그렇듯이 조선과 중앙 사이의 샌드위치를 신세로 앞뒤 물불 똥오줌 못 가리는 동아가 또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 올 줄도 모르고 ‘생각나는 대로 써대는 사설’을 올렸다. “시민단체는 공익을 위해 몇몇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이지 국민에게서 어떤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를 ‘언론’으로 바꾸면 바로 동아일보류의 수구신문들을 언론학계에서 오랜 동안 주장해 왔던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같아진다.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독점하거나 모든 유권자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는 주장은 ‘정치인 평가’는 언론 특히 자신들만 가지는 특권인데 왜 남의 밥상에 시민단체가 기웃거리냐며 악을 쓰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리고 이들 수구언론들이 공히 지적한 내용은 ‘정권의 들러리’로 시민단체를 규정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의 공신력을 무너뜨려 유권자들을 미혹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열린우리당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님을 애써 눈감는다. 정치가 맑아지면 국가와 국민이 일차적으로 혜택을 보게 된다. 정치판에서도 열우당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이나 새로운 정당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왜 그들의 눈에는 열우당만 보이는 것일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총선연대가 지명한 66인의 자질과 도덕성 문제 등은 수구언론들도 간간히 지적한 내용이다. 한데 시대의 큰 물줄기를 가로지르려는 반동성을 집착하며, 의도적으로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를 찾기 위해서 눈알이 발개진 조중동의 ‘숨은 그림 찾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집단들은 ‘시대변화’ ‘시대정신’을 이해할 수 없는 수준만 다시 한번 고백하는 것이다. 짜증과 신경질이 씨줄로 날줄로 엮여 있는 조중동의 보도를 보면서 이들이 갖는 초조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들의 초조감을 통해서 정치개혁은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점 또한 분명히 인식하게 된다. 차라리 대세에 편승하면 될 것을…조중동의 스트레스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 논설위원

* 필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입니다.
* 본 기사는 <미디어오늘> '양문석의 뒤죽박죽'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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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2/07 [10: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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