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창씨개명에 앞장서는 얼빠진 기업들의 작태
 
이대로   기사입력  2002/03/14 [15:15]
하루가 다르게 기업들과 상품 이름이 미국식 이름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머지 않아 우리 기업과 상품이름 뿐만 아니라 사람 이름과 나라 이름까지 자연스럽게 미국식으로 바꿀 것 같습니다. 못된 싹은 일찍 뽑아야 하는 데 벌써 손대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말은 그 겨레의 정신이고 뿌리입니다. 그런데 우리 겨레의 정신과 뿌리가 썩고
있으며 뽑히는데 국민들은 무감각입니다. 우리 세대가 나서서 제 나라 말글 버
리기 못된 풍조를 바로 잡지 않으면 후손들로 부터 못난 조상으라 원망 들을 지
도 모릅니다. 아래 우리 말과 겨레를 걱정하는 분들의 글을 올립니다. 뜻있는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말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


나라 망치는 “창씨개명” 풍조 : 얼빠진 기업들의 사대주의적 이름 바꾸기 작태를 통탄한다
/ 서정수(한글문화 세계화운동본부 회장)


일제시대 나라를 빼앗기고 창씨개명까지 강요당하였던 기억이 생생한데, 지각없는 기업인들이 멀쩡한 우리말 이름을 외국어식으로 바꾸는 신판 창씨개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강제 당하지 않고 스스로 하는 창씨개명이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지난해 한국통신이 회사 이름을 “KT”란 영문자로 바꾸기 위해 400억 원가량을 들였다고 한다. 정부 투자 기업으로서 온 국민과 함께 자라온 국민의 기업이 우리 한글을 버리고 외국 글자 간판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니 뜻있는 국민들은 그 반민족문화 작태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포항제철이 POSCO란 영문으로 이름을 바꾸려다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고 한다. “포항제철”이란 이름으로 세계적 일류 기업이 된 마당에 국적 불명의 말인 ‘포스코’로 상호를 바꾼다니 그들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IMAGE1_RIGHT}이런 이름 바꾸기의 원흉은 SK와 LG, 두 회사이다. 앞의 회사는 그 기업을 5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유서 깊은 “선경”이란 이름의 발음만을 따서 영문자 SK라고 바꾼 것이다. 이는 영어 번역도 아니고 단지 한글을 영문자로 바꾼 것으로 반민족문화적 사대주의의 전형이다. “금성”이란 이름도 한때 가전업계에서 삼성을 앞지르는 세계적인 우수 제품을 생산하던 대기업명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LG라는 생소한 영문자 이름으로 바꾸었는데 그 뒤로 삼성과의 격차가 현저하게 되었다.

그들은 외국어 숭상의 구실로 “세계화”를 내세운다. 그러나 그들 기업은 이름 바꾸기 전에 이미 세계화가 된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들이다. 따라서 그런 창씨개명은 부질없는 짓으로서 국민의 자존심과 정서를 해치고 뜻있는 외국인들로부터도 주체성이 없는 사대주의적 작태로 비웃음을 살 뿐이다. 오히려 본래의 이름 그대로 세계무대에서 각광을 받도록 했더라면, 우리 국민의 자긍심과 사기를 높여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남의 상표를 빌려서 진출하던 후진국 기업의 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마치 미국 다국적 기업의 한 하청 기업처럼 행세하기를 자처하고 있으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름만을 외국식으로 바꾸어야 세계화가 잘 되고 경쟁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경영진은 큰 착오를 일으키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비근한 예로 “삼성”이 그 이름을 고수하고 있으면서도 그들 졸장부 기업들보다 훨씬 앞장선 세계의 일류 기업으로 온누리에 우리 이름을 떨치고 있지 않는가? 일본 혼다, 히다치, 닛산, 도요다, 산요 등 일본 기업들도 고유한 일본 이름을 가지고 제품과 실적으로 세계적 기업으로서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문제는 약삭빠른 이름 바꾸기가 아니라 그 기업이 쌓아올린 세계적 기업 활동과 실적이 세계 일류 기업을 만드는 근본이라는 자명한 진리를 왜 깨닫지 못하는가? 외국 이름으로 바꾸어 사이비 외국 기업처럼 비굴하게 행세하는 것은 결코 세계화의 바른길이 못되며, 다만 자긍심과 품위를 떨어뜨리고 그들을 성장시킨 우리 국민을 배반하는 행위로 낙인찍힌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들 일부 대기업들의 몰지각한 행태의 여파로 중소기업들에도 이름 바꾸기 유행병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고 있다. 이름을 바꾸면 세계화도 잘되고 대기업으로 성장한다고 맹목적으로 믿고 대기업 따라하기에 바쁘다. 어떤이의 조사에 따르면, 거의 반수의 상장 기업들이 외국 이름이거나 외국어식 혼종어로 기업명을 바꾼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러다가는 기업 이름에 관한한 우리 고유한 이름들이 모두 사라져 갈 날이 멀지 않을 듯하다. 자주국민으로서 얼마나 수치스럽고 가슴 아픈 일인가? 한글 간판이 없는 한국의 거리를 본 외국인들이 한국에는 한국 기업은 없고 외국 기업들만 있는 것으로 볼 것 아닌가!
동양 삼국 중에서 우리만이 이처럼 사대적 약소 국민의 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라와 민족 문화의 앞날을 생각하지 못하고 당장의 작은 이익을 좇아 자존심이나 주체성을 포기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일본에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수두룩한데, 거의 전부가 자국어 이름으로 세계화를 하고 있으며 더구나 중국은 대국답게 철저한 자국어 이름을 쓰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만이 그렇게 못나고 비굴한 약소 국민의 처지를 자초하고 있으니 비통한 일이다.

회사 이름을 우리 식으로 부르게 해 달라! / 김용묵 (한국과학기술원 학사과정)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나는 초등학교 영어 수업을 모두 영어로 진행하게 하려 하는 교육인적자원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은 비슷한 일 때문에 또 글을 쓰게 되니, 착잡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도대체 우리 나라에 만연해 있는 영어 유행병은 대체 언제쯤 사라지려나?

요즘 들어 유행처럼 번지는, 기업들의 '창씨 개명'은 우리식 이름을 부르는 사람을 '시대에 뒤떨어진 바보'로 만드는 반민족 행위이며,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춰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폭거이다. 회사를 실속 있게 운영할 궁리는 안 하고, 이미지 변화라는 명목으로 회사 이름을 얼치기 외국식로 바꾸고 간판과 명함을 바꾸는 데만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일부 기업을 보니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영어가 무슨 탈출구에 은신처라도 되나? 나는 새로운 "이미지"에서 신선함과 산뜻함은커녕, 현기증과 전율을 느낄 뿐이다.

몇 년 전 일이다. 기업은 브랜드 이름이 주는 이미지가 아주 중요한데, 우리나라 기업이 이미지에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어떤 외국 기업인이 신문에 글을 기고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글에서 하이닉스 반도체--우리식 이름을 버린 기업--를 '이미지 변신을 잘 한 예'로 들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 사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어느 의식 있는 외국 사람이, 제 나라 말을 버린 '하이닉스'를 비판하는 글을 쓸 정도라면 우린 정말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꼴이니까.

그러나 발음하기 쉽고 아름다운 소리를 지닌 낱말은 우리말에도 찾을 수 있고, 우리식 이름으로도 충분히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한자음을 딴 이름도 좋고, '소프트', '컴퓨터' 같은 우리말화한 외래어를 섞어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명칭마저 로마자로 적거나 미국식으로 발음하기 불편하면, 외국에 자기 기업을 소개할 때만 로마자 별칭을 쓰면 그만이다.

더구나 "영어 식 이름을 쓰지 않으면 국제화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이 될 수 없다"는 명제 자체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패배주의에 빠졌나? 왜 우리 식 이름으로는 살아남지 못하나? 자기 나라 식 이름도 떳떳하게 소개 못 하는 비굴한 기업을 세계가 과연 인정해 줄까? 밸도 없이 외국식으로 위장해서 돈만 많이 벌면 무슨 의미가 있나? 회사 이름을 애초부터 KT, POSCO라고 정했다면 또 몰라도(물론 이것도 막아야 할 일이다.), 이미 자국에서 멀쩡히 쓰이는 이름을 그 많은 노력을 들여가며 아주 없앴다는 사실을 알면 외국 사람조차 비웃을 것이다.

우리식 이름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식의 항변은 정말 졸렬한 핑계에 불과하고 말하고 싶다. 기업의 창씨 개명 유행은 절대 정상이 아니다. 회사명 변경을 끝까지 추진하려고 하는 기업인들은, 제발 자신들의 행동이 나라에 미칠 여파를 신중히 고려해 주기 바란다. 우리에게 우리 식 회사 이름을 되돌려 달라.

포항제철, 인천제철 따라하나? / 최재길  

얼마 전에 인천 제철이 회사명을 "아이앤아이스틸(INI STILL)"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더니, 이제는 포항제철도 포항시민과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뜻도 잘 알 수 없는 "포스코(POSCO)"로 회사명을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IMAGE2_LEFT}왜 이러는 걸까요? 회사 경영자들은 '영어는 국제어니까 회사 이름을 바꾸면 우리도 세계화로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일것이다, 회사 모습을 약간 바꿨으니 우리는 이제 더 돈을 벌겠지' 하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영어만 잘하면 다 된다'는 영어 만능 주의에서 나온 잘못된 생각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회사 이름에 대하여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과연 모두 다 뜻을 알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POSCO라는 말과 포항제철이란 말중 어떤 말이 더 가깝게 와 닿을까요?

한글을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연히 포항제철이란 말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겠죠. 일본을 보셨습니까? 일본에 있는 회사들이 우리나라처럼 회사 이름을 영어식으로 바꾸었답니까?
일본의 일류 기업들을 보세요. "닛산 자동차", "산요전기", "후지쯔", "도시바"... 전 이런 이름들을 보면서 "삼성전자"를 생각했습니다. 또 망해버린 "하이닉스"사도 생각했죠. 삼성전자는 컴퓨터 램을 만들어서 자기 나라 말로 된 회사명으로 얼마나 잘 팔고 있습니까? 삼성전자는 램 말고도 다른 반도체도 잘 만들어서 우리 나라를 일류 반도체 제조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매출과 회사명은 서로 거의 상관 없겠지만, 이 두 회사는 자기나라말을 내세웠나, 아니면 남의나라말을 내세웠느냐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제는 하이닉스 같은곳보다 삼성전자 같은곳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많다고 합니다.
앞으로 자랄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는 어른들이 이런 점에서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린이 들도 나중에 자라서 회사를 세울때 남의나라말로 된 회사명을 내세운다면 역시 그것도 안될 처사죠.

똑같이 반도체를 만드는 "하이닉스"사는 회사 이름을 외국식으로 바꿨지만, 정작 반도체를 외국에 제대로 팔지를 못해 망해 버렸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기 나라 말로 된 회사 이름을 내세우면서 물건을 팔아 성공했습니다.
한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문화를 다지고, 겨레의 얼을 다지는 상당히 중요한 존재 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회사들은 이런 것을 잘 모르고 있는것 같습니다.

남의 나라 말을 따라하지나 말고, 먼저 자기나라말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아 져야 겠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2/03/14 [15:1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