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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 누드 퍼포먼스가 성행위인가
공연음란죄의 음란이 되려면 성행위가 있어야한다
 
이승훈   기사입력  2003/03/12 [00:18]
지난 달, 인사동의 어느 화랑에서 맛사지용으로 개발된 신제품 요구르트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누드로 퍼포먼스를 벌였는데 검찰이 퍼포먼스가 공연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서 홍보기획자 등 관련자를 불구속기소 수사하였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표현의 자유의 침해가 아닌지에 관해 찬반 양론이 불거져 나왔고 KBS-2TV에서는 이 문제를 토론프로에서 다루기도 했다. TV 토론에서는 변호사와 문화평론가 등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왔는데, 우리 사회에서 음란성 문제가 익숙한 주제가 아니다 보니, 그리고 우리 형법학계와 헌법학계에서의 음란성에 관한 연구가 미미한 수준이라서 그런지 토론자로 나온 변호사들마저도 음란성에 관한 이해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토론이 진행되어 단지 이 문제를 일반인들이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관한 정보만 얻는 데 만족해야했다.

우리 형법상 음란에 관한 죄는 크게 음란물죄와 음란행위죄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음란물죄는 말 그대로 음란한 물건, 표현물에 관한 죄로서 음화 등 제조· 소지· 수출입죄, 음화 등 판매·임대 ·공연전시죄가 이에 해당한다. 형법 제 243조, 244조가 음란물죄를 규율하는 조문이다. 음란행위죄는 음란한 행위에 관한 죄로서 형법 제 245조가 규율한다.

그런데 형법 제 245조의 공연음란죄에서의 음란개념은 음란물죄에서의 음란개념에 차이가 있다. 음란물죄의 음란개념에 하나의 요건이 더 부가되어서 음란물죄에서는 그 물건이나 표현물에 음란성이 인정되는 데에 성행위가 관련될 필요는 없지만 공연음란죄에서는 음란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성행위, 즉 성교와 관련된 행위일 것을 요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방, 성기, 음모 등을 보여주는 수준에서는 공연음란죄의 음란성이 인정되지 않아서 공연음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TV 토론에서는 공연음란죄와 음란물죄 각각의 음란성에 대한 개념상의 차이를 간과하고서 토론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토론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이번 사안은 공연음란죄이기 때문에 문제된 행위가 성행위인가를 먼저 따져야한다. 물론 공연음란죄가 되기위해서 필요한 다른 요건들도 많지만 그 중 어느 한가지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무죄이고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을 수 있다. 이번 요구르트 누드 퍼포먼스는 성행위로 볼 수 있을까? 퍼포먼스 과정에서 성행위 (혹은 성행위와 관련된 행위)가 있었을까?

결론은 싱겁게 날 것 같은데, 당시의 누드 퍼포먼스에서 성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연기자에게 폭력과 야만, 공해, 세상 모든 악의 때를 상징하는 밀가루를 묻힌다음 그 밀가루의 때를 요구르트로 씻어내어서 인간본성을 회복한다는 내용의 퍼포먼스에서 어디 성행위가 있는가? 싱겁게도 결론은 무죄이다.

물론 그 퍼포먼스에 성행위가 있었다고 보는 해석이 전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누드 연기자의 몸에 뿌리는 마사지용 요구르트의 색과 모양이 정액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포르노에서는 사정장면을 보여줄 때 질내 사정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질내 사정의 경우는 남자연기자가 사정을 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자극적인 느낌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르노에서는 대부분 사정할 때는 여자연기자의 몸 위에 정액을 뿌린다. 그리고 여자는 정액으로 맛사지를 하는 연출을 한다. 맛사지용 요구르트를 몸에 뿌리며 요구르트를 문질러 밀가루를 벗겨내는 연출이 포르노에 나오는 체외사정과 정액 맛사지를 연상하게 한다고 해석하면 이번 누드 퍼포먼스는 공연음란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다. 공연 연출자나 연기자부터 시작해서 검찰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정액맛사지를 연상한 사람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것이다. 공연연출자와 연기자의 주관적 의도를 살펴볼 때 이러한 정액맛사지를 염두에 두었다거나 정액맛사지가 연상된다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가 없다.

아마도 단순히 포르노에서 정액맛사지 장면이 일반적이라고 하면서 요구르트 누드 퍼포먼스가 정액맛사지를 연상하게 한다고 하면 목욕탕에서 아주머니들이 흔히 하는 요구르트 맛사지도 정액맛사지를 연상하게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때문에 목욕탕에서의 요구르트 맛사지도 검찰의 입맛에 따라서 마음대로 공연음란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요구르트 누드 퍼포먼스에서는 성행위가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공연음란죄의 음란성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무죄가 된다. 이것은 학계에서는 통설이다. 다만 최근 대법원에서는 공연음란죄의 음란성 판단에 있어서 성행위가 있어야한다는 조건을 무시하는 판례를 내었는데 학설과 배치되는 판례 해석의 문제는 다음기회로 넘긴다. 아무튼 그러한 대법원 판례를 따르더라도 이번 요구르트 누드 퍼포먼스는 무죄가 될 것이라는 것만 미리 밝혀둔다. / 논설위원

자유... 백수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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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3/12 [00: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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