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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젊은 건축가의 풍경' 이색 전시회 화제
청담동 청담갤러리 '풍경으로서 건축' 사진전시회
 
김철관   기사입력  2002/10/28 [23:30]
{IMAGE2_LEFT}현재 청담갤러리(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는 이색 사진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화제가 되고있다. 바로 문성준(사진) 사진예술가의 '풍경으로서 건축'사진전이 바로 그것. 이색이란 여러 의미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곳 전시 작품은 작고한 한 젊은 건축가의 혼이 담긴 건축물을 사진예술로 승화시켰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 27일 오후 '풍경으로서 건축' 을 전시한 문성준 사진예술가가 자신의 전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000년 12월30일 자신의 작업장이자 스튜디오에서 유명을 달리한 신성윤 건축가의 한 많은 여정을 영상(사진예술)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문성준 사진작가는 1년간 대형카메라(4x5단)를 들고 신성윤 건축가가 생전에 감리를 맡은 건축물의 발자취를 찾아 나섰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촬영은 계속됐다. 27일 열린 '풍경이 있는 건축'이란 테마의 사진전시회가 끝내 결실을 보게된 것이다.

그는 고인의 건축물이 있는 곳이라며 어디든지 찾아다녔다. 그리고 계속해 셔터를 눌렀다. 주로 찾은 곳은 경기도 하남과 강원도 홍천. 신씨가 남긴 건축물 중 풍경으로서 건축물이 상당수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곳은 건축가로서 고인의 생활이 잔잔히 배어있고 그의 열정적 향취가 깃들어진 것을 느꼈다고 문씨는 술회했다.

문 사진예술가는 고인의 하나 하나 건축 작품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담기 위해 그림자를 넣는가하면, 강한 햇빛을 통해 그가 살아 생전에 갈구한 뭔가를 강인하게 사진으로 표현했다. 사진 작품 하나하나를 관찰하다보면 문씨의 숨은 뜻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는 아쉬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살아 생전에 신씨와 흉금을 털어놓는 대화의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고인의 마음을 송곳처럼 꿰뚫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 한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부족한 탓으로 돌렸다.

"그림속 건축물에 우뚝 서있는 그림자가 '신성윤'이다"(사진2) 라는 문씨의 말속에, 사진을 촬영하면서 고인이 된 신씨와 무언의 대화를 계속해 온 느낌을 받기도 했다. 문씨는 이날 전시된 작품들을 "사진과 건축의 만남이라기보다 조형예술로 건축을 표현했다"고 시인했다. 역시 영상예술가의 진면목을 확인시켜 준 셈이었다.

27일 오후 청담갤러리는 작고한 젊은 건축가의 여정을 담은 '풍경으로서 건축'사진전시회를 관람키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오가는 사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즉석에서 작품을 구입한 사람도 있었다. 작품속의 주인공 '신성윤이 누구야'부터 '작품 속에 뭔가 느낌이 온다' '풍경으로서 건축, 의미있는 테마다' 등 가지각색의 표현들이 쏟아졌다.

{IMAGE1_RIGHT}이날 관람을 온 배재대학교 공연영상학부 한무 교수는 전시회 느낌을 묻자 "사진을 통해 정적인 것이 동적이 되고, 동적인 것이 정적인 것이 되는 미묘함을 느꼈다"고 문씨의 작품을 나름대로 함축했다. 또 신성윤 작품집 출판위원장을 맡은 배재대 김종헌 교수는 "문성준 사진과 신성윤 건축과의 농밀한 교감의 표현"이라고 전시회의 느낌을 표현했다. 문씨는 작고한 신씨의 감성과 의도, 건축물의 섬세한 디테일까지 흑백화상에 담으려고 노력했었다고 전했다.

이곳에 전시하지 못한 문씨가 촬영한 고인의 건축작품은 27일 'Space in Detail'이란 제목으로 책으로 발간됐다. 신성윤 문화재단에서 발간한 이 책은 28일 오후 6시, 청담동 갤러리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문성준의 '풍경으로서 건축'사진전시회는 오는 31일(목)까지 계속된다.

▶ '풍경이 있는 건축'전의 한 작품속에 그림자가 삽입돼 있다. 이 그림자의 주인은 '고 신성윤 건축가'며 '건축물의 역동성을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문씨는 전했다.

한편, 문성준 사진예술가는 59년 서울 출생으로 니혼대학교 사진학과와 동 대학원 영상예술학과를 졸업했다. 91년 일본 동경올림퍼스 홀과 일본문화원 실크갤러리 등 3번의 걸쳐 개인전시회를 열었고, 그룹전시회에도 수많은 작품을 출품했다.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에 출강했고, 서울 애드커뮤니케이션(주)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한국사진학회회원, 일본사진학회정회원, 한국기초조형학회이사, 일본기초조형학회 정회원이며, 현재 배재대학교 공연영상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작고한 건축가 신성윤씨는 63년 서울출생으로 고려대 공대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종합건축사무소 가람건축 및 원정건축에서 근무했고, 94년부터 2000년 12월 30일 작고할 때까지 진화건축 대표 건축사로 일했다. 하남동 하우스, 이천훈 산부인과, 미사리카페, 상계동미도파 등 다수 건축물을 설계했다. 생전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건축물 감리에 참여했다. 경기대와 서울산업대에 출강했고,호서대학교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2000년 12월30일 하남시 자신의 작업실에서 아쉬움을 남긴채 과로로 유명을 달리했다. / 논설위원


[고 신성윤 건축가와 대학 동료이자 친구인 김종헌 교수가 고 신성윤건축가에 대한 애정을 글로 담았다]

<삶의 미세한 흔적을 담아내는 그릇>

20세기 마지막을 보내던 2000년 12월30일
건축가 싱성윤은 그가 설계한 현장임과 동시에 그의 작업장이었던
하남시 스튜디오에서 그의 세속적 삶을 마감했습니다.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가 살아온 궤적과 건축작품은
우리들 가슴속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이 전시회은 건축가 신성윤의 치열한 삶과
건축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건축은 삶의 전부였고
모든 생활이 건축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가 좋아하던 시계나 공구, 사람들과의 우연의 만남
모두가 건축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이야기로 시작이되던 간에
그가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의 끝은 건축이었습니다.
그의 모든 생각은
건축을 위한 것이었고
하나 밖에 없는 자신의 몸조차
자신의 건축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이 전시회는 단순한 건축작품 전시회가 아닙니다.
건축가 신성윤의 삶을 조명한 전시회입니다.
그의 예민한 눈은
항상 아름다운 것을 찾아 나서는 사냥꾼의 눈이었습니다.
그의 힘찬 외침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려는 선구자의 외침이었습니다.
그의 두터운 손은
무엇인가 새롭게 만들어 내는 마술사의 손이었습니다.

그의 거친 표정과 말투에는
세상을 보는 따뜻함과 섬세함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가 있던 곳에서는
진부했던 곳에서도 새로움과 흥미로움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은 그의 삶을
건축으로 풀어내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는 아마도 지금쯤 아무런 제약없이 자유롭게
그의 건축적 생각을 구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space in detail'
이란 제목의 책은
건축가 신성윤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책이 아닙니다.
다만 그의 모든 삶은 건축을 통해 이루어졌기에
그가 구현한 건축 속에서
고스란히 그리고 세밀하게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유난스럽게도 건축의 세부 디테일에 집착을 했습니다.
그는 또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담긴
미세한 표정을 읽어내기를 좋아했습니다.
그것은 사소한 일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아나가는
자신의 삶의 방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디테일은 삶에 대한 미세한 흔적이었고
그의 건축은 삶의 미세한 흔적을 담아내는 그릇이었습니다.

김종헌(건축가, 신성윤 작품집 발간위원회 위원장, 배재대학교 건축과 교수)


[고 신성윤 건축가 누나의 메시지]

진정한 건축가는 건물을 하나씩 지을때마다 죽음을 경험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말하는 대신 건물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동생 신성윤은 그런 의미에서 건물을 하나씩 새로 지을 때마다 죽음을 경험했을 것이다. 건물과 공간이 요란하게 말하게 하기보다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과 그것을 보는 사람을 통해 건물이 그 삶을 유지하도록 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그이 진정한 동료는 그의 건축주와 그가 지은 건물에 훗날 거주할 사람들이었다.
동생이 우리와 함께 있을 때 난 눈에 보이는 그의 모습을 알았다. 건축적인 것이든 다른 것이든, 이제 동생을 볼 수없게 되면서 나는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있다. 그의 건물들과 조용한 선행들. 그리고 이룬 꿈과 아직 못다한 꿈들. 고요히 그러나 찬란하게 타오르는 동생의 모든 꿈과 생전의 현실들을.
공간과 건축을 통해 그는 세상과 말하려 하였음을 나는 이제 알았다. 아름다움이나 인간의 영혼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돈과 힘만을 쫒으려 하는 세상과 말이다.이제 동생은 빛과 아름다움, 평화의 나라로 돌아갔다. 자신의 건축의 궁극적 근원인 그 빛의 나라로. 그리고 그가 지은 건물은 남아서 끊임없이 이 세상에 말을 걸고있다. 어떤사람들은 삶을 통해서보다 죽음을 통해서 더 많이 자신을 알린다.내 동생 신성윤은 바로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그는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고, 우리의 하루하루 삶에서 보이지 않지만 자신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그가 없다는 건 너무 큰 슬픔이다. 신경숙(연세대 영어영문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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