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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에 있으나마나한 국회의원 죽여야"
장애인 실업자, 60대 행인 국회의원으로 오해 흉기로 찔러
 
김광선   기사입력  2004/01/06 [12:14]

정치가 우리사회의 '공공의 적'임이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회의원들이 정치를 잘못해 경제가 나빠졌다고 생각한 장애인 실업자가 정장차림의 60대 행인을 국회의원으로 오해하고 흉기로 찔러 3년간 징역을 살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박해성 부장판사)는 6일 60대 행인을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52살 김모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압수한 흉기 1점을 몰수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16일 밤 10시쯤 술에 취해 경기도 부천시 모 시장에서 흉기를 구입한 뒤 머물고 있던 여인숙으로 돌아가다 양복과 안경 차림을 한 61살 심모씨를 국회의원으로 오해하고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척추장애인인 김씨는 지난해 4월, 15년 넘게 일해온 플라스틱 사출 성형업체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고된 뒤 넉달이 넘게 재취업을 못해 생계는 물론 임시 거처인 여인숙 숙박비도 내지 못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김씨는 그해 9월 돈이 없어 사흘간 굶고 부천시청에 장애인 복지시설을  문의했지만 복지시설이 없다는 답변을 듣자 '국회의원들이 자기들끼리 싸움만 하며 세금을 축내고 수십억원씩 부정한 돈을 받아쓰고 나처럼 어려운 국민을 보살피지 않고 있다'며 '이 세상에 있으나마나한 국회의원을 죽여 없애버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김씨는 같은해 9월 16일 밤 후배에게 소주를 얻어 마신 뒤 10시께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자유시장에서 흉기를 구입, 양복과 안경차림의 신모(61)씨에게 "당신 국회의원 맞느냐"고 묻고는 다짜고짜 옆구리를 찔러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떨어진 점 등을 감안해 '심신 미약'으로 인정하면서 '5년이상 무기징역'까지 형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징역 3년으로 줄여 선고했다.

총선 100일을 앞두고 현재 정치권은 '대선자금 파문', '밥그릇 싸움', '물갈이 파문'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특히 대선자금 파문이 발생했을 때만해도 정치권은 너도나도 정치개혁을 앞세우면서, 세상을 바꾸려고 달려들곤 했다. 하지만 2003년을 마치면서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을 두고 '밥그릇 싸움'으로 일관했고, 또한 최근에는 '물갈이 파문'에 휩싸이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마도 국민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씨가 진짜로 국회의원을 찔렀다면, 재판부는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궁금하다.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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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06 [12: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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