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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감독 "전통예술의 화려함과 인간 내면의 복합성 담았다"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의 신작 '국보', 가부키 배우의 삶을 영상으로 담아
 
임순혜   기사입력  2025/09/23 [23:11]

재일교포 3세인 이상일 감독이 신작 '국보'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되어 부산을 찾았다.

 

영화 '국보'는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가부키 배우의 삶, 혈통과 ·재능, 정체성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영화로, 일본에서 개봉 102일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해 실사영화 중 역대 흥행 2위 기록, 수익 약 142억 엔을 올린 영화다.

 

▲ 영화 '국보'가 상연 된 후, 9월21일 오전, 영화의 전당 비프힐 1층 기자회견장에서 주연배우 요시자와 료와 기자회견을 가진 이상일 감독  © 임순혜


영화 '국보'가 상연 된 후, 9월21일 오전, 영화의 전당 비프힐 1층 기자회견장에서 주연배우 요시자와 료와 기자회견을 가진 이상일 감독은 "솔직히 말해 상상도 못 했다. 왜 이렇게 많은 분이 보셨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아마도 가부키라는 전통 예술이 대중에겐 친숙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 발견의 즐거움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고 흥행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답했다.

 

감독은 또 "배우들이 1년 반 동안 춤과 동작을 연습하며 실제 무대에 설 수 있을 만큼 준비했다. 그 열정이 관객에게 전해진 것 같다"고 말하고, 2000년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와 비교하면 영화제가 많이 성장했다.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어 뜻깊다"고 덧붙였다.

 

▲ 영화 '국보'가 상연 된 후, 9월21일 오전, 영화의 전당 비프힐 1층 기자회견장에서 주연배우 요시자와 료와 기자회견을 가진 이상일 감독     ©임순혜

 

주연 배우 요시자와 료는 "크랭크인 하기 전에는 어떻게 아름답게 보일지 준비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감독님께서 단지 아름답게만 춰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하면서 어떤 불순물 없이 자신의 감정을 전부 다 밖으로 표출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그런 장면을 여러 번 도전해서 찍었다"고 회상하고, "한국 관객의 질문이 깊이 있었다. 영화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는 감회를 전했다.

 

▲ 영화 '국보'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이상일 감독은 이전에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악인', '분노'를 영화화한 바 있으며, 이번 '국보'는 세 번째 협업 작품이다.

 

감독은 "'악인'과 '분노'가 살인 등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국보'는 예술, 가부키를 중심으로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것, 그로 인해 얻는 것과 잃는 것, 그리고 가부키 혈통을 타고난 인물과 외부에서 온 인물 간의 차이 등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화려한 무대와 고전 예술의 형식을 스크린 위로 불러내지만, 동시에 피와 이름이 주는 무게,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질문한다. 이상일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경험과 연결되는지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건 관객의 상상에 맡기겠다"면서도 "나는 늘 사회의 변두리, 아웃사이더에 눈이 간다"고 밝혔다.

 

▲ 영화 '국보'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국보'는 일본 가부키 명문가에서 태어난 한 인물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전통, 혈통, 재능, 그리고 정체성의 무게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작품으로, 영화는 원작의 심리적 밀도와 서사 구조를 충실히 스크린에 옮기는 동시에 시각적·극적 요소를 강화했다.

가부키 무대의 시각적 화려함, 무용·춤·분장 등 시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 안에 들은 질투, 위계, 자아 탐색 등 내적 드라마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대중성 흥행이 가능했던 건 이 균형 덕분일 것이며, 영화는 단순한 옛것의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재발견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영화 '국보'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국보'의 가장 큰 시각적 성취는 가부키 무대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점이다. 주연 배우 요시자와 료를 비롯한 출연진은 1년 반 이상의 춤과 동작 연습을 거쳐 무대의 움직임과 표정을 완전히 흡수했다.

 

카메라는 단순히 공연 장면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내적 심리와 관객의 시선을 동시에 연결한다. 화려한 분장과 장엄한 무대 장치가 스크린 속에서 긴장감 있게 살아나면서, 관객은 전통 예술과 인간 드라마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 영화 '국보'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영화는 전통 예술과 현대 영화적 감각의 결합을 통해 ‘예술가란 누구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던지고 있다. ‘누구의 아들로 태어났는가’, ‘어떤 유산을 이어받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주인공 키쿠오는 가부키 명문가의 자부심과 그로 인한 부담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며, 예술가로서 자신의 길을 모색한다. 피와 이름이 주는 책임과 기대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전통예술의 영속성과 개인적 선택 사이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인물의 내적 갈등은 극적 긴장뿐만 아니라 현대 관객에게도 공감 가능한 심리적 울림을 준다.

 

▲ 영화 '국보'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국보'는 전통예술을 현대 스크린으로 옮기는 동시에, 보편적 인간 경험을 담아 관객과의 정서적 연결을 시도하는데, 성장과 자기 탐색, 가족과 혈통, 사회적 위치에 대한 질문은 일본 관객뿐 아니라 아시아와 전 세계 관객에게도 충분히 울림을 준다. 

 

'국보'는 전통과 현대, 무대와 스크린, 개인과 집단의 균형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이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정교한 연출, 배우들의 육체적 몰입은 관객에게 단순한 관람 경험을 넘어 자신과 전통, 그리고 시대를 사유하게 만드는 힘을 제공한다.

 

'국보'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통해 단순히 일본 영화의 흥행 성공을 넘어, 전통 예술의 화려함과 인간 내면의 복합성을 동시에 담아, 아시아 영화계가 주목하는 문화적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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