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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카드대란 공습, 우울한 연말
광우병 파동에 한국증시 직격탄, 카드대란 신용불량자 급증
한칠레FTA 통과 '농민 주름'깊어져, 재산세인상 솜방망이로
 
홍성관   기사입력  2003/12/27 [00:02]

안녕하세요, 브레이크뉴스 독자 여러분.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홍성관 기자입니다.대자보와 시대소리의 통합으로 더욱 강력하고 새로워진 브레이크뉴스의 지면에서 여러분을 만나뵙기를 바라며 새해에는 보다 열심히 뛰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2003년 한해도 며칠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해 계속된 경기 침체로 인해 여러분의 주머니에 찬바람만 불고, 송년(送年)이 아니라 망년(忘年)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요. 힘들었던 한해였지만, 나름대로의 즐거웠던 일들도 떠올리면서 술보다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연말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한 주간의 경제소식을 간추려 전해드리는 홍성관의 경제레터 첫회,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한 주간 우울한 소식이 참 많았습니다. 조류독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광우병 소동까지 일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얼어붙은 소비시장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LG카드에 이어 외환카드까지 현금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은행에서는 아예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보고서를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와 지자체간에는 재산세 인상을 놓고 힘겨루기를 펼쳐 빈축을 샀습니다. 한ㆍ칠레간 FTA가 체결됐고, 쌍용자동차는 중국 란싱그룹에 팔리게 됐습니다. 또 05년부터 집단소송제가 실시되기로 확정돼 분식회계를 일삼아 온 대기업들의 발걸음은 바빠질 전망입니다.

조류독감 확산, 광우병 소동 "대체 뭘 먹어?"

▲조류독감으로 인해 폐기되는 오리 

지난 한주에 경제분야를 휩쓴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조류독감의 확산과 광우병 소동일 것입니다.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견된 조류독감은 충남에까지 급속하게 번지면서 전국을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오리, 닭 등의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고, 관련업의 주가도 폭락했습니다. 농림부에서는 완벽한 방역체계를 갖추었다고 하지만, 조류독감의 전염원인이 철새로 알려져 있어 방역체계의 유효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광우병 파동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이 전체의 40%를 넘어서고 있어 파급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미국산 쇠고기를 검역도 거치지 않고 유통시키고 있다는 논란이 빚어지면서 농림부가 수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일단 확실한 검사가 끝난 후에 수입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미 시장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돼지나 한우, 생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 가격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편 보건부가 5~10분간 익힌 오리나 닭은 조류독감의 우려가 없다면서 오리고기로 회식을 하기도 했지만,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을 떨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럼 무슨 고기를 사먹으라는 거야?’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돼지고기 매니아인 저로서도 고기값 인상은 염려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육식만 하시던 분들은 이 기회에 채식으로 식단을 바꿔보는 것은 어떠신지... 저는 글쎄요, 돼지고기 사재기라도 해야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주식시장에 산타는 없었다

지난 19일 811.20P로 시작한 종합주가지수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26일 788.85로 마감되면서 790선 밑으로까지 후퇴했습니다. 광우병으로 인해 미국증시가 불투명해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가 이어졌고, 한국증시도 조류독감의 탓으로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연말 분위기로 인해 많은 외국 투자자들이 휴식기에 들어간 탓에 다음주에도 이 약세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원래 주식시장에는 12월에 산타가 오지 않으면 1월에 곰이 온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소비가 늘어 산타랠리(Santa rally)가 생기지 않으면 주식시장의 약세를 뜻하는 곰(bear, 강세는 황소 bull로 비유)이 온다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그다지 소비품 매출이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매장의 실적이 전년에 비해 떨어졌고, 심지어 아들의 선물을 구하기 위해 장난감을 훔쳐야 했던 아버지가 양산되는 시절이니 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1월에는 ‘1월효과’가 있기 마련인데, 신년에는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8일만에 오름세로 오르면서 26일 장을 마감해 43.25P를 기록했습니다.

그래도 올해 한국증시는 꽤 괜찮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증권거래소는 올 들어 이달 19일까지 주요 19개국 20개 거래소시장의 주가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29.26%로 7위를 기록했다고 22일 밝혔습니다. 그간에 워낙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했기 때문에 이만큼의 상승이 있었던 것이지, 특별한 실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카드 현금서비스 다음주에도 언제 중단할지 몰라

다음주 눈여겨봐야할 것 중에서 LG카드와 외환카드를 빠뜨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카드회사들의 사태 해결을 놓고 채권은행들의 두뇌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태가 해결되기 보다는 막다른 지점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헐값으로 더 크게 먹겠다는 속셈인데요. 몇 개의 채권은행만 부담을 지고 나머지 채권자나 주주들이 무임승차하게 된다는 은행들의 항변도 있지만, 사태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외환카드의 경우도 외국자본과 노조사이에 벌어지는 힘겨루기가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 않구요. 이래저래 카드 이용고객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신용불량자가 작년에 비해 100만 명이나 늘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LG카드와 외환카드가 현금서비스를 중단했던 여파로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카드빚으로 고생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한파보다 더 추운 연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은행, 한국은 선진국 되기 힘들다는 보고서 내놔

한국은행에서는 아예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어마어마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지난주에 대부분의 경제관련 기관들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를 낙관하는 전망을 내놓았었던 것과는 상반되는데, 보고서는 기술모방과 규모 확대 위주의 우리나라 성장전략이 이제 한계에 봉착했으며, 대신에 기술혁신으로 의식과 정책을 바꿔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문제제기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말로는 하기 쉽지만,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것이 또 의식과 정책의 전환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90년대 중반 이후로 선진국과의 소득격차를 줄이지 못했다고 지적했지만, 단기적인 투기성 자금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겪는 통에 GNP 늘릴 여력이 없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구요. 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정부나 기업, 개인 등의 경제주체들이 어떤 방향으로 의식전환을 실천해 나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재산세 인상, 정부ㆍ자치단체 짜고치는 고스톱 '우리는 서울시민'

우울한 소식에 이어 많은 수의 소시민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정부 재산세 인상안이 확정되었는데, 당초 계획했던 것에 비해 인상폭을 크게 낮춰 '혹시나'했던 기대를 '역시나' 꺾어버렸습니다. 강남지역의 경우 당초 최고 7배까지 재산세가 오를 것으로 추산했는데, 5~6배 수준으로 완화됐습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워낙 심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확정안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반대입장을 고수하다 수용하기로 하는 등 시끄러운 소란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치단체장들이야 표심(票心)으로 인해 그렇다쳐도, 정부가 재산세 인상의 목적이 명확했다면 보다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편으로  정부의 관계자들도 역시 서울 의 잘사는 주민이기 때문은 아닌가 의구심도 듭니다.

05년 집단소송제 실시, 분식회계 일삼은 대기업 "꼼짝마라"

2005년부터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시행됨에 따라 그간 분식회계 등을 일삼아 온 대기업들이 느닷없이 연말에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추측입니다. 그동안 분식회계 되었던 것을 꿰어 맞추려고 하는 것을 공공연히 내보일리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한 소행만 보아도 이미 기정사실화된 추측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ㆍ칠레 FTA 비준 통과, 농민들 주름 늘어  

▲한ㆍ칠레 FTA 비준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집회모습     ©서태영
그간 진통을 겪었던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비준동의안이 2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전격 통과됐습니다. 아마도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FTA 이행 지원특별법과 함께 일괄 처리될 전망입니다. 가결된다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됩니다. FTA 체결로 한ㆍ칠레 양국간 자동차, 휴대폰 등 2450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나머지 품목들도 단계적으로 철폐됩니다. 반면 칠레산 농산물의 전격적인 수입으로 포도재배 농가를 비롯한 우리 농가의 피해는 막대해질 것으로 보여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무턱대고 자유화가 좋다며 열어 제끼기보다는 충분한 준비와 검토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번주 일본과의 FTA 협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특별히 반대하는 세력이 없다고 해서 무작정 진전시켰다가 나중에 돌아오는 피해는 시쳇말로 빼도박도 못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쌍용차 결국 란싱에게로

쌍용자동차가 결국 중국의 란싱(藍星)그룹에 팔려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쌍용차 채권단은 2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란싱(藍星)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란싱그룹은 이후 쌍용차에 대한 본격적인 정밀실사를 벌인 뒤 내년 3월전까지 본 계약을 마무리 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란싱그룹이 부적격입네, 하고 떠들썩하던 외신보도 등의 해프닝도 일단락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자동차 선진 기술이 향후 무서운 경쟁국인 중국에 넘어가는 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입니다.

산업부분에서는 국내 섬유 수출이 세계적인 경기회복 지연과 중국의 저가 수출, 수출 단가 하락 등의 여파로 감소하면서 올해 섬유 수출 규모가 13 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경기가 어렵긴 어렵나 봅니다. 각 기업들은 이번 신정연휴기간에 대부분 빨간날만 쉬기로 했다고 합니다. 신년이라고 주는 보너스도 전년에 비해 얇아질 전망이라니, 샐러리맨들의 새해는 이마에 늘어난 주름 하나뿐만 아니라, 마음의 시름 하나 늘면서 시작하게 생겼습니다.

그래도 첫 회인데, 별로 좋지 않은 소식으로만 뵙는 것 같아 마음 한켠 씁쓸해집니다. 하지만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마음으로 털어버릴 건 털어버리고, 가져갈 건 가져가면서 힘찬 새해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홍성관의 경제레터,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브레이크뉴스 독자 여러분~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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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2/27 [00: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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