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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무승부, 안심하기 이른 벤투호의 과제
[김병윤의 축구병법] 비효율적 빌드업, 변화없는 전술, 언제 변할 것인가
 
김병윤   기사입력  2021/10/13 [21:00]

경기는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따라서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발전 없이 여전히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하고 있다면 문제는 다르다. 바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벤투호 이야기다. 한국 축구는 10연속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20188월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52 이하 벤투)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 지휘봉을 맡겼다. 벤투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경기 지배에 기반을 둔 빌드업 축구 철학을 내세우며 남미의 코스타리카(2-0 )를 상대로 한 데뷔전을 비롯하여, 강호 칠레(0-0 ), 우루과이(2-1 ), 콜롬비아(2-1 )와의 국내 평가전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11경기 무패(74) 가도를 달려 희망을 부풀렸다.

 

하지만 이후 벤투호는 첫 공식 시험 무대였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8강에 주져 앉으며 한국 축구 59년 만의 정상 도전에 찬물을 끼얹었다. 뿐만 아니라 벤투호는 올해 310년 만에 개최된 한. 일 친선 경기에서도 역대급 졸전 끝에 치욕패(0-3 )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벤투호의 이 같은 양면성의 경기력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벤투 감독의 비효율적인 빌드업 축구 철학은 물론 고집스러운 선수 선발과 더불어 변화 없는 전술, 전략과 무관치 않다. 무릇 지도자는 발전을 위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이 실전 경기에서 그대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지도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말이 앞서는 비전만을 내세운다면 경기력 향상에 의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 손흥민과 파울루 벤투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분명 벤투호가 그동안 국내 평가전을 제외한 경기에서 잘했다고 평가할 만한 경기는 찾아 보기 힘들다. 이는 한편으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에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변화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벤투 감독은 이에 여전히 눈은 감고 귀는 막은 채 비효율적 빌드업 축구를 고수하고 있다. 굳이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과 최종 예선 1, 2차전 이라크(0-0 ), 레바논(1-0 )전의 답답한 경기력을 논하지 않더라도, 지난 73차전 시리아전 역시 전반까지 빌드업 축구의 문제점 중 하나인 단조로운 공격 전술로 인한 골 결정력 부족과 함께 벤투 감독의 지략 미흡으로 답답한 경기력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채 2-1 진땀승을 거두는데 그쳤고, 12일 이란전 또한 너무 소극적인 전술, 전략 구사로 전반전에는 유효 슈팅을 단 한 차례도 구사하지 못하는 졸전을 펼쳤으며, 후반전은 급격한 체력 저하로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저조한 경기력으로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1-1 무승부로 마침표를 찍었다.

 

벤투호의 스쿼드 구성은 유럽파 손흥민(29. 토트넘 홋스퍼), 황의조(29. 지롱댕 보르도), 이재성(29. 마인츠), 황인범(25. 루빈 카잔),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25. 페네르바체)와 더불어 해외파 정우영(32. 알 사드), 김영권(31. 감바 오사카) 등 그야말로 최정예 멤버로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쌍벽을 이루며 한국과 함께 최종 예선 A조에 편성된 아시아의 최강자 이란 보다도 우위에 있다. 이런 화려한 스쿼드 구성에도 불구하고 벤투호가 한국 축구에 발전에 의한 더 큰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팀 사령탑인 벤투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는 결코 특별한 축구가 아니다. 바로 현대 축구에서 보편 타당성인 축구다. 진정 빌드업 축구가 높은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이 뒤따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속도다. 결국 벤투호가 답답한 경기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속도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벤투 감독의 과감하고 모험적인 전술, 전략과 플랜B 같은 용병술 실종도 한 몫하고 있다. 이번 3, 4차전 시리아, 이란전은 이란에 밀려 조 2위를 기록하고 있던 벤투호에게는 최대 분수령이었다. 그래서 홈경기였던 시리아전 승리는 당연했고 원정 경기였던 이란과의 맞대결에서는 최소 무승부인 승점 1점 획득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결과적으로 3, 4차전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며 '최대 고비'를 넘긴 벤투호지만 아직까지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 확보를 안심하기는 이르다. 앞으로 벤투호에게 남은 경기 여정은 5차전 아랍에미리트(1111) 홈경기 이후, 6~8차전 이라크(1116), 레바논(2022127), 시리아(21)전은 가장 힘겨운 중동 원정(장소 미정) 경기다. 하지만 벤투호에게 주어진 명확한 과제는 비효율적 빌드업 축구 개선에 따른 경기력 향상으로 다득점 승리 뿐이다. 현재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역대 최장수 감독이라는 영예를 누리고 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축구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국민과 축구 팬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잃어본 적이 없다. 이런 상태에서 벤투호가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본선 티켓을 비록 손에 쥔다 해도, 벤투 감독의 비효율적 빌드업 축구에게 주어진 변화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세계 강호들과의 경쟁력에서 뒤져 한국 축구의 옛 영광을 되찾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에게는 다시 한번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어, 지금이야 말로 이미 검증이 끝난 벤투 감독의 비효율적 빌드업 축구에 대한 현명한 판단 속에 사고력 전환이 요구된다.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 5~10차전 경기일정

 

1111일 아랍에미리트()

1116일 이라크(원정)

127일 레바논(원정)

21일 시리아 (원정)

324일 이란()

329일 아랍에미리트(원정)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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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0/13 [21: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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