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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때는 한글과 한자싸움 숨고르기
[한글 살리고 빛내기35] 국어운동학생회도 한글운동보다 독재정치 반대활동
 
리대로   기사입력  2021/08/10 [23:56]

박정희 유신독재정치가 시작되면서 전국에서 대학생들이 독재정치 반대 시위에 나선다. 그때 국어운동대학생회 회원들도 한글운동보다 독재정치 반대활동에 가담하기 시작 했는데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모든 대학 동아리 활동을 더 감시하고 통제하니 한글운동 모임도 농촌봉사활동을 하거나 등산하면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전국국어운동대학생연합회는 고운이 자랑하기를 하는 서울대와 일본 강점기부터 최현배, 김윤경 교수가 한글전용 환경이 조성한 연세대와 전국국어운동학생연합회 새 지도 교수를 맡은 최기호 교수가 있는 상명여대 국어운동대학생회만 빼고 모두 국어운동학생회들이 정치활동으로 돌아섰다. 그래도 한글날에 덕수궁동상 앞에 국어운동대학생회 선후배들이 함께 모이는 행사는 통제하지 않아서 학생 한글운동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 1970년대 한글날에 국어운동대학생회 선후배들이 덕수궁 세종대왕동상 앞에 모인 행사모습(왼쪽).한글날에 후배들과 함께 한 동문회 이대로 회장, 조남철 총무, 최노석 등 졸업생들(오른쪽)     © 리대로

 

그때 국어운동학생회가 아직도 건설과 인쇄현장에서는 일본말글을 그대로 쓰고, 간판과 방송에서 외국어를 많이 쓰기 시작하는 것을 지적하고 언론에서 젊은이들이 비속어와 은어를 많이 쓴다고 보도하니 1976년에 박정희 대통령은 국어순화운동을 하라고 지시하고 국어 순화 운동 협의회신설에 관한 규정을 공포하였다. 그 뒤 한글단체에서도 그에 발맞추어 국어순화추진회(회장 주영하)를 조직하고 한글학회 부설 한글문화협회 회장을 맡은 주영하 세종대학 이사장이 회장을 맡는다. 그러니 한글전용운동보다 국어순화운동으로 기운다. 주 회장은 연희전문을 다닐 때에 최현배, 김윤경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한글전용운동가였다.

 

그때 국어순화추진회는 주영하 회장이 운영하는 세종호텔에서 다달이 조찬모임을 했는데 한글단체 대표들이 모여서 우리말과 한글정책 전반에 관한 토론을 20여 년 동안 했으며 국어순화자료집도 냈다. 조찬 모임 진행은 전택부 부회장이 하고 회비는 형식상으로 1,000원을 받았는데 모든 경비는 주영하 회장이 부담했다. 1995년에는 미국의 이름난 과학 잡지 디스커버리지에 한글이 훌륭함을 기고한 미국인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도 초청해 세종호텔에서 이야기를 나눈 일도 있다. 이 국어순화추진회는 대학생들이 하는 덕수궁 세종대왕동상에 꽃 바치는 행사, 한글학회에서 내는 한글새소식, 외솔회가 한글 발전에 힘 쓴 학자와 한글운동가에게 주는 외솔상과 함께 전두환 군사독재시절 한글사랑 불씨를 이어가는 중요한 모임이었다.

 

▲ 국어순화추진회 조찬모임(왼쪽)은 2000년대 초까지 했고,국어순화자료집(오른쪽)도 냈다.     © 리대로

  

그런데 정부가 국어순화운동을 추진한다고 하니 한자혼용단체도 국어순화운동을 지지한다고 나서는데 영어나 외래어가 늘어나지 않게 하려면 새 낱말을 만들기 좋은 한자를 가르치고 한자로 새 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일본처럼 국어연구소를 만들자고 나선다. 사실 국어순화를 하자는 것은 비속어나 은어, 욕설 대신에 고운 말을 쓰고 무분별한 외국어나 까다로운 한자어 대신에 고유어를 쓰는 것과 잘못쓴 말을 표준어와 맞춤법대로 바르게 쓰는 것인데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단체는 일본이 서양말을 한자말로 바꾸었듯이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쪽으로 갔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회장 이희승)1973년부터 낸 학술지 語文硏究에 쓴 글들을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교육을 하고 한자혼용하자는 속셈이 잘 나타나 있다.

 

▲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낸 국어순화운동 지지성명서(왼쪽)와 남광우 교수가 쓴 글(오른쪽)     © 리대로

 

이렇게 국어운동대학생회와 한글단체는 어려운 일본 한자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한자나 영문을 혼용하지 말고 한글로 말글살이를 하자는 것인데 한자혼용 단체는 영어가 늘어나지 않게 하려면 조어력이 뛰어난 한자로 일본처럼 새 낱말을 만들어 쓰자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어순화운동을 하라고 해서 여기저기서 나섰지만 국어학계는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듯이 전혀 딴 생각을 가신 이들이 따로 놀고 있었고 일반인들은 정부가 주도해서인지 잘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한자단체는 한글 한자 싸움이 수그러진 틈을 한자혼용 세상을 만들 준비 기회로 삼았다. 그걸 꿰뚫어 본 젊은이들은 전두환 독재정치가 시들해지고 민주화바람이 일어나면서 다시 국어운동대학생회 모임을 정비하고 힘차게 한글운동에 나선다. 

 

▲ 한자혼용으로 쓴 1975년 세운 국회본청 건립기(왼쪽)와 한국어문교육연구회 학술지(오른쪽)     © 리대로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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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8/10 [23: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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