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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은 한글을 살리라고 하늘이 보낸 사람
[한글 살리고 빛내기 5] 먼저 깨닫고 먼저 길을 만들고 앞서 간 애국자
 
리대로

 주시경은 1876년 힘센 이웃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넘보고 먹으려고 해서 나라가 몹시 흔들리던 조선 말기에 태어나서 우리가 그들에게 짓밟히지 않으려면 우리 말글을 살려서 우리 말글로 백성들을 똑똑하게 만들어 나라를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한 참된 배달겨레다. 세종이 우리 글자를 만들었지만 그 우리 글자를 제대로 쓸 수 있게 갈고 닦은 사람은 그 때까지 없었다. 김만중이 우리 말글로 글을 써야 우리 글꽃(문학)이 핀다고 외치고 우리 말글로 글을 쓴 분이지만 우리 글자를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게 다듬고 우리말본을 만들고, 우리 말모이를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시경은 그 일을 했다.

 

주시경은 훌륭한 한글을 살려서 얼 찬 나라, 어깨를 펴고 사는 나라를 만들어 힘센 나라에 짓밟히지 않게 하라고 하늘이 보낸 사람이다. 그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어려서 한문을 배웠고 한문이 배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그 걸 알았더라도 한문을 배워서 과거시험을 보고 저만 출세하려고 애썼지만 더 좋은 우리 글자를 살려 써서 온 겨레가 쉽고 편리한 말글살이를 하게 하려고 힘쓰지 않았다. 그러나 주시경은 훌륭한 우리 글자가 있는데 안 쓰는 것은 잘못임을 깨닫고 누구나 편리하게 쓸 길을 만들고  많은 이들에게 우리 글자를 알려서 쓰게 하려고 힘썼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 왼쪽부터 말모이 원고, 주시경, 대한국어문법, 주시경이 참여한 협성회에서 낸 한글신문.     © 리대로

 

한글이 태어나고 450여 년 만에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는 말글살이를 하는 것이 좋다는  세종 가르침과 큰 뜻을 받들고 그 꿈을 이루어줄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가 서당에서 한문만 배우다가 신식 교육기관인 배재학당에 들어간 것과 그곳에서 영어와 영문법을 배우고 서양 선생들을 만나 우리말과 한글이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깨달은 것도 하늘 뜻이다. 또 그곳에서 서재필과 헐버트를 만나고 그들이 그를 독립신문 조필 겸 한글 교정원으로 뽑아 함께 일하게 한 것도 한글과 겨레가 살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는 독립신문사 안에서 시키는 일만 한 것이 아니라 한글을 살려서 누구나 편리하게 쓸 길을 찾으려고 국문동식회(한글맞춤법연구회)를 꾸리고 우리 말글을 연구했다.

 

그리고 그 한글을 저만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상동교회에 조선어강습소를 꾸리고 우리 말글을 가르치면서 정부에 우리 말글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건의를 해서 국문연구소를 만들게 했다. 그러나 그 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지만 그 연구소는 제 뜻을 펴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1908년에 그 제자들과 함께 최초 학회인 국어연구학회(오늘날 한글학회)를 만들었으나 그의 뜻이 이루어지기 전에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그렇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국어연구학회를 1911년에 ‘배달말글몯음’이라고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었다가 1913년에 ‘한글모’로 바꾸면서 우리 말글 연구와 가르치는 일을 더 열심히 했다.

 

▲ 왼쪽은 1908년에 주시경이 서대문구 봉원사에 만든 국어연구학회(한글학회) 창립터를 알리는 푯돌, 오른쪽은 주시경이 서재필과 헐버트를 만나 독립신문을 만들었던 배재학당 건물.     © 리대로

 


이렇게 나라가 바람 앞 촛불 꼴로 위험한 때에도 그는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면 나라가 다시 일어서고 튼튼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그 뜻을 이루려고 온 힘을 다했다. 그런 그가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며 한글 책 보따리를 들고 여러 학교로 한글을 가르치려고 애쓰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어떤 분이 그에게 큰 집을 사주었으나 그는 그 집에서 편하게 쉬지 않고 책만 가득 채우고 더욱 한글 연구와 교육에 힘썼다.  그가 한글책 보따리를 들고 배재, 이화학당, 숙명 들들 9개 학교를 다니며 한글을 가르친다고 ‘주보따리’란 별명까지 들었다. 그는 김두봉, 최현배, 김윤경, 이윤재 같은 훌륭한 제자를 많이 키운 교육자였고, ‘국문문법’(1905), 고등국어문전』(1909년경) 『소리갈』(1913년경)들을 내고 ‘말모이’를 만든 학자였으며 우리말 독립운동가였다.

 

그는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를 해야 좋다는 것을 깨달은 선각자였고, 그런 나라를 만들려고 그 깨달음을 실천한 개척자였으며, 우리말로 이름을 지은 한글이름 선구자였다. 그가 외국 유학을 가지도 않고 스스로 연구해서 말본을 만들고 제자들을 가르친 일과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서 우리 글자로 쓰는 말글살이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길을 닦은 일은 매우 위대하다. 또 우리 말글로 새 낱말을 만들고, 이름을 지었다. 우리말 이름을 ‘한말’. 우리 글자 이름을 한글, 제 이름을 한힌샘, 국어연구학회를 한글모, 큰 딸 ‘송산’은 ‘솔메’로, 큰아들 ‘삼산’은 ‘세메’, 둘째 아들 ‘춘산’은 ‘봄메’, 셋째 아들 ‘왕산’은 ‘임메’라고 한자이름을 한말글로 바꾼 것을 참 잘한 일이다. 

 

그런데 오늘날도 교육자, 학자, 언론인, 정치인, 시민운동가란 자들은 우리말을  한글로만 글을 쓰자는 것과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고 쓰는 것을 조롱하는 판이니 한자 세상인 그 때 그렇게 실천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참으로 대단한 용기와 슬기로움을 가진 이가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 일본의 감시와 탄압이 심해서 39살 젊은 나이에 중국에 망명하려다가 이 세상을 떠낫다. 그렇지만 그의 뜻과 삶이 위대하고 그의 가르침이 거룩해서 제자들에 의해서 그 뜻이 살아나 일제 때 조선어학회 이름아래 우리 말글을 살리고 다듬어 오늘날 한글이 이만큼 쓰이고 있다. 이제라도 그의 나라사랑 정신과 용기를 본받고 살릴 것을 다짐하면서 그가 쓴 글인 ‘한나라말’을 다시 읽어본다.

 

▲ 1911년 배달말글몯음 부설 한말익힘곳에서 주시경으로부터 우리 말글을 배운 오봉빈이 받은 마친보람(수료증). 빨간 직인(한말익힘곳)을 보면 그 때 우리말을 ‘한말’이라고 했다.     © 리대로

 

                             한나라말

 

  말은 사람과 사람의 뜻을 통하는 것이라, 한 말을 쓰는 사람과 사람끼리는 그 뜻을 통하여 살기를 서로 도와줌으로 그 사람들이 절로 한 덩이가 되고 그 덩이가 점점 늘어 큰 덩이를 이루나니, 사람의 제일 큰 덩이는 나리나니라. 그러하므로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마다 그 말을 힘쓰지 아니할 수 없는 바니라.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니 이지러짐이 없고 자리를 반듯하게 잡아 굳게 선 뒤에야 그 말을 잘 지키나니라. 글은 또한 말을 닦는 기계니 기계를 먼저 닦은 뒤에야 말이 잘 닦아 지나니라. 그 말과 그 글은 그 나라에 요긴함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으나 다스리지 아니하고 묵히면 덧거칠어지어 나라도 점점 내리어 가나니라 말이 거칠면 그 말을 적는 글도 거칠어지고 글이 거칠면 그 글로 쓰는 말도 거칠어지나니라.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지고 말과 글이 다스리어지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도 다스리어지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를 나아가게 하고자 하면 나라 사람을 열어야 되고 나라 사람을 열고자 하면 먼저 그 말과 글을 다스린 뒤에야 되나니라. 또 그 나라 말과 그 나라 글은 그 나라 곧 그 사람들이 무리진 덩이가 천연으로 이 땅덩이 위에 홀로 서는 나라(독립국)가 됨의 특별한 빛이라. 이 빛을 밝히면 그 나라의 홀로 서는 일도 밝아지고 이 빛을 어둡게 하면 그 나라의 홀로 서는 일도 어두워 가나니라.

 

  우리나라에 뜻 있는 이들이어, 우리나라 말과 글을 다스리어 주시기를 바라고 어리석은 말을 이 아래에 적어 큰 바다에 한 방울이나 보탬이 될까 하나이다. 어느 나라 말이든지 알아 보자하면 먼저 그 소리를 달아야 되나니 우리나라 말도 풀어 보려면 먼저 소리를 알아야 할지라.


             1910년 6월10일 <보성친목회보> 제1호에 실린 주시경 선생이 쓴 글.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기사입력: 2020/07/19 [00:0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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