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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 기르는 마을 공간 ‘이문 238’의 작은 실험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쉬고 체험하는 공간 표방한 ‘이문 238’ 주목
 
이영일

 

▲ 2014년 전교조 산하 참교육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방과후에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학원"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이영일

 

우리 아이들은 학교가 끝난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언제서부턴가 골목에서 아이들이 자취를 감췄다. 동네 친구들,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학원과 스마트폰으로 흩어지는 아이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편히 쉴 공간도 마땅치 않다.

 

이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함께 놀 친구를 찾아서, 갈곳이 마땅치 않아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원치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지난 79, 왕십리 디노체컨벤션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주최 '2019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정책포럼'에서는 한 사람의 발제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혁신교육지구와 어린이, 청소년'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공간기획과 출판을 하는 리마크프레스의 대표이자 서울 동대문구 이문2동에 위치한 '아이들의 작업실 이문238'을 운영하는 이재준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지난 7월 9일, 왕십리 디노체컨벤션에서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 주최로 교사, 학부모, 청소년지도사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019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정책포럼이 열렸다.     © 이영일

 

이 대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의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들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다양한 가능성의 문을 여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이문 238'의 운영과 시스템을 설명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대표에게로 질문지가 마구 들어왔다. '이문 238'은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 많은 교사와 학부모, 청소년지도사들의 관심을 모았을까?

 

아이들이 주인공인 마을 공간의 새로운 실험 '이문 238'

 

아이들의 작업실 '이문 238'. 신이문역과 이문초등학교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지난 20172, 여러 작은 가게들의 벽을 헐어 통합하면서 'DD238 (Differentdoors 238) 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쉬고 체험하는 공간임을 표방했다. 이재준 대표는 디자이너와 전시·출판기획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아이들의 작업실'이라는 생소한 공간을 선보였다. 이 대표 자신도 건축가여서 아이들의 일상을 위한 공간은 무엇인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 2017년 2월 ‘DD238 (Differentdoors 238) 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문 238이 최근 메이커스페이스의 공간이자 마을교육공동체의 실험적 공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 이영일

 

여러 가게들을 합치니 공간(555)도 제법 커 보였다. 이곳에 작업실, 음악실, 야외 테라스, 명상실, 도서실, 영상실, 조리실을 갖추었다. 그러나 바로 앞이 이문초등학교인데도 처음에는 아이들이 찾지 않아 텅텅 비었다고 한다. 이곳이 학원인지 뭐하는 곳인지 아이들이나 학부모의 눈에도 생소했을 듯 하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 40여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재준 대표는 "작업실 가입자는 1800명을 육박하고 있고 이용자의 81%가 이곳을 다시 찾는다"고 강조한다. 이곳에는 어떤 근사한 프로그램과 강사가 있는 것일까?

 

▲ 처음에는 아이들도, 학부모도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몰라 이문초등학교가 코앞인데도 아이들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문동의 명소가 됐다.     © 이영일

 

하지만 이곳에는 그런 틀에 짜여진 프로그램이 없다. 키즈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할 작업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작업실안에는 3D프린터기와 칼, 망치, 글루건, , 가위, 칼라펜, 자투리 천, 플라스틱 조각, 이쑤시개 등의 다양한 물품들이 챙겨져 있는 재료바가 있고 이를 통해 자기가 상상하고 구상한 작품을 직접 만들고 완성해 간다.

 

무엇을 하건 아이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원칙이 이 공간을 유지한다. 그래서 키즈 메이커 스페이스를 'NO ADULT ZONE'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야 한다'를 차단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어른들은 이 공간에 들어가지 못한다. 학부모가 지켜야 할 이곳의 세가지 원칙중 하나다. 그 시간에 동행한 학부모는 그 옆 카페에서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책을 읽을수도 있다. 자연스레 엄마들끼리의 정보교환과 만남의 장이 형성된다.

 

▲ '이문 238' 내 키즈 메이커 스페이스에는 어른들이 들어갈 수 없다. "NO ADULT ZONE"을 표방하고 어른들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야 한다’를 차단한다. 학부모가 지켜야 할 이곳의 세가지 원칙중 하나다.     © 이영일

 

학부모가 지켜야 할 세가지 원칙과 작업노트 '이문 238'내 키즈 메이커 스페이스에는 어른들이 들어갈 수 없다. 'NO ADULT ZONE'을 표방하고 어른들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야 한다를 차단한다. 학부모가 지켜야 할 이곳의 세가지 원칙중 하나다.

 

이문동의 작은 씨앗이 교육 혁신으로 이어질까?

 

이문 238의 이런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교육철학적 실험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중인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란 어린이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교육청, 자치구,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학교-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해 나가는 자치구를 말하는데, 이 이문238은 학교와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을속의 또 하나의 학교, 커뮤니티스쿨의 의미를 가진다.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혁신교육지구 정책포럼에서 이재준 대표가 이문 238의 철학과 방향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 '이문 238' 내부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아이들이 만들고 난 후 적은 "작업일지"도 8천장이 넘었다.     © 이영일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실 조대진 수석 장학사는 "이문 238이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은 아니지만 사회가 정하고 강요하는 커다란 문()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문을 열기 위해 다양함을 시도하는 이문238의 교육적 철학은 마을교육공동체를 지향하는 혁신교육지구의 비전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한다.

 

이문 238은 지금, 마을에서 아이들의 뇌가 숨쉬고 가슴이 즐거운 상상으로 차오르는 공간의 혁명을 조용하게 실험중이다. 이곳의 번지수처럼 238가지의 새로운 상상의 문이 열릴 수 있을까. '2019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정책포럼'에서 상영된 원당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왜 초등학생들은 스스로 못할 것이라 생각하세요?"

 

▲ 2018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청소년UCC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한 원당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영상 속 한장면. 2019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정책포럼에서 상영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 서울시교육청 제공

 

혁신교육지구와 마을교육공동체가 '이문 238'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19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정책포럼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이런 곳을 조성하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 것이냐"였다. 이재준 대표는 "처음에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마련한 것이 아니라 'C프로그램'이 후원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C프로그램'은 벤처기업들의 기부 펀드로 향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마을과 학교를 잇는 마을교육공동체에 집중된다면 새로운 희망의 공간이 열매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도움이 없어도 우리 아이들이 학교가 끝난 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학교와 마을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 마을속의 작은 실험은 성공할까? 변화무쌍한 빠른 정보화 시대에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공간의 실험은 확산될 수 있을지 그 과정과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 리마크프레스 제공

 

마을속의 작은 실험은 성공할까? 변화무쌍한 빠른 정보화 시대에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공간의 실험은 확산될 수 있을지 그 과정과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홍수처럼 많은 기계적 프로그램안에 손님을 찾듯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닌, 다양한 재료와 도구들을 가지고 자신만의 재미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공간, 변화무쌍한 빠른 정보화 시대에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공간의 중요성은 더말할 나위가 없다.

 

'마을이 학교다'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갈 곳이 없는 마을.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상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이문 238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아이들의 교육은 학교에서만 담당하는 시기는 지났다. 아이들의 올곧은 성장에 있어 마을의 역할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고 그런 관점에서 이문 238은 이런 공간의 효용성(Utility)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곳이 모든 초등학교 옆에 하나씩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기자, 동아일보e포터 활동을 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3월,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을 출간했고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기사입력: 2019/08/05 [13:0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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