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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은 예수의 사람이 아니다
[논단] 이웃종교와 문화를 배척하는 사람이 예수의 제자일 수는 없다
 
류상태

  

2019년 5월 22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에서 보도자료를 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5월 12일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 참석했는데 합장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런 태도를 통해 나타난 ‘이웃종교를 존중하지 않는 그의 신념’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보도자료 형식의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논평을 하기 전에, 우선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발송한 보도내용 전문을 그대로 소개하고 싶다.

    

1.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보도자료 내용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의례 논란에 부쳐

 

지난 5월 12일,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 한 사찰에서 진행된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던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가 합장과 관불의식을 거부했다고 하여 모든 언론에서 기사화되고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날에 이러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받아들이며, 깊은 우려와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황교안 대표가 믿고 따르는 종교와 신앙생활을 존중합니다.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함부로 남의 신앙을 폄훼하거나 다른 종교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모두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황교안 대표가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을 한 것은 자연인 황교안이나 독실한 기독교인 황교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도자로서 참석한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지도자이기보다는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의 황교안 대표의 모습은 단순히 종교의 문제를 넘어 상식과 합리성, 존중과 이해를 갖추지 못한 모습이기에 깊은 우려를 표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신앙에만 투철했던 황교안 대표로서는 불교 의례를 따르는 것이 불편하고 옳지 않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날 이렇게 우려할 만한 언행을 해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구촌 곳곳은 배타적 종교와 극단적 이념으로 테러와 분쟁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원한과 보복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구촌의 진정한 평화는 어떤 무력이나 현란한 정치나 어느 한 이념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황교안 대표가 참석했던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발표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예하의 봉축 법어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배타적 종교와 극단적 이념으로 테러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는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질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만일 이러한 상황에서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오로지 나만의 신앙을 가장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는 것이 오히려 황교안 대표 개인을 위한 행복의 길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독재와 권위의 시대를 지나 민주와 평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에서 우리는 획일화하고 통제되었던 과거와 달리 다양성과 차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함을 알게 되었고,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의 범주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정치인, 특히 지도자들이야말로 이러한 자세를 가장 잘 실천해야 할 당사자들입니다. 사회 통합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어야 할 책무를 이 시대의 지도자들은 짊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고 따르고자 하는 거룩한 스승들이 있습니다. 설사 내가 섬기지 않는 스승이라 하더라도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지식인이자 교양인으로서 그 예를 갖추는 것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우리 사회를 얼마나 행복하게 이끌고 나갈지 우려됩니다.

 

십여 년 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장에서 거룩한 인류의 스승들을 올바로 볼 수 있는 지혜를 직접 일러주신 종정 예하의 봉축 법어를 황교안 대표님께 전해드리며 그 뜻을 화두 삼아 지도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깊이 참구하시기를 바랍니다.

 

번뇌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입니다.

 

불기 2563년 5월 22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2. 뒤바뀐 진짜 기독교와 가짜 기독교

 

개신교인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다. 그리고 나 자신의 흔들림에 대해서 양해를 좀 구해야 할 것 같다. 내가 2004년 가을에 목사직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교단에 반납한 이후로 지난 15년 동안 나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많이 흔들렸다.

 

어떨 때는 “나는 이제 목사 아니니까 목사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가, 교단 목사는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다하기 위해 다시 목사로 돌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떨 때는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했다가, 여전히 개신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흔들림의 뿌리에는, 예수께서 말씀과 삶으로 가르쳐주신 복음의 원형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나는 예수님을 본질상 유일하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분의 인격과 삶이 하나님과 온전히 하나가 되었기에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지금도 여전히 고백한다.

 

나는 예수님이 나의 원죄와 자범죄를 씻어주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분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숭고한 죽음을 택했기에, 그분의 십자가가 죄악에 빠져 살 뻔했던 나에게 사람이 어떻게 살고 죽어야 하는지 깨우쳐주었고, 그것이 나에게 구원의 길이 되었기에 지금도 그분을 내 인생의 구세주라고 고백한다.

 

이런 나의 인식과 고백이 옳다면, 예수님은 기독교라는 배타적인 종교의 창시자가 아니라 넓고 깊은 사랑과 정의를 가르쳐주시고 살아내신 인류의 스승 중의 한 분이다. 그리고 기독교라는 종교가 다른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배척하는 것은 예수를 배반하는 것이며, 인류에 대한 폭력이고, 인간이 쌓아온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격이다.

 

물론 황교안씨를 비롯하여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에 오래도록 세뇌된 한국의 주류 개신교인들은 당연히 내 생각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2천년 동안 내려온 기독교의 정통 교리에 위배된다고 생각할 테니까. 아닌 게 아니라 그 배타적인 교리의 기독교가 오래 동안 기독교의 정통이었다.

 

그런데 이런 말이 있다. 정통은 밥통이다. 무슨 뜻이냐 하면, 정통이란 말은, 바를 ‘정’자에 이을 ‘통’, 그러니까 바른 가르침을 이어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정통은 예수님의 바른 가르침을 이어받은 사람들과 조직이 차지해야 옳다.

 

그러나 실제로는 밥통을 끼고 있는 사람들, 즉 힘 있는 자들, 돈 있는 자들이 자기들의 생각이나 욕망을 예수의 가르침으로 둔갑시켜 그것을 정통이라고 호도했다.

 

서기 4세기,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늙은 제국 로마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배타적인 교리기독교와 손을 잡고 영성의 기독교와 운동의 기독교를 말살하고 기독교를 독선으로 가득 찬 무서운 종교로 만들었다.

 

그 배타교리의 기독교가 중세 암흑기 천 년을 지배했지만, 르네상스 이후 기독교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을 서서히 변화시켜 지금은 유럽에서 배타교리 기독교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하지만 기독교의 독선과 배타성은 개신교 극단주의자인 청교도들에 의해 미국으로 수출되었고, 오늘날 미국교회의 30~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융성했다. 그리고 여러 면에서 미국의 식민지라고 할 수밖에 없는 한국에서는 더욱 크게 꽃을 피웠다.

 

지금 한국의 전체 교회 가운데서, 배타교리에 젖은 근본주의적 교회들이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스스로 근본주의가 아니라 복음주의라고 주장하지만 내용상 근본주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복음의 원형은 배타적인 교리가 아니라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에게 해방과 자유를 선포한 생명운동이었는데, 콘스탄티누스가 황제가 되고 서기 325년에 니케아회의를 열어 예수님을 하나님의 유일한 아들이며 인류 구원의 유일한 중재자라고 주장하던 극단주의자들의 신념을 정통교리로 채택했다. 그 이후로 배타교리 기독교가 전 유럽을 지배하며 오랫동안 정통의 자리를 차지해온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한국교회의 관점에서 보면 예수를 믿는 사람도 아니고 기독교인도 아니다. 교단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쫓겨났으니 목사도 아니다. 하지만 원론적 관점에서 보면 내가 진짜 기독교인이고, 교단에서는 쫓겨났지만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전하는 진짜 목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양쪽 시각 사이에서 지금까지 방황해온 사람이다. 현실 기독교, 특히 한국의 교회 상황에서 스스로 기독교인이기를 거부했고 목사라는 말을 듣는 것이 치욕스러웠다.

 

그러나 책임과 사명이라는 측면에서, 도피하지 말자고 생각했고, 기독교에 관한 진실을 전하는 기독교인으로, 또한 기독교 복음의 원형을 제대로 알리는 목사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 없이 끝까지 증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도 현실기독교라는 이 독선적인 조직과 영원히 인연을 끊고 싶은 유혹을 받고 있다. 누가 목사님이라고 부르면, 주위사람 들을까 낯 뜨거우니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황교안씨와 관련된 기사를 보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기독교라는 이 배타적인 종교가 너무나 싫지만, 인연을 끊고 싶어 죽겠지만, 떠나지 않겠다. 끝까지 개신교인으로 살겠다. 교단에서는 쫓겨났지만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개신교 목사로 끝까지 책임을 다하여 기독교와 관련된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계속하겠다.

    

3. 황교안은 예수를 믿는 사람이 아니다

 

다시 황교안씨 얘기로 돌아가겠다. 나는, 황교안씨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수를 ‘믿는 사람’과 예수를 ‘믿는다는 사람’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예수를 믿는다는 사람의 80~90%는 진짜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배타 교리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예수를 믿고 있다. 진짜 예수를 믿는 사람은 저렇게 무례하지 않다. 이웃종교와 문화를 존중하지는 못할망정 배척하는 그런 사람은 예수의 제자일 수가 없다.

 

기독교성서 출애굽기 20장에 기록된 십계명의 앞부분을 한국의 개신교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개역개정성경으로 소개하고 싶다. 황교안씨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만약 기독교성경이 문자 그대로 한 점도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하나님께서 직접 계시로 주신 말씀이라면, 황교안씨가 옳다. 하지만 내가 여기저기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수없이 증언한 대로, 성경은 역사 속에서 탄생된 시대의 작품이다. 이삼천 년 전 중동지방에서 탄생된 유대인들의 신앙고백서다.

 

구약성서에 나타난 하나님은 절대 객관의 하나님이 아니라, 이삼천 년 전 그 시대의 한계 안에 갇혀있던 유대인들이 인식한 하나님이다. 하나님이 ‘하신 말씀’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물론 그들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정직하게, 진실되게, 최선을 다하여,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우리 아버지다.” 라는 고백이 그 사람의 진실일 수는 있지만 객관적 사실일 수는 없다. 독실하다는 기독교인들에게 부탁한다. 제발 이 차이를 좀 분별해달라.

 

어쩌면 황교안씨도 피해자일 수 있다. 평생 그렇게 세뇌되어왔기에 그 독선과 배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일 수 있다. 어쩌면 그는 매우 정직한 신앙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독선과 배타가 지구마을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나만 옳다는 그런 독선이 지구마을을 파멸로 몰아갈 지도 모른다.

 

조계종의 보도자료에도 그런 염려가 담겨있다. 그래서 개신교인으로서, 목사로서, 너무나 부끄럽고 너무나 죄송하다. 불자님들을 비롯하여 모든 이웃종교인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9/05/23 [18:3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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