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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박지성 유스전력본부장을 사퇴로 몰아갔나?
[김병윤의 축구병법] 협회 비판세력 양산은 축구발전에 '독'. 포용력 길러야
 
김병윤   기사입력  2018/12/14 [12:44]

◇박지성 유스전력본부장 사의 표명

박지성(37) 대한축구협회(KFA) 유스전략본부장이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박지성 전 본부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축구팬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한 의견은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박지성 전 본부장은 굳이 그의 선수 경력을 논할 필요성도 없이, 자타가 인정하는 21세기 한국축구 최고의 레전드다. 이에 협회는 이러한 박지성 전 본부장의 선수 경험과 능력 등을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고 약 1년여 동안 박지성 전 본부장은 유소년축구 발전을 위하여 동분서주 했다.

따라서 박지성 전 본부장의 역할에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박지성 전 본부장은 1년여 만에 유스전략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자신의 갈 길을 갔다. 박지성 전 본부장은 표면적인 사임 이유로 JS 파운데이션 이사장과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홍보 대사 및 국제축구연맹(IFAB) 자문위원, 아시아축구연맹(AFC) 사회공헌분과위원 등 업무적으로 바쁜 일정을 내세웠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박지성 전 본부장의 개인적인 사견에 불과할 뿐, 축구팬들은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며 한편으로 궁금증과 함께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자연스럽게 박지성 전 본부장의 '2018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방송 해설을 떠올린다. 박지성 전 본부장은 러시아 FIFA월드컵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협회의 행정 난맥상과 더불어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한 문제점 등을 꼬집었다.

 

 

▲ 대한축구협회 박지성 전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     © 축구협회


여기에는 방송 3사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안정환(42), 이영표(41) 해설위원도 마찬 가지였다. 공교롭게도 이들 중 박지성 전 본부장 혼자만 지난해 협회 쇄신책에 의한 조직 개편에 맞춰 협회에 몸담게 됐다. 이 점을 간과할 때 박지성 전 본부장의 협회 행정 난맥상과 선수들의 문제점 지적은 그야말로 의외였다. 이는 한편으로 협회에게는 충격 이전에 전연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모독 사건으로 받아들여 지기에 충분했다.

이에 박지성 전 본부장과 함께 협회에 몸담게 된 홍명보(49) 전무이사는, 급기야 지난 7월 가진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혜택' '지도자' 등을 언급하며, 박지성 전 본부장과 안정환, 이영표 해설위원을 작심하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이 같은 홍명보 전무이사의 발언은 함께 할 수 없는 적대 세력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과거부터 협회는 이 같은 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이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데 냉혹했다.

◇분열과 갈등 아닌 포용력 필요

오직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협회를 흔드는 시도의 적대세력으로 봤다. 박지성 전 본부장은 풍부한 선수 경험과 은퇴 후 행정가로서 FIFA 마스터스 코스 과정을 수료하여 협회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적 자원 중 한 명이다. 현재 젊은 세대에서 박지성 전 본부장과 같은 경험과 이력을 쌓고, 열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 축구에 대한 발전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박지성 전 본부장도 축구로 혜택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홍명보 전무이사도 축구로 인하여 선수와 지도자 입문에 있어서 받은 혜택은, 박지성 전 본부장과 안정환, 이영표 해설위원과 큰 차이점이 없다. 한편으로 홍명보 전무이사는 이에 대하여 한 때 특혜성으로 받아들여져 '설왕설래'의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간과할 때 박지성 전 본부장과 안정환, 이영표 해설위원을 비판한 것은 바람직 하지 않고, 아울러 방송 해설로 인한 축구 발전 시너지 효과를 외면한 채 단지 해설의 특정 내용만을 문제삼고 혜택과 지도자에 대하여 언급한 것은, 그야말로 홍명보 전무이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었으며 또한 일방적인 편견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박지성 전 본부장 뿐만 아니라 안정환, 이영표 해설위원의 방송으로 인한 축구발전 시너지 효과를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협회가 단순히 방송해설 내용만으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으로 간주한다면 홍명보 전무이사에게 거는 기대 또한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홍명보 전무이사는 비록 지도자로서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많은 축구팬들로 부터 협회의 혁신과 변화를 통한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적임자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까지 홍명보 전무이사 체제에서 과거 협회에서는 시행하지 않았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며 의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 예는 각급 대표팀 감독들의 미팅 정례화와 1차 대표팀, 2차 유소년, 3차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제안 간담회는 물론, 약 800여명의 지도자 대거 참가하여 개최한 '2018 KFA 컨퍼런스'와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유소년 8대8' 경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이 일련의 큰 틀 아래 추진한 정책은 한국 축구 철학의 확립 및 지도자의 자질향상과, 소통의 장을 마련 정책 반영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단이다.

따라서 이런 일련의 정책 추진은 분명 축구발전의 청신호로서 홍명보 전무이사를 비롯한 정책 입안자들의 열린 사고력으로 평가된다. 이런 홍명보 전무이사가 실질적인 변화를 바라는 고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함께 동고동락하며 신화를 창조했던 동료들에게, 비판의 목소를 높였다는 사실은 과거의 협회 관행을 답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구시대적 언행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또한 축구 발전을 위한 축구계의 다양한 제안과 의견 수렴을 명목으로 개최한 정책제안 간담회 와도 정면 배치되어 모순점으로 대두된다.
 
◇하드웨어 보다 콘텐츠 중요

결과적으로 박지성 전 본부장은 떠났다. 그렇지만 협회 관계자의 말처럼 '한계'가 주된 사임 이유라면 그 한계가 사적인지 전략본부장으로서 업무적 한계인지도 한번 곱씹어 볼 필요성이 있다. 협회는 지난 1월 박지성 전 본부장의 첫 제의로 독일 U-15, U-18 대표팀 코치와 U-21 대표팀 스카우터 그리고 지도자 강사 10년을 역임한 독일 출신, 미하엘 뮐러(53)를 4월 지도자 교육 수석 강사 겸 유소년 정책 수석으로 영입했다.

 

이후 이임생(47.수원 삼성 감독) 기술위원장 사퇴로 공석이 된 20세 이하 연령별 남녀 대표팀 운영 및 유소년 육성, 지도자 교육을 총괄하는 기술발전위원장으로 보직을 변경 그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 협회는 14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박지성 전 본부장이 맡던 유스전략본부 업무와 미하엘 뮐러 기술발전위원장이 맡고 있는 기술발전위원회를 통합시켜 기술교육실로 재편 산하에 기술교육지원팀, 교육팀, 연구팀으로 조직을 세분화 했다. 


그렇다면 이미 박지성 전 본부장의 역할과  미하엘 뮐러 기술발전위원장의 유소년 육성정책 수립및 선진 기술 프로그램 도입 등에 관한, 업무와 역할은 어느정도 중복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구발전에 또 하나의 관건은 소통과 포용력이다. 발전을 위한 제언과 고언 등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고, 단지 협회 흔들기 차원으로만 치부하면 적대세력은 수 없이 양산되고 축구발전은 말로만 끝날  수 있다.

 

현재 축구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협회의 트로이카 3인방은 최영일(52) 부회장, 홍명보 전무이사, 김판곤(49) 부회장 겸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다. 이들 3인방의 축구발전을 위한 열정은 과거 협회 수뇌부와는 분명 다르고 정책 추진과 소통 역시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이번 박지성 전 본부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인하여 축구팬들로 부터 협회는 하나의 '오점'을 떠안게 됐다. 이는 곧 사임의 명분과 방법에 있어서 적절성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점도 포함된다. 협회는 이 점을 직시하고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박지성 전 본부장과 안정환, 이영표 해설위원은 어떤 이유로 든  협회의 적대세력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이들이야 말로 한국 축구발전을 위한 장점을  어느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인적 자원들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어떤 콘텐츠가 들어있느냐다. 단언컨데 조직이 적대세력을 양산하면 발전은 고사하고 개인과 조직 모두 살아남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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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14 [12: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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