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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수용소도 녹여버린 <스윙키즈>, 총 대신 춤으로
강형철 감독의 역사 뮤지컬영화, 포로들의 탭댄스로 평화를 만든 감동다뤄
 
임순혜   기사입력  2018/12/10 [16:00]

 

▲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스윙 키즈><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역사 뮤지컬영화로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와 타탄한 캐릭터로 재미와 메시지를 갖춘 잘 짜여진 영화다. 17만 명을 수용한 국내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1만평 규모의 세트장을 고증을 통해 섬세하게 완성하여 촬영, 1950년대의 거제 포로수용소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스윙 키즈>1951년 한국전쟁의 끝자락을 배경으로, 제네바협정에 따라 이루어진 미군이 통제하는 북측 군인, 중공군까지 17만여 명의 포로가 살고 있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는데, 춤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댄스단 스윙키즈의 탄생과 그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포로수용소장은 김일성을 맹종하는 급진파와 자본주의에 취해 전향의 의지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잔류파간의 초긴장 상태인 포로수용소의 평화를 지킬 아이이더를 재촉, 브로드웨이 출신 흑인 병사 잭슨에게 곧 있을 미국 기자단 방문 및 크리스마스 공연 때의 홍보를 위해 포로들로 탭댄스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한다.

 

 

▲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은 오디션을 통해 수용소 내 최대 말썽꾸러기 로기수(도경수), 북측 민간인이지만 피난 중 북측 군인으로 오인을 받아 체포되며 헤어진 아내를 찾을 일념인 강병삼(오정세), 덩치는 우람하지만 의외로 몸놀림은 유연한 중공군 샤오팡(김민호), 영어와 중국어 등 4개국어에 능통한 인근 마을 처녀 양판래(박혜수)5명의 팀 스윙 키즈를 결성한다.

 

기수는 형 기준과 함께 북한군 사이에서 전설로 통할 만큼 투철한 사상으로 전쟁터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던 수용소 안 급진파들의 정신적 지주였으나, 잭슨이 이끄는 탭댄스의 매력에 푹 빠진다.

 

어느날, 북측의 지령을 받는 지도자가 암약 중이고 미군 내엔 북측 첩자가 있는 수용소에 형 기준이 수용소에 이송돼오자 잔류파는 물론 미군까지 쓸어버리자는 급진파의 움직임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수용소가 긴장에 휩쓸린 가운데, 기수는 춤에 대한 열정과 사상을 실천해야하는 행동 사이에서 흔들리게 된다.

 

<스윙 키즈>는 정수라의 환희를 배경으로 스윙 키즈와 미군이 벌이는 댄스 배틀, 데이빗 보위의 ‘Modern love’ 아래의 기수와 판래의 진흙탕에서의 질주하는 춤,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과 스윙 키즈의 크리스마스 하이라이트 무대 등 음악과 춤의 버라이어티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써니>의 박진주가 마을 노는 언니들의 리더로 등장해 미군들을 희롱하는 장면 등으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나, 궁극적인 메시지는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는 중공과 아시아의 전진기지를 구축하려는 미국 사이에 끼인 한반도,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권력욕으로 갈라진 국론, 열강의 패권 싸움에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한반도, 동족상잔의 비극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재현된다.

 

 

▲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잭슨역의 자레이드 그라임스는 브로드웨이 최고 댄서이자 배우로 한국영화에 첫출연을 하여 가족을 그리며 텝댄스로 고독과 절망의 배출구를 찾는 연기로 관객을 매료시키며, 지난 해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한 도경수가 특유의 눈빛과 깊은 감정연기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고, 박혜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꿋꿋한 양판례역을 맡아 당찬 면모와 순수한 열정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피난 중에 헤어진 아내를 그리며 힘겨운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긍적적인 면모를 열연하는 강병삼역으로는 오정세가, 샤오팡역의 김민호는 뚱뚱하나 유연한 몸매로 춤추며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스윙키즈>'한국전쟁'이라는 가장 슬픈 역사와 ''이라는 가장 신나는 소재의 이질적 조합을 통해 전에 없던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고, 각기 다른 이유로 댄스단에 합류한 남()-()-()-() 인물들의 사랑스러운 개성과 앙상블로 유쾌한 웃음을 만들고, 드라마틱한 전개로 재미를 확장한다.

 

<스윙 키즈>는 한국전쟁 당시 종군 기자 베르너 비숍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모티브로 강형철 감독이 재창조한 영화다.

 

 

강형철 감독, 배우 박혜수, 도경수, 오정세, 시사회 후, <스윙키즈>의 주역들    © 임순혜

 

 

지난 1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강형철 감독은 로기수가 춤을 추면서 학습해 나가는 시퀀스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장면 전환에서 많이 따왔다. 춤 영화를 하면서 그런 장면 전환을 적극적으로 쓰고 싶었다. 흥겨운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흥이 스크린에 잘 녹았기 덕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형철 감독은 영화에서 악당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이길 바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인간을 휘두르는 모습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다고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말하고, 이어 한국전쟁을 떠올렸을 때 사상인 등 수치로만 보면 실감을 못하지 못하지만 영화를 보면 아시다시피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 많이 희생했다. 그런 모습을 영화 속에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로기수 역의 도경수는 탭댄스는 영화 시작하기 전에 5개월 정도 다 같이 모여서 연습을 했다. 물론 탭댄스 라는게 제가 가수로서 춤을 추고 있어도 생소했다. 저도 처음에는 몸치가 됐다. 영화 캐릭터를 위해 5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설명했는데, 도경수는 자연스러운 북한 사투리, 풍부한 표정, 센스넘치는 코미디 연기와 영화 후반에 폭발하는 감정 연기, 탭댄스 등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도경수는 극중 넘어지면서 박혜수와 우연히 키스하는 장면에 대해 사실 그게 조금 위험했다. 뒤에서 발을 밟혀서 원하지 않은데 우연히 입맞춤을 하게 되는 장면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발을 조금 세게 밟으셔서 이가 아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양판래 역의 박혜수는 탭댄스를 5개월 동안 연습했는데 초반에는 정말 늘지 않더라. 열심히 하는데도 저만 못따라가는 것 같더라. 그래도 조금씩 하다보니까 3~4개월 씩 하다보니까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고 전하고, 기수와 우연히 입맞춤을 하게 되는 장면에 대해 생각보다 되게 아팠다. 극중 판래는 적당히 불쾌함을 표현해야되는데 그게 너무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너무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서 여러번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역사적 슬픔은 다른 장면에서 충분히 드러나기 때문에 춤을 출 때만큼은 이 순간이 충분히 소중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그 부분에 집중해서 연기했다덧붙였다.

 

오정세는 극중 병삼이란 인물은 흥과 슬픔이 공조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정서적으로는 이별한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려고 다큐적으로 접근했다. 춤을 생각할 때는 자유와 흥만 생각했다. 그 두가지 관점을 두고 연기하려고 했다고 설명하고, “경수 같은 친구는 춤을 췄던 친구라서 잘 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 거의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다. 경수는 올 때마다 늘어있고 실력이 늘어있더라. 그래서 자극도 많이 되고 정신적으로 든든했다. 저 친구의 발을 보면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영화 <스윙키즈>는 한국전쟁이라는 가장 슬픈 역사''이라는 가장 신나는 소재의 이질적 조합을 통해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며, 각기 다른 이유로 댄스단에 합류한 남()-()-()-() 인물들의 춤에 대한 열정으로 차츰 손발을 맞춰가는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유쾌한 웃음을 만드나, 결국 수용소안의 이질적인 이념의 결과로 비극에 치닫게 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전개 해 강렬한 메시지를 선사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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