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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부리그 위해 월요일에도 경기하자
[류상태의 문화산책] 프로야구 열성팬으로서 KBO에 몇가지 건의함
 
류상태   기사입력  2018/10/15 [14:54]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LG트윈스 팬인 나로서는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게 된 것도 서운하지만, 그보다 야구경기 없이 보내야 하는 긴 겨울이 더욱 지루할 것 같다.

  

프로야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지만, 심각한 부상이 따를 수 있는 위험한 경기이기도 하다. 하여 열성야구팬으로서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발전과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몇 가지 건의를 하고 싶다. KBO에서 심사숙고해주기를 바라며,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채택해 주기를 바란다.

  

1. 월요일 경기 편성

  

야구 열성팬이라면 대부분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주일에 엿새를 그라운드에서 보내는 선수들에게 단 하루의 휴식은 최소한의 권리일 뿐 아니라 선수들의 건강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에 ‘지루한 월요일’을 참아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나는, 1부 리그 선수들에게 쉴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면서, 팬들에게는 매일 진행되는 경기를 볼 수 있게 하고, 퓨쳐스리그(2부 리그) 선수들에게도 기회의 폭을 크게 넓혀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제안하고 싶다.

  

1부 리그 선수들이 쉬는 월요일 저녁에, 2부 리그 선수들이 출전하여 경기를 하게 하면 어떨까. 1부 리그에서 사용하는 경기장에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할 뿐 아니라, 그 경기 성적도 1부 리그에 합산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의 성적은 1부 리그에 합산되지만, 1부 리그에 소속된 감독이나 스태프, 선수들은 경기에 참여할 수도 간섭할 수도 없게 해야 한다. 오직 2부 리그에 소속된 선수들과 감독, 스태프만 참여할 자격을 주자는 것이다.

  

만일 이 제안이 채택된다면, 1부 리그 선수들에게는 아무 영향도 가지 않는다. 감독과 스태프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부 리그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동기 부여가 되고, 1부 리그 감독과 스태프 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확실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팬의 입장에서도 월요일에 경기를 즐길 수 있으니 신나는 일이다. 팬들이 외면할 거라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 경기 성적이 1부 리그 성적에 그대로 합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수들이 성적과 컨디션에 따라 1부와 2부를 오가게 되어있는데, 월요일 경기를 위해 실력 있는 1부 리그 선수를 일부러 2부로 내려 보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여 월요일에 경기를 할 수 있는 2부 리그 선수의 출전 자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1부 리그에 등록된 날이, 진행된 경기 수의 절반 이하인 선수로 출전 자격을 제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걸음 더 과감하게 내딛어 생각해본다면, 이 방식을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에 걸쳐 시행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프로야구 선수들도 일주일에 이틀을 쉴 수 있게 된다. 선수들의 인권을 위해 생각해 볼만한 일이 아닐까. 그렇게 되면 2부 리그 선수들은 수요일과 목요일에 쉬면 될 것이다.

 

2.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head first sliding) 금지

  

앞서 말했듯이 야구는 위험한 스포츠다. 미국의 메이저 리그에서는 야구공에 맞아 목숨을 잃은 코치가 있다고 들었다.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선수의 스파이크에 찍혀 발목이나 정강이 부상을 당하거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머리나 손을 다치는 선수들도 많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금지시키는 건 어떨까. 진루건 도루건 반드시 발로 짚어야만 인정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하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부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3. 태그아웃(tag out) 대신 포스아웃(force out)

  

1루에서는 수비수가 공을 받는 순간까지 공격수가 루를 밟지 못하면 그대로 아웃이 되는 '포스아웃'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2루와 3루, 그리고 홈에서는 수비수가 공을 받은 후에 공격수의 몸에 접촉해야 아웃이 된다. 이른바 ‘태그아웃’제다.

  

이 태그아웃제가 많은 부상을 야기한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접촉함으로써 일어나는 부상들이다. 이 부상을 방지하려면 모든 루상에서 수비수가 글러브에 공을 받는 순간 아웃이 되도록 규칙을 개정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많은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작년부터인가 재작년부터 홈 충돌 방지 규정이 만들어져 부상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홈에서도 태그아웃제 대신 포스아웃제를 적용하면 훨씬 더 많은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1루에 적용되는 ‘포스아웃’제를 2루와 3루, 홈에 모두 적용하자는 것이다.

  

4. 고의 태클 퇴장

  

2루에서도 수비수의 부상이 많이 발생한다. 병살을 방지하기 위해 1루에서 2루로 뛰는 주자가 루가 아닌 수비수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고의 태클 퇴장제’를 마련하면 어떨까. 축구의 레드카드 제도처럼, 루를 향하지 않고 수비수의 몸을 향해 슬라이딩을 하는 경우에는 더 이상 해당 경기에서 뛸 수 없도록 즉시 퇴장을 시키자는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운전하는 재미를 포기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는 안전을 선택한다. 스포츠도 재미보다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KBO의 숙고를 바람

  

선수들의 안전을 위한 나의 제안들을 받아들인다면 야구 보는 재미가 반감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물론 극적인 장면들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나 홈런을 치고 멋진 수비를 보임으로써 발생하는 야구의 진짜 재미는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더 어려운 문제는, 야구경기규칙을 우리나라 단독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WBC 등 국제경기의 규칙과는 다른 우리나라만의 규칙을 채택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제안을 하는 간절한 이유가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나는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때부터 시작하여 40년이 넘도록 야구사랑에 빠져서 살고 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팬의 한 사람일 뿐이지만, 아들 같은 젊은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운동하기를 바라기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KBO 관계자들이 내 제안에 대해 숙고해 주기를 바란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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