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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아이비리그 대학 공연 무대 펼친 '안무가' 누구
[사람] 배귀영 창원대 무용학과교수..매년 브라운대 공연 눈길
 
김철관
▲ 안무가 배귀영 교수     ©

한 국립대학 무용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Ivy League) 중 하나인 브라운대학(Brown University) 초빙교수로 7년째 그곳에서 발레 공연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립 창원대학교 배귀영 교수는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무용학과 교수로서 아이비리그 대학에 초빙돼 강의와 공연 안무를 진행해온 인물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교환교수로 임명돼 미국 브라운대학교 극예술과에서 2강좌 수업과 공연을 한 그는 현재 7년 째(10여 차례) 매년 이곳 대학생들을 출연시켜 발레공연을 하고 있다. 브라운대학교는 보스턴과 가까운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이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 미국인 스승에게 배운 발레를, 미국학생들에게, 그것도 아이비리그 대학을 다니고 있는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곳 무대에 올리는 안무가라는 점이 특이하다.

지난 24일 오후 3시 서울 인사동 ‘귀천’이라는 전통 카페에서 안무가 배귀영 창원대학교 무용학과 교수를 만나 1시간 여 대화를 나눴다.

 

그는 미국 동부 브라운대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안무가 2014년 250주년 졸업식 축하공연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통 사립 명문이다 보니 노벨상을 수상한 졸업생 등 많은 관객들이 찾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발레가 전공인 배귀영 교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한국무용을 배웠고, 중학교 2학년 때 발레를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무용부터 시작했다. 74년 선화예중(리틀엔젤스 예술학교) 2학년 때 미국 ABT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에드리엔 댈러스(Adrienne Dellas)에게 뽑혀 발레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유니버설 발레단을 창단했고 초대 단장을 지낸 분이기도 하다. 댈러스 선생은 국내 최초로 오리지널 원조 발레를 가르쳤고 열의가 대단한 분이었다. 스승의 지도하에 발레를 연습했다. 델러스 단장은 선화예술중학교 무용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일곱 차례까지 했고,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 7명의 아이를 선발했다. 바로 저를 포함해 현재 힐링춤 창시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선희 의료인류학 박사 등이 우리나라 클레식 발레의 초창기 멤버이다. 이후 문훈숙, 김인희, 강수지 등이 예비 발레리나로 뽑혀 댈러스 선생의 지도를 받았다.”

 

이어 배 교수는 중학교 시절 첫 발레를 가르쳤던 미국인 스승 ‘에드리엔 댈러스(Adrienne Dellas)’는 대단한 열정을 가진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댈러스 선생님은 우리를 정말 훌륭하게 키웠다. 일요일도 없이, 저녁 12시가 넘을 때까지 연습을 시켰다. 그래서 당시 우리를 보고 야간 학교를 다니는 학생인줄 아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식단도 챙기고 성적도 관리해 주고, 너무 철저히 발레를 잘 가르쳐 줬다. 우리나라 유능한 발레 인재를 키운 분이다. 우리가 졸업한 해에 리틀엔젤스 발레단이 유니버설 발레단으로 재 창단됐다. 그래서 우리 졸업생들을 유니버설 발레단 단원으로 오라고 했다. 우리가 한국 발레의 초창기 멤버이다. 당시 불모지인 한국 발레가 선화예중, 선화예고 학생들에 의해 인정받게 됐다. 선화예중·고 출신들이 오늘날 한국 발레 발전에 크게 기여한 부분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에게 아이비리그 브라운대학교에서 강의와 공연 안무를 하게 된 동기를 물어봤다.

 

“지난 2008년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UC Riverside 대학에 교환교수로 간 적이 있다. 3년 후 다시 한번 나갈 기회가 있어 고민을 했다.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학교에 이력과 경력 등을 적어 편지를 썼다. 뜻밖에 답장이 왔다. 그래서 2012년 국내 예체능 교수 중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인 브라운대학교에서 9월 첫 학기부터 발레 강의를 시작했다.”

▲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브라운대 공연 팸플릿     ©

 

배귀영 교수는 브라운대학교에서 강의와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냈고, 그 비결이 무용에 목말라했던 재학생들의 열정이 대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는 영어도 유창하지 못했고, 그곳은 백인우월주의가 강한 도시 등의 생각이 들어 부담을 많이 가지고 갔다. 9월 초 개학을 해 수업을 하다 보니, 바로 한 달 후인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하는 공연이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교환교수로 부임해 공연을 무대에 올린 교수들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학교 측에 공연을 해 보겠다고 했다. 개강을 해 수업을 한 두 번 하고, 곧바로 오디션을 통해 출연 학생을 뽑아 연습을 시켰다.

 

그리고 한 달 후 무대에 올려 발레 공연을 했다. 아이비리그에 오기위해 무용이 너무 목말라했던 학생들이라서 가르쳐주니 정말 잘 이해하고 잘 따랐다. 공연이 끝나고 관람객들에게 굉장한 환호를 받았다. 그때 관람을 한 브라운대학교 교수들이 너무 놀랐다고 했다. 유창한 영어도 아니고, 한 달 정도 연습을 해 무대에 올렸는데 그렇게 잘할 수가 없었다. 당시 수업을 마친 브라운대학교 학생 출연진 10여명을 데리고, 저녁 10시정도 만나 새벽 3시까지 연습을 시켰다.”

 

그는 미국이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발레를 미국인에게 배워, 국내 최초로 미국 학생들에게 발레를 가르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했다.

 

“발레는 미국이 원류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 시절 미국인 스승에게 발레를 배워 한국인이 최초로 미국학생들에게 발레를 가르쳐 공연을 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그것도 아이비리그 대학에서이다. 매년 1~2회씩 브라운대학교 정기 공연에 참가해 안무를 맡았다. 올해 7년째인데 공연 편수도 12개 정도 했다. 현재도 브라운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요구가 있다면서 언제든지 와 수업을 해달라고 하고 있다.”

배 교수는 지난 5월 말 안무를 맡은 브라운대학교 정기공연 얘기도 꺼냈다.

 

“지난 5월 21일 미국에 도착해 학생들을 연습시켰다. 곧바로 5월 26일 졸업식 축하공연 무대에 올렸다. 브라운대학교는 아이비리그 학교다 보니 공연을 보기위해 이 학교 출신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도 와 관람을 한다. 한번은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데, 노벨상을 받은 극작 교수님께서 아프리칸 교수님을 데리고 강의실문을 두드리며 서로의 전공을 지도해주자고 제안했고, 기꺼이 그 수업을 진행하며 서로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예술가로서의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당시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있는데, 투명 유리창 밖에서 수업을 관람하기도 했다. 제가 세계 석학이 된 느낌이었다. 어쩔 때는 수업 중인데도 통유리를 열고 악수를 청하기고 했다.”

▲ 기자(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배귀영 교수이다.     ©

 

그는 직접 안무를 맡아 10여 차례 브라운대학교 정기공연 무대에 올렸다. 그래서 발레 공연 주제가 궁금했다.

 

“브라운 대학을 가면 교포 한국 학생들도 있다. 그 학생들은 모국인 한국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한국 노래를 하나씩 삽입해 공연을 했다. 오페라에 ‘동그라미’란 노래도 넣었고, 영화 <귀향>ost ‘가시리’를 작품음악에 삽입했다. 한국전통의 아쟁음악을 사용함으로써 관객들이 작품에 깊게 감흥 되는 효과를 얻어 교포학생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공연 중 기립 박수도 많이 받았다. 싸이의 말춤이 유행할 때,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 학생도 많았고, 한국 문화를 알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어 한국인이라는 게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윤회사상(삶과 죽음)’과 활짝 핀 꽃이 지면 인생의 허무 같은 것을 느끼는데, ‘허무’를 주제로 공연을 한 적도 있다. 대부분 공연 주제는 ‘삶의 애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배 교수는 가장 마음이 아프고, 기억에 남은 공연이 있다고도 했다. 주인공을 맡은 제자가 암투병 중 공연을 했고, 그 후 영원히 세상과 하직한 가슴 아픈 사연도 전했다.

 

“브라운대학교 제자 중 춤을 굉장히 잘 춘 제시카라는 아이가 있었다. 제시카는 내가 안무를 맡은 공연에서 1~3학년까지 주인공을 했다. 4학년이 돼 있을 그 아이가 브라운대학에 와보니 없었다.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함께 했는데 그 아이가 없었다. 바로 암 투병 중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다른 학생을 주인공으로 했고, 공연 준비가 한창인데, 주인공 학생이 나에게 편지를 썼다. 암이 완쾌가 됐고, 공연을 너무하고 싶어 하니, 저를 빼고 제시카를 주인공으로 시켰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안무를 다 짜 놓았는데, 그 학생이 주인공을 포기하고 그 배역에 제시카를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주인공으로 내정한 학생이 그런 말을 하기 에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둘 다 주인공으로 출연시켰다.”

이와 관련해 배 교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제시카의 졸업 작품 공연에는 부모님과 가족들이 모두 참석해 관람을 했다. 이후 제시카는 워싱턴 있는 도서관에서 일을 하면서 무용을 한다고 알려왔다. 그런데 2016년 그해 12월 사망했다. 정말 감동스토리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이 이시기 때마침 한국에 머물며 저희 집에서 설날 같은 한국문화를 접하며 동료를 잃은 슬픔을 달랬고 나는 2015년 5월 26일 제시카를 추모하는 공연을 무대에 올려 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그 공연을 보고 많이 울었다.”

 

국립창원대학교 무용학과교수이고, 또한 브라운대학교 초빙교수인 그에게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한국과 미국 학생들의 교육의 차이점에 대해 물었다.

 

“현재 한국 무용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로잔 콩쿠르에서 1~4등까지 한국 아이들이 차지했다. 한국은 발레 강국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은 평소 주입식교육을 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창의성 등이 부족하고 얽매여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미국학생들은 자유스러운 교육으로 창의력은 대단하다.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같이 똑똑한 아이가 없다. 주입식 교육은 창의력과 자기개발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미국 아이들은 자유스럽기 때문에 무용을 시키기에는 조건이 좋다. 특히 중요한 점은 양 나라 학생들이 무용의 차이점은 있지만 무용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공유하는 부분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 배귀영 교수(우)와 동료 발레인 박선희 의료인류학 박사(좌)     ©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었다.

 

“힐링춤(명상)과 함께 발레 공연을 하는 그런 새로운 분야에 대해 창작 공연을 모색 중이다. 어릴 적 발레를 해 왔던 친구가 힐링춤(명상)을 하고 있는데, 나하고 함께 하면 새로운 영역이 개척이 될 것이다.”

배귀영 교수는 현재 국립 창원대학교 무용학과와 미국 브라운대학교 교환교수이다. UC Riverside 교환교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는 16회 개인공연과 미국 브라운대학교 3대 주요 페스티발에서 7년째 안무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기사입력: 2018/06/27 [07:5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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