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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합의, 왜 종전선언 포함하지 않았을까?
 
권영철   기사입력  2018/06/14 [23:49]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4개항의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미국은 북한의 안보 보장을 약속했고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 그렇지만 기대를 모았던 '종전선언'은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늘 [Why 뉴스]에서는 <북미합의, 왜 종전선언은 포함하지 않았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 북미 정상의 합의문에는 '종전선언'이 빠졌다? 

= 그렇다. 명시적으로 '종전선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합의문에는 종전선언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합의문 2항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할 것이다."는 것과 3항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은 '종전선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2항에서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명시했고 3항에서는 '4.27 판문점 선언 재확인'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따라서 명시적으로 '종전선언'을 담지는 않았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미 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한 뒤 배웅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는 종전선언을 여러차례 언급하지 않았나?

= 그렇다 북미 정상회담 하루전인 6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펌프 대통령이 40분간 통화했는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이 남-북-미 사이의 종전 선언도 논의했다"고 밝힌바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6월 7일(현지시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전쟁 종전 협정에 서명하는 문제'에 대한 질문에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협정 다음에 벌어지는 일이 진정 중요한 포인트"라면서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것은(종전 협정) 가장 쉬운 부분이다. 어려운 부분은 그 다음에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4월17일에는 "남북이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를 축복한다"고 언급했다. 6월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접견한 뒤에는 "우린 한국전쟁을 끝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면서 '문서를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우린 회담 전에 이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 그런데도 '종전선언'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 첫 번째는 처음부터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미간 첫 정상 회담이었다. 그래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라고 한다. 첫 만남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인데 합의문까지 나왔다.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구체적인 실무논의가 상당부분 진전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이 어제(13일) 인터뷰에서 "합의문에 '첫 역사적 정상회담(first historical summit)'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첫 번째다. 첫 번째고 역사적인 정상회담이다'라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두 번째, 세 번째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종전선언'이 말 그대로 '선언'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70년 적대관계인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처음 만나 종전선언까지 합의하기에는 성급한 면이 있다.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북한 안전보장'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처음 만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6개월 뒤에 보면 알 거다. 제가 틀릴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 봐야 아는 거 아니겠나?"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종전선언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체제 보장 프로세스의 첫 단계다.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종전선언에 이어 국교정상화를 통해 상호 불가침조약을 맺는 것이지만 현재 북·미 관계에서는 정치적인 선언인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협정체결과 수교 등의 단계를 밟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후속회담에서 종전선언 방식과 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세 번째는 북미간 선언이냐 아니면 남북미의 선언이냐 그것도 아니면 남북미중의 선언이냐가 아직 미정이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은 1953년 7월 27일 연합군, 북한군, 중공군 사이에 맺은 정전협정을 종전으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정전협정은 전쟁이 중지된 상태지만 종전선언은 전쟁을
완전히 끝낸 상태를 말한다. 

종전선언은 서명 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 물론 우리도 전쟁 당사자였으니까 참여해야 한다.

남북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로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평화협정에 대해 "법적 효력과 상관 없이 한국과 중국을 참여시키는 게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네 번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타임스케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북미정상회담 확정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 38%까지 떨어졌던 트러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4%까지 회복됐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11월에 있을 중간에서 미국 공화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상대 박종철 교수는 "종전선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간선거에서 이겨야 평화협정이건 불가침조약이 통과될 수 있는 만큼 2020년 대통령 선거까지 북미협상의 이슈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청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이런 행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 오는 7월 27일 정전협정 65주년에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나?

= 남북이 가장 바라는 방안 일 수 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래서 7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과 남북미 정상이 만나서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 남북미중의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
모두 가능성이 열려있다. 

남북문제 전문가인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오는 7월 27일 남북정상이 종전선언을 할 수 있을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에 응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에 출연해서 "7월 27일 종전선언이 이뤄졌으면 좋겠지만 4국 정상이 아니더라도 4국 국방장관이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종전협정은 군사협정이니꺼 군 책임자들이 해도 된다"면서 "북한의 노광철 인민무력상, 송영무 국방장관,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 그리고 중국의 국방장관이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접협정은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미 육군 중장과 북-중 공산군을 대표한 남일 조선인민군 대장이 서명했다. 이어 1953년 7월 30일 마크 클라크 유엔군 최고사령관과 펑더화이 중공 인민지원군 사령관, 김일성 북한 군 최고사령관이 각각 협정문에 서명하면서 정전협정이 발효됐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 판문점이 아닌 워싱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만나 이동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한다고 했는데? 

= 합의문에는 없던 내용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돈을 군사훈련에 쓰고 있다. 한국도 부담하지만 일부분이며,괌에서 한국까지 와서 폭격 연습하고 가는 데 큰 비용이 드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다만 "한국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선의로 협상이 진행되는 한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의(in good faith)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북한은 비핵화를 해야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그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이 사실상 즉각적으로 (비핵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자심감을 보였다. 

미 국방부 역시 훈련중단 방침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독단'이 아니라 사전에 메티스 국방장관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매체들도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전제를 달아서 보도했다.

6월 13일자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것이 지역과 세계평화와 안전보장에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면서 "당면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이해를 표시하면서 북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북한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이 진척되는데 따라 대북제재를 해제할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군사훈련 중단과 관련해서는 아직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는데 전략물자를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이 중단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한미군사훈련이 중단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가 타결된 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고 국제 핵사찰을 수용하는 대신 1992년도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지하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1992년도 팀스피리트 훈련은 중지됐다.  

팀스피리트(Team Spirit)는 1976년부터 1992년을 제외한 1993년까지 이뤄진 주한 미군과 대한민국 국군의 합동 군사훈련으로 1994년부터 2007년까지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 RSOI(Reception, Staging, Onward Movement and Integration of Forces)로 바뀌었다가, 2008년 3월부터는 키 리졸브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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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14 [23: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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