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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號, '안상수 무소속 출마' 사당화 논란 기폭제 되나
한국당 反洪 중진들, 홍준표 사당화 및 언행 품격 지적
 
이정주   기사입력  2018/03/30 [00:25]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친홍(친홍준표)계 후보를 전략 공천하면서 사당(私黨)화 논란이 번지고 있다. 특히 한국당의 텃밭인 경남 창원에 현직인 안상수 시장 대신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사실상 낙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등 인재난이 가속화되자 당내 일부 중진들의 반발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당 대변인들의 논평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시절인 지난 20107·14 전당대회에서 맞붙은 홍 대표와 안 시장은 당시 경선 과정에서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번번이 부딪히며 정치계 대표적인 앙숙(怏宿)으로 불렸다.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 출마할 창원시장 후보 자리를 두고 벌어졌다.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8일 창원시장 후보로 홍 대표 측근인 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단수 추천해 오는 30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에 의결을 요청했다.
 
공천은 현직 우선이라는 원칙까지 버리면서 사실상 당 대표 측근을 전략공천한 것에 대해 안 시장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안 시장은 29일 오전 창원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시민과 당원의 지지도가 극히 낮은 꼴찌 수준의 당 대표 측근을 공천하는 것은 사천(私薦)이자 부정공천"이라고 주장했다.
 
"경선을 배제한 공천을 한다면 저를 따르는 5천여 명의 책임당원 동지와 함께 당을 잠시 떠날 수밖에 없다""무소속으로 출마해 시민 선택을 받아 창원시장에 재선된다면 당으로 돌아와 당을 재건하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홍 대표도 "잡음이 없는 공천은 없다"며 전략 공천을 강행할 의지를 내비쳤다.
 
홍 대표는 안 시장의 기자회견 후 자신의 SNS(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에 반발이 없다면 그것은 죽은 정당"이라며 "자기를 공천 주지 않는다고 사천이라고 하면서 당을 비난하고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우리는 묵묵히 가는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안 시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야당 공천은 여당 때와 달리 당근도 채찍도 없어 힘들지만 당헌·당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가 자신과 껄끄러운 사이인 안 시장을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됐다. 한국당은 지난 12일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수원·고양·용인·성남·창원 등 5개 지역을 '중점전략 특별지역'으로 선정해 중앙당 공관위에서 후보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당헌 110조에 의거해 인구 100만 안팎의 지역을 선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당시 사실상 안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원·성남·고양 지역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강세가 뚜렷한 데다, 용인은 현직인 한국당 소속 정찬민 시장이 버티고 있어 '전략지역' 선정의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창원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홍 대표와 안 시장의 악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제기된 의혹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의혹에 신빙성이 더해지는 분위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전략공천으로 인해 아마도 한 바탕 소란이 발생할 것 같다""창원시장을 두고 당내 분열이 발생할 경우 경남지사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측근 공천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당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내 중진들의 반발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반홍(反洪·반홍준표)계 중진의원 4명은 이날 홍 대표의 당 운영방식을 문제 삼으며 지방선거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지난 22일 첫 회동을 했던 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 의원 등 중진의원 4명은 일주일 만에 의원회관에서 재차 모임을 열고 홍 대표에게 조기선대위 구성과 투명한 공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 대표가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후보 영입에 연이어 실패하자, '책임론'을 앞세워 홍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홍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홍정욱 헤럴드 회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등과 접촉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이 와중에 당 대변인들의 공식논평도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울산시청에 대한 경찰 수사를 두고 '미친개'라는 원색적 표현으로 비난, 일선 경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사과한 바 있다.
 
지난 28일 홍지만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관련 검찰수사 발표에 대해 논평에서 "세월호 7시간 의혹에 실체가 없다고 발표한 것으로, 7시간을 두고 난무했던 주장들 가운데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불행한 사고가 났을 때 집무실에 있지 않고 침실에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납득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사과 후 공식논평을 취소했다.
 
이후 장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이유로도 활기차게 일해야 할 시간에 침실에 있었단 사실 하나만으로 할 말이 없다"고 새 논평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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