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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왜 김관진에게만 관대한 걸까?
 
권영철   기사입력  2018/03/11 [03:01]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검찰이 두번째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지난해 11월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지 100일 만에 다시 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이른바 '양승태 키즈'로까지 불렸던 영장전담 판사들이 새롭게 교체된 이후 벌어진 일이어서 검찰과 법원간 갈등의 불씨가 될 우려가 제기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법원은 왜 김관진 전 국방장관에게만 관대한 결정을 내릴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방부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김 전 장관에게만 관대하다니? 

= 김 전 장관은 2012년 대선에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진두지휘했다는 혐의와 함께 2013년과 2104년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을 수사하던 국방부 조사본부에 '대선 개입'은 절대로 나오면 안 된다는 수사가이드라인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임하던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직후에 대통령 훈령에서 '국가안보실장이 국가 위기상황의 종합 컨트롤타워'라는 내용을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2017년 11월 11일 구속수감됐지만 11일만인 11월 22일 당시 서울중앙지법 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가 구속적부심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김 전 장관을 석방한데 이어서, 100일만에 다시 새로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허경호 영장전담 판사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이미 김 전 장관의 부하들은 구속돼 있고, 김 전 장관의 지시에 의해서 그렇게 했다는 진술을 하고 있는데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적부심으로 석방하고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 두 차례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게 석방의 이유인가?

= 그렇다. 그런데 왜 다툼의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광렬 수석부장도 허경호 영장전담판사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석방 이유에 대해 검찰뿐아니라 법원내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들이 나온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 전 장관의 경우 부인한다는 것 외에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면서 "범죄사실을 부인하면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 석방하고 시인하면 구속하는 게 기준이냐?"고 반박했다. 

법원내부에서도 기각 결정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랫사람들은 다 구속이 됐는데 지시를 했다는 사람을 구속하지 않는 건 이해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중앙지법 김동진 부장판사는 7일 새벽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페이스북에 "한국사회를 뒤흔드는 역사적인 주요사건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는 이 한 마디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하여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이유 또는 설명이 되는 것일까? 구속영장의 발부나 기각 여부를 떠나서… 국민들에게 찬/반 여부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최소한의 설명조차 하지 않고서"라는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 소정의 구속요건과는 전혀 무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재차 사용하고 아무런 설명도 안하면서… 주권자인 국민들에 대하여 여전히 법원조직 이기주의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진 부장판사가 7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내린 글 전문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 
 
나는 2014년 12월 징계처분을 받은 뒤 성남지원에서의 3년을 합하여 5년 동안 공사소송만을 했다. 그리고 2017년 11월부터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2017년 2월말경에 수도권에서 5년만에 공사소송이 아닌 형사재판을 맡게 되었고, 2017년 3월경에는 사법연수원에서 진행되는 형사재판장 실무연수를 받게되었다.
 
그 당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인 S 부장판사로부터 교육을 받게되었고, 나는 내가 평소 갖고 있던 학구열과 성실성으로 인하여 S 부장판사의 교육내용을 열심히 들었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세상 사람들은 흔히들, 판사가 판결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향하여 어떤 의견을 표시할 때,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라는 법언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압박과 억압을 하곤 한다. 
 
그런데, 내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 S 수석부장판사 스스로 우리들에게 교육을 하였다.
"여러분,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라고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판사는 어떤 판결을 내릴 때, 그 판결서에 자신이 기재하는 이유(설명)로써, 자신이 왜 그런 판결을 내렸는지에 대한 '필요충분'한 이유를 다 적시해야 합니다. 판결서가 아니라 인터뷰나 그 밖의 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하려고 하는 상황이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라는 법언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2017년 3월 초 형사재판 실무연수를 받을 당시 S 부장판사 자신의 언변으로써 후배법관들에게 직접 교육을 한 내용이다. 
 
그런데, 한국사회를 뒤흔드는 역사적인 주요사건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는 이 한 마디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하여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이유 또는 설명이 되는 것일까? 구속영장의 발부나 기각 여부를 떠나서... 국민들에게 찬/반 여부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최소한의 설명조차 하지 않고서 
 
형사소송법 소정의 구속요건과는 전혀 무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는 정체불명의 용어( 이것은 S 수석부장판사가 사용한 용어와 동일하다)를 재차 사용하고 아무런 설명도 안하면서.. 주권자인 국민들에 대하여 여전히 법원조직이기주의(태도의 변화가 전혀 없음. 결론의 문제가 아님)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혹자는 내가 '논평'을 했다고 비판을 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결론이 가/부 인지 여부를 떠나서 평범한 국민들이 이성적으로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아무런 이유 적시를 하지않은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판사들이 실질적인 맥락의 이유의 설명도 없이, 나름대로 어떤 결론을 내린 채... 국민들을 향하여 "그런 줄 알라!"라고 말하지 말라. 당신들은 신이 아니다.


▶ 김동진 부장판사는 누구인가? 

= 김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부장 재직시절인 2014년 9월12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심에서 선거법 무죄 판결을 받자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 판결은 '지록위마'(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명백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담당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지록위마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말은 '이현령 비현령'이라는 얘기냐?

= 사실 법원이 김관진 전 장관이라고 특정해서 봐주거나 관대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외부로 드러나는 객관적인 사실은 그런 의심을 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김 전 장관에 대해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데 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는 구속적부심에서 11일만에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석방했다. 사정변경이 없었지만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허경호 영장전담판사는 "종전에 영장이 청구된 사실과 별개인 본건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의 내용을 볼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이에대해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판사들이 실질적인 맥락의 이유의 설명도 없이, 나름대로 어떤 결론을 내린 채… 국민들을 향하여 "그런 줄 알라!"라고 말하지 말라. 당신들은 신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사진=자료사진)

▶ 법원에서 김관진 전 국방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가 뭘까?

= 첫 번째는 뚜렷한 구속영장 발부기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영장전담 판사에 따라 구속여부가 갈리면서 법무법인이나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기피 영장전담 또는 선호 영장전담 판사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선호하는 영장전담 판사가 배정되면 일종의 '로또' 맞았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영장전담 판사들의 영장 발부나 기각사유를 보면 주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렇지만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의 기준을 무엇으로 판단할까? 주소지가 일정하면 도주의 우려가 없는 것일까? 이미 증거를 인멸한 혐의가 있는데도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없다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이 가장 큰 기준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20년 이상 경험이 있는 법조인들이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예측하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법원에서 이미 구속적부심으로 풀어준 피의자이기 때문은 아닐까? 김관진 전 장관은 이미 지난해 11월 당시 신광렬 형사수석부장이 구속적부심으로 풀어줬다. 비록 다른 혐의지만 다시 구속한다면 법원의 결정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우려한 것은 아닐까?

한 중견법조인은 "법원에서 이미 석방한 김 전 장관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검찰에 대한 군기잡기 차원이 아닐까 하는 분석이다.

영장전담판사들이 교체된 뒤 처음으로 신연희 강남구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됐다. 그런데 이미 한차례 석방된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에서는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 된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검찰고위관계자 여러명에게 확인을 했지만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거나 "기록을 제대로 봤다면 기각할 수가 없다'거나 "기각결정을 존중해야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납득이 안 된다'는 등의 반응이었다. 

검찰의 한 핵심관계자는 "아무래도 검찰에 대한 군기잡기 차원으로 밖에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법원의 눈 높이와 국민의 눈 높이에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법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해서 논란을 빚었다.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해서도 비슷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원의 관행이나 과거의 형태를 되풀이 하는 잣대로 보인다"면서 "영장전담 판사들이 모두 교체됐지만 아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같다"고 말했다.

특히 구속이냐 불구속이냐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법원에서는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지키려고 하지만 아직 국민정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혐의가 입증된 중대한 사안이고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수사가 미흡하거나 사안이 미미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영장전담판사들이 모두 교체됐으니까 이제는 봐주기 논란은 없을 줄 알았는데?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임명된 오민석, 권순호,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들이 2월 법관 정기인사로 박범석, 이언학, 허경호 부장판사로 모두 교체됐다. 이전 영장전담판사들은 국정농단수사와 관련해 잇따라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양승태 키즈'로도 불렸다.

그렇지만 이번 영장전담판사들은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들이 선출한 '사무분담위원회'에서 만든 규정에 따라 임명됐다.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거나 대법원장의 의중이 반영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특히 김관진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허경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를 거치지 않고 줄곧 재판업무만 해왔다. 

따라서 이번 영장전담판사 체제에서는 그런 논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가 됐다. 

그래서인지 검찰에서도 영장전담판사 전체에 대해 비판하기 보다는 판사 개인의 성향탓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민을 위한 재판을 할려면 다른 영향없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런 부분을 철저학게 보장해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이대로 끝나는 거냐? 

=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묻기 위해 향후에도 더욱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장관은 2010년 12월에 국방장관에 임명된 뒤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임됐고 2014년 6월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3년 7개월여 국방장관직을 지냈고 2014년 6월부터 정권이 교체된 2017년 5월까지 3년여 국가안보실장을 지냈다.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대선개입 의혹과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중요한 연결고리 이기도 하다. 방산비리와 관련해서도 여러 의혹을 받고 있어서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nocutnews.co.kr/news/4935473#csidx0f32bbbd35a87169b6dbead031073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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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11 [03: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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