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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디지털지상파 전송방식-북한과 통일을 고려해야
 
김철관(객원논설위원)   기사입력  2002/02/16 [12:51]
디지털지상파방송방식토론회에서 언론보도가 정부와 관련 기업이 제시한 보도자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시민단체 등 비판적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고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민족동질성회복과 민족화해를 위해 북한 지상파 디지털 방송방식 문제도 함께 고민해 통일에 일조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대두됐다.

{IMAGE1_LEFT}한국언론정보학회는 15일 오후 방송화관 회의실에서 열린 '지상파 디지털전송방식의 의미와 전망'이란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기술과 미디어 균형발전 방안'을 발제한 서울산업대 김광호 교수는 "국내 디지털방송 기술분야 의제설정과 논의과정, 정책판단이 극소수 전문가들만의 폐쇄된 공간에서 이루어짐으로써 공공편의와 이익증대를 위한 미래 기술을 선택함에 있어 국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공론장의 토대를 마련할 언론 또한 기술의 영역에 근접하지 못하고 기업과 정부가 제시한 보도 자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공론장에서 논의하려는 비판적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거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매도되기 일쑤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방송기술 문제를 하루 빨리 추진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충분한 사회적 공론장을 마련해 올바른 이념과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97년 방송방식을 선정할 당시 비교필드테스트가 필요하다는 일부 분과위원 주장을 무시, 실무회의 5차례, 상임기구회의 4차례, 각계 여론을 수렴해야 할 공청회는 단 한번에 불과 했다"며 "이렇게 급하게 미국방식을 채택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 시장을 염두해 둔 디지털 방송의 경제적 산업적 기대효과가 있어, 먼저 디지털 방송에 뛰어듦으로서 우리가 기술시장에서 선두주자의 이점을 누려보자는 중요한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김 교수는 " 정통부가 단기적 산업논리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투여했던 비용과 시간을 미래디지털산업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소화시켜, 지난해 MBC에서 실시한 비교시험결과를 겸허히 수렴해 방송방식의 전면적 재검토에 나서 주라"고 촉구했다.

이어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전송방식변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발제한 산업연구원 이경숙 디지털 경제실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전송방식관련 구체적 경제 지표를 제시해 화제가 됐다.

그는 결론적으로 "전송방식변경이 빨리 이뤄지면 손실은 극소하다"며 "특허료 등 경제적 측면을 보더라도 미국식보다 유럽식으로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1년 국내 디지털 TV판매는 표준화질(SD), 고화질(HD) 포함, 13만대 수준으로 추정되고있고, 디지털텔레비전 셋톱박스는 분리형보다 일체형 판매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며 "지난해 11월 지상파디지털방송이 시작됐는데도 디지털셋톱박스 수요가 매우 미미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디지털 지상파 셋톱박스관련 특허료 부담도 미국 방식이 유럽방식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 방식으로 갈 경우 2003년부터 10년간 특허료 부담액은 1억4400만 달러에서 1억 7000만 달러가 예상된다"며 "똑같은 기간 유럽식으로 변경할 갈 경우 2750만 달러에서 3200만 달러에 특허료를 지불하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통합 셋톱박스 구현에 있어 지상파가 유럽방식인 경우 유럽방식 위성방송 셋톱박스와의 기기 통합면에서 기술적, 경제적으로 미국 방식보다 유리하다"며 "이는 소비자인 시청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셋톱박스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IMAGE2_LEFT}참여연대 손혁재 협동사무처장은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정치학: 통일을 위한 방송의 역할을 중심으로'란 이날 발제에서 "디지털 지상파 방송정책 결정과정에서 북한이란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된다"며 "디지털텔레비전 방송방식 결정과 변경에는 북한과 통일 변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아날로그 방송방식도 북쪽과 방송방식이 달라 상대측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지상파 전송방식 논의는 남·북간 방송통합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남북화해협력의 단계와 통일이후의 단계에서 디지털 방송에 앞서가는 남쪽이 디지털 전송방식 결정에 있서 남북관계 변화와 평화통일의 전망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정병국(한나라당) 의원은 "작년 MBC비교시험결과 실내수신, 이동수신 등 모든 면에서 유럽식이 우수하게 나왔고 난시청 해결에도 유럽식이 우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위해 방송사, 정통부, 국회 3자가 참여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전송방식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디지털 지상파 방송방식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문화관광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들이 이 문제를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문광위와 정통위 위원들을 만나 여야 공동 특별 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권오형 책임연구원은 "방식변경은 내수시장에서 미국식 셋톱박스를 개발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손실도 예상된다"며 "유럽방식으로 갈 경우 이들에 대한 보상책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건국대 김동규 교수는 "지금까지 디지털텔레비전 정책은 밀어붙이기 식 정책이 주류였고, 소비자 편익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가 없었다"며 "사회적 합의를 돌출하기 위해서도 소비자 편익을 고려할 때"라고 밝혔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는 "디지털전송방식 문제는 정부가 사회적 고려 논의를 무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민방, 케이블텔레비전 등도 다 마찬가지였다. 방송산업은 자체적으로 생산력을 증가시키지 못한다. 전체 산업부분에서 통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 선행기술에 대해 독점적 기술종속논란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과거 NTSC흑백 논란도 일부 반대에 불구하고 진행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또 질곡으로 작용하게됐다"며, 그는 "비교시험을 위해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방송위원회(정부)를 통해 투자했는데 국민대변 역할을 해야할 방송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방송위원회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한 디지털텔레비전 방송방식 재검토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DTV시민대책위원회) 성유보 상임대표는 "비교시험에서도 유럽식이 우수하게 나왔는데도 정부는 일방적 미국식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 토론회에는 학문적 논쟁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모든 국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생산적 토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사회자인 이범수(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동아대 교수는 "디지털 지상파 전송기술방식은 정보소비자가 실제 접하는 삶의 일부인데도 공론의 장을 거치지 않는 채 진행됐다"며 "비교시험을 토대로 기술적 문제 뿐 아니라 문화적 논의도 거쳐야된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하고 DTV시민대책위가 후원한 이날 토론회는 4시간 동안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다. 100여명의 방송기술 현업자 및 시민단체 인사 등 방청객들은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진지하게 귀를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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