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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처럼 달콤한 말인 '밀어', 시어로 표현하면?
기자 출신 허필연 시인의 첫 시집 <밀어(蜜語>, 삶과 자연 조망
 
김철관
▲ 표지     ©


사랑하는 사이의 연인들이 사랑의 속삭임 같은 말을 밀어(蜜語)라고 한다. 한 마디로 꿀처럼 달콤한 말이다. 사람과 연인뿐 만 아니라 풀꽃 등 자연도 밀어를 나눈다.

 

허필연 시인의 시집 <밀어, 蜜語)>(2017년 10월 비제이코리아)는 세상을 아름답게 밝히는 진심어린 언어로 삶과 자연을 조명했다. 그래서일까. 시집 구석구석에 달콤한 시어들이 즐비하다. 밀어, 먼발치, 개망초, 산수국, 눈물길, 서둘러 등이다. 시집에 실린 70여 편의 시는 인간과 자연의 소통을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시 <밀어,蜜語 1~3편>는 말과 약속과 맹세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밀어蜜語 1

 

봄비가 오시네

저리도

작은 속삭임은

꽃잎만 들으란

 

밀어蜜語 2

 

봄비가 오시네

이토록 촉촉한 숨결은

꽃길을 열어주시겠다는

약속

 

밀어蜜語 3

 

봄비가 오시네

온종일 머무는 것은

서러운 풀빛도 함께하겠다는

맹세

 

허 시인은 공식 문단에는 등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습작을 했고, 쉰 중반에 첫 시집 <밀어>를 선보였다.

 

한 월간 잡지에 시집을 게재했고, 매일 같이 인터넷 페이스북 영상 ‘시 읽어주는 여자’(시뇨)를 통해 자신이 습작한 시 뿐만 아니라 여러 저명한 시인들의 작품 1000여 편을 소개하기도 했다. 스승인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인터넷 영상을 통해 ‘책 읽어 주는 남자’를 진행하다 중단해,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곧바로 ‘시 읽어주는 여자’를 시작했다고.

 

그가 방송한 ‘개망초(1~10편)’란 시를, 문태준 시인이 발견해 <좋은 생각> 인터넷판에 댓글을 달면서 여론화됐고, 개망초 시인으로 부르는 계기가 됐다.

 

개망초3

 

대문 밖 보도 블럭 틈새

고개 내민 망초야

수녀원 지나 강둑길 동그랗게 뜬눈으로

길길이 늘어선 망초야

 

너 지금 보초 서는 거지?

 

흔한 이름 ‘순자’는 시 창작 분야에서 저명한 김은자 한림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읽고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내렸다. 사람 이름으로 쓴 시가 김 교수에게는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시 ‘순자’가 대학교재 한 쪽에 등장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한국문인협회장을 역임한 오탁번(고려대 영문과교수) 시인의 부인이기도 하다. 허 시인은 풀꽃 ‘개망초(1~10편)’와 ‘순자’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공식 문단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좀 더 글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3년 전 소설가 이외수 선생을 만났다.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연수생 입학절차인 창작 작품이 필연이었다. 그에게 ‘물망초’와 ‘순자’ 등을 보여줬고, 곧바로 ‘시인’이라고 불으면서 제자로 맞이했다.

 

순자

 

오늘 그 순 하디 순한 순자를 만났다.

 

순자는 내 초등학교 친구

선생님께 야단맞고 교실에서 쫓겨나던 날

산소둥이에서 동무해 준 순자

 

商高 나와 신설동 밍크담요 대리점에 취직한 순자

억지거리 대학생이 된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눈치보며 자장면 한 그릇 더 시켜주고

사장님 몰래 전화하라고 망 봐 주던 순자.

 

그런 순자를 화가에게 뺏겼다.

십년하고도 팔년이란 세월을

蘭치는 남편 먹 갈아 준다고 평일을 몽땅 바치고

나머지 하루는 하느님께 찬송드려야 한다고

날 볼 수 없다던 순자.

 

순자는 나를 잊었나? 오순도순 오리를 걸어

순자는 냇길로 십리, 나는 산길로 십리

아쉬움이 머물던 그 자리 새말 갈림길

내려다보면 순자는 아득한 점으로 사라지고

그 아득함이 이제 순자와 나의 거리가 되어버린 듯.

 

그런 순자가 오늘 춘천에 왔다.

 

결혼한 지 십년 만에 업둥이로 얻는 순자의 딸은

단지 울 줄 밖에 모르는 여덟 살배기 반뇌아

그런 수빈이를 꽃보다 예쁘다며

자랑하는 순자는 변함없는 내 친구

상고머리 깜장고무신 여전히 오종종한 순자

순자를 앉히자 그리고 돌아가자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주음지리와 야시대리로.

 

소설가 이외수 선생은 제자의 첫 시집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허필연의 시는 눈 내리는 봄밤, 홀로 걷는 산책, 외롭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상념을 데리고 하염없이 떠도는 거리, 풍경은 날마다 익숙한데 사람들은 날마다 낯설다, 갑자기 시간이 표백되고 기억이 소멸한다. 그녀는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쓰라린 아픔을 지운다. 고통도 눈물도 며리도 비난도 시를 쓰기 전에 모두 전생, 지친 걸음으로 돌아오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달빛 아래 음표들이 물비늘처럼 떼지어 반짝거린다.”

 

다음은 허 시인의 시 창작 작업노트이다.

 

“꿀처럼 달콤한 말을 밀어라고 합니다...슬픈 날도, 기쁜 날도, 아픈 날도, 힘든 날도 진심 담긴 밀어가 살아 있어 세상은 다시 살아 갈만 합니다. 제가 가장 나중에 지니게 되는 나의 말이 소박하면서 달콤하길 항상 되새겨 봅니다. 나를 통해 세상으로 나간 말들이 세상을 빛내는 밀어(蜜語)가 되도록 초초로 언어를 거르려 입가에 거름망(網) 하나 쳐둡니다.”

 

허 시인은 강원도 홍천 출생으로 매일 인터넷 페이스북 생방송을 통해 시를 읽어 주고 있다. 현재 춘천에 거주하며 <한국인권신문>과 <월간 인권> 기자로 활동 중이다.


기사입력: 2018/01/15 [22:4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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