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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뒤에 숨은 '아무말'…도 넘은 국민청원 어쩌나
靑 "자정작용있고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실명제 아직 고려 안해"
 
권희은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군내 위안부 재창설' 청원. 현재는 게시판에서 삭제됐다.

 

"대한민국 군인은 거의 무보수로 2년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인들을 달래주고 위로해줄 위안부 도입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여자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보수를 받으면 나쁘지 않은 딜일 것"

16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에 경악할 수밖에 없는 청원이 등장했다. '군내 위안부를 재창설해달라'는 상식 밖의 내용에 5백 명이 넘는 인원이 분개하며 댓글을 달았다.

해당 청원은 삽시간에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며 공론화됐고, 곧바로 '청원을 올린 청원자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청원자는 "청와대에게 성매매 포주가 되어달라는 거나 다름없다"며 "정부에서 심각성을 느끼고 청원자를 잡아 들여야 한다. 현재 생존해계신 위안부 할머님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해당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참여인원이 4만 명을 돌파했고, 20일까지 약 7만 3천 명의 참여인원을 기록하며 현재 진행 중인 청원 중 네 번째로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사진=자료사진)

◇ '데이트비용', '히딩크를 국대 감독으로'…난무하는 청원에 커지는 '실명제' 목소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극히 사적인 청원이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청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번 나온 바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군내 위안부 재창설' 청원 외에도 '커플들에게 데이트 비용을 지원해달라', '히딩크 감독을 국가대표 축구 감독으로 모셔오자', '포항 지진으로 인한 수능 연기를 취소해달라' 등의 사적이거나 장난성 청원 등이 국민청원 본래의 취지를 흐리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청원장은 비난이 오고가는 '싸움터'가 되기도 했다.

9월 게시된 '여성 징병을 의무화하라'는 청원은 "남성만의 독박 국방의무 이행에서 벗어나 여성도 병역 의무를 이행하도록 법률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약 8만 명의 인원이 동의 의견을 표했다.

이후 '남성도 의무적으로 인공 자궁을 이식받도록 하라'는 반박성 청원이 올라왔다. '여성이 병역의 의무를 동등하게 져야 한다면, 그 전에 출산의 의무도 나눠 진정한 성평등을 이루자'는 이 청원의 댓글창은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 비방 의견을 잇달아 표하며 성별 갈등 양상으로 번졌다.

이에 국민청원을 실명제로 전환해달라거나, 부적절한 청원 글을 신고할 수 있게 해달라, 동의가 아닌 '비동의' 의견도 남길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군내 위안부 재창설' 청원의 경우에도 청원에 동의하지 않는 누리꾼들이 청원자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지만, 댓글을 달면 자동으로 '동의' 의견으로 카운팅되는 시스템 탓에 약 5백 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 의견을 나타낸 것처럼 보이는 착오가 나타났다. 청원의 댓글창을 직접 보지못하고 동의 인원수만 접한 누리꾼들은 "어떻게 저런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5백 명이 넘을 수 있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본인들의 데이트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사적인 청원이나 위안부 할머님들을 모욕하는 위안부 재창설 등의 청원을 하는 사람들을 굳이 익명제로 보호할 필요가 있느냐"며 "청원을 등록하기 전 주민등록번호 인증을 거치고, 등록된 청원에서 신상 전체를 고지하지는 않더라도 이름 정도만이라도 표기되게 해 달라.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청원 올리는 사람들의 글이 다 묻혀버리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 '뜨거운 감자' 토론하는 '사회적 공론장'…시행착오 거쳐 순기능 살려야

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제안과는 별개로 '국민청원'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분명 순기능이 많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현재 '베스트 청원 목록' 에는 주취 감형 폐지 건의, 경사진 주차장의 경고문구 의무화 요청, 권역외상센터의 제도·환경적 지원 건의 등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사안에 대한 유의미한 청원이 다수 게시돼 있다.

이런저런 잡음에도 청원 게시판의 폐지가 아닌 청원 과정에서의 여러 안전장치를 도입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제도적 시행착오를 거쳐 더 양질의 참여와 청원을 독려하고 활발한 국민 참여 및 소통을 이끌어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물론 부적절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유의미한 청원도 다수 올라오고 있고 부적절한 청원은 시민들이 '부적절하다'고 잘 거르고 계신다"며 "자정작용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가 아직까지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실명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유해성이 있거나 분쟁을 조장할 수 있는 청원은 관리자 측에서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자보 제휴사 = 뉴스부문 최고히트싸이트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17/11/21 [01:2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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