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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mm펜으로 '정치의 현대사' 서촌 조명했다"
[사람] '좋아서'개인전 연 김미경 작가 "소박한 그림노동자로 살고 싶다"
 
김철관

저렴한 비용으로 작품 팔아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림노동자가 되고 싶다.”
 
서울 서촌의 희로애락을 오직 펜만을 고집하며 그린 옥상화가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부터(오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창성동 실험집에서 열리고 있는 서촌 옥상화가 김미경(58) 작가의 세 번째 전시 <좋아서>전은 서촌의 자연과 문화와 정치 등을 담은 작품 70여점을 전시했다.

 

▲ 김미경 작가     ©김철관


 
특히 대통령 탄핵 재판이 열린 헌법재판소 앞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 경찰과 주변 나무에 핀 꽃망울이 봄을 알리고(헌법재판소, 봄의 교향곡), 경찰차 앞에서 탄핵 춤을 추는 모습(탄핵춤) 등 정치의 현대사를 서촌을 통해 표현했다.
 
아울러 20156월 첫 전시 <서촌 오후 4>전의 대표작품인 서촌옥상도 2’, ‘오늘도 걷는다등 여섯 작품이 1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참여연대 카페 통인에서 선보이고 있다. 김 작가는 지난 20156<서촌 오후 4>(50)과 같은 해 11<서촌 꽃밭>(100)을 열었다.
 
이번 전시주제 좋아서는 서촌이 그냥 좋아서 그린 그림이라서 붙였다. 서촌에서 그린 인왕산의 접시꽃, 인왕산 진달래, 노란 리본의 산수유, 옥인동 47번지, 효자동-그리움, 탄핵춤, 춤추는 서촌, 옥상 그림자놀이, 헌법재판소-봄의 교향곡, 옥인동-가을 끝 무렵 등 정교하게 펜으로 그린 그림들이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김 작가는 계속 서촌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또다시 서촌을 그렸다. 첫 번째 전시와 두 번째 전시 이후 2, 다시 또 다른 서촌의 모습을 좋아서에 담았다.
 

▲ 전시장 내 뜰에서 기자(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와 대화를 하고 있는 옥상화가 김미경 작가이다.     © 김철관


오프닝날인 지난 10일 오후 3, 갤러리 창성동 실험집에서 김미경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먼저 이번 전시의 의미와 옥상화가라는 의미가 궁금했다.
 
전시 주제 그대로 서촌이 좋아서전시를 했다. 첫 전시는 20156서촌 오후 4라는 주제로 서촌 풍경을 그렸다. 이어 201511월에 서촌 꽃밭을 주제로 두 번째 전시를 했다. 2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14년 초부터 전업으로 그림을 그렸다. 서촌 옥상에 올라가 그림을 그리다 보니 서촌 옥상화가로 불렀다.”
 
그는 이번 전시 그림도 서촌 옥상에서 0.1mm 펜으로 그려 선보였다고 했다. 서촌은 그가 대학을 다닐 때도 살았던 동네이고 인왕산의 자연과 서촌의 문화, 정치 등이 존재하고 있어 약 10년 간 계획을 잡아 그림을 그릴 생각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된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주변의 모습도 담았다.
 
첫 번째 전시는 옥상도를 중심으로, 두 번째 전시는 꽃을 중심으로, 이번에는 서촌이 무작정 좋고 더욱 사랑이 깊어져 그렸다. 이 와중에 대통령 탄핵의 중심에서 집회를 했던 곳도 이곳이었다. 서촌에 살았기 때문에 탄핵의 과정도 지켜볼 수 있었고, 참여할 수 있었고, 춤도 출 수 있었다. 서촌의 옥상도와 서촌의 풍경과 탄핵과정에 있어 정치의 모습 등을 포함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좋아서를 그리게 됐다.”
 
김 작가는 미술을 정통으로 전공한 화가는 아니었다. 대학에서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신문사에 입사한 것이 그림과 인연을 맺게 했다. 바로 박재동 화백과의 인연이었다.
 
“1988515한겨레신문사 창간 때부터 근무를 했다. 당시 미술 선생을 하다 한겨레신문사에 온 박재동 화백이 옆자리에 근무했다. 바로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90년도 신문사 내 그림반이 만들어졌다. 그 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시작했다. 박재동 화백과 함께 얼굴그리기, 야외 스케치도 했다. 어김없이 매년 한겨레 창간기념일 날(515) 전시회를 했다. 박재동 화백이 한겨레신문사를 떠난 후, 제가 그림반 회장이 되기도 했다. 지금부터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한겨레 그림의 활동이 나이가 들면서 그림을 그리는 시초가 됐다. 대학에서 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국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당시를 생각하면서 조금씩 그림을 그렸다.”
 
김 작가의 남편도도 뒤늦게 그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뉴욕으로 가 문화원에서 활동했다. 거기에서 그림도 많이 보고 화가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 전시작품     © 김철관



대학 때 인왕산 자락, 이곳 한 아파트에 살았다. 2012년 미국에서 이곳으로 왔는데 풍경이 너무 좋아 홀딱 반했다. 서촌이 좋은 것은 인왕산, 기와집, 적상가옥, 현대 빌라 등 모든 역사가 다 있다. 미국에서 그림도 많이 보고 화가들과 어울리면서 그림도 그렸는데, 이런 미국의 환경에 있다가 한국으로 와 다른 풍경을 보니 너무 좋았다. 한국적 서촌의 매력을 보니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2012년부터 참여연대 그림교실에 나갔다. 미국에서 와 아름다운재단에 근무했다. 너무 그리고 싶어 아름다운재단을 그만 두고 2014년부터는 전업으로 그림만 그리고 있다.”
 
그는 지난 두 번의 개인전에서 작품 150(150, 2100)을 다 팔았다. 완판작가인 셈이었다. 이와 관련한 얘기를 들어 봤다.
 
오랫동안 소비자로서 화가를 봤다. 그런데 화가들이 너무 이상하고 웃겼다. 미국 뉴욕 문화원에 근무할 때였다. 화가들이 모든 준비를 열심히 해놓고 리셉션에만 나타났다가 오지도 않는다. 그림 값은 보통사람이 살 수 없는 높은 가격을 책정해 놓는다. 그래 놓고 그림 안 팔린다고 난리였다. 내가 화가라면 정말 살 수 있는 가격으로 팔아, 먹고 사는 정도가 도리라고 생각했다. 현재 나는 스스로 그림노동자라고 말한다. 2년 동안 그리면서 이것을 팔아 먹고살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적정가격으로 팔고 조금 가난하게 살고, 직장 다닐 때 보다는 정기수입이 줄어드니, 굉장히 심플하게 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열심히 그리는 그림노동자로서 살고 싶다.”
 

▲ 전시작품     © 김철관


그에게 실례인줄 알면서 그림 가격을 물어봤다. 그런데 놀랄 정도로 당당하게 말을 했다.
 
그림 값은 1호당 10만원이다. 이것을 기본으로 하고 작품성이 높은 것은 조금 더 책정한다. 액자 값도 산정한다. 4호는 50만원, 10호는 110만원이다. 장기적으로 화가가 살 수 있는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이용해 열심히 그림의 스토리를 홍보도 하고 있다. 제 그림을 산 20~30%가 페이스북 친구들이다. 이렇게 하나의 새로운 화가의 길을 걷고 싶다.”
 
김 작가는 다시 박재동 화백과 관련한 스토리를 이어갔다.
 
당시 박재동 화백이랑 그림 공부를 할 때 내가 화가로 태어나면 너무 좋았을 텐데, 박재동 선배처럼 그림을 잘 그리면 얼마나 좋을까했더니, 박재동 화백 왈 지금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 1억년 후에는 화가로 태어날거야라고 했다. 최근 박재동 화백을 만나 내가 ‘1억년을 앞당겼다고 농담을 해 웃기도 했다. 어제 박재동 화백이 전시장에 왔다.”
 

▲ 전시작품     © 김철관


그는 화가가 생활이 조금 가난해지는 것도 받아드려야 한다고 했다. 그림 값이 너무 오른 것도 바라지 않고, 대형스폰서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팬들이 많아져 그 사람들이 사 줌으로써 소박하게 살 수 있었으면 제일 좋겠다고 전했다.
 
앞으로 10년 정도 그림을 그릴 것이다. 이런 삶을 선택하면서 지방에 있는 집도 정리했다. 현재는 집도 없다. 집을 사 대출금을 갚고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전월세로 살면서 이런 상황에서 10년 정도 살면서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 첫 번째 전시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지금은 그림이 많이 달라졌다. 그 때는 너무 급급하게 그렸는데, 지금은 긴 호흡을 가지고 그리니까 그림이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
 
김 작가는 앞으로 서촌 사람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아직은 건물을 그리고 꽃을 그리고 나무를 그리고 별로 안 움직인 것을 그렸는데, 움직이는 서촌의 사람을 그리고 싶다. 장기적으로 서촌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시장, 가게 등 움직이는 사람들을 그려보고 싶다.”
 
이번 전시작품 중 큰 작품을 그리다 팔이 아파 왼손으로 그린 적도 있었다. 이제부터 큰 작품도 그리고 싶다는 말도 건넸다.
 
특히 이번 전시 그림은 옥상이나 길에서 70%을 그렸고, 집에서 마무리 작업을 했다고 강조했다.
 
거의 그림을 집에서 그리지 않고 옥상과 길에서 주로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공방이 따로 존재한 것이 아니다. 70%는 옥상이나 길에서 그리고 나머지 30%는 마무리 작업으로 집에서 그린다. 대부분 옥상에서나 길에서 구름과 산, , 나무, , 비 등을 보면서 느끼고 그린 작품들이다. 사진을 촬영해 보면서 그린 그림은 다양한 사물들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그림은 답답해 그리지 않는다. 사진 자체가 왜곡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이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
 

▲ 전시장 입구 유리창 뒤에서 웃고 김미경 작가이다.     © 김철관


다음은 김미경 작가의 작업노트이다.
 
서촌에서
 
또다시 너를 그렸다. <서촌 오후 4>, <서촌 꽃밭> 이후 2, ‘왜 또 너야?’ 묻고 또 물었다. 그냥 좋아서밖에 달리할 말이 없다.
 
이렇게 오랫동안 깊은 짝사랑에 빠져본 건 처음이다. 몇 년 째 하루의 대부분을, 너와만 보낸다. 옥상에서, 골목길에서, 인왕산에서, 너만 바라본다. 하지만 아직도 너를 잘 모르겠다. 겨울처럼 과거가 비추어져서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네가 미래로 보이기도 한다. 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너라는 모습을 한 꿈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너를 짝사랑하며 낑낑댔던 그 시간들을 여기에 풀어 놓는다. 밀당을 모르는, 내 유치한 짝사랑의 흔적들이다.”
 
김미경 작가는 1960년 대구에서 출생해 서강대 국문학과와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입사해 <한겨레>에서 20여 년간 기자로 일했다. 2005년부터 미국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일했고, 2012년 한국으로 와 아름다운재단사무총장으로 재직했다. 2014년부터 전업 작가로 서촌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서로 2010년 미국에서 쓴 <블루클린 오후 2>2015년 한국에 쓴 <서촌 오후 4> 등이 있다.
  


기사입력: 2017/10/15 [10:0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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