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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 대한민국, 여자축구는 사라지나?
[김병윤의 축구병법] 희망이 사라지는 여자축구, 연쇄 팀해체 막아야
 
김병윤   기사입력  2017/08/22 [18:44]

여자축구 역사와 성과

 

한국축구에 여자축구의 역사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여자축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화집(1909.5~2006.7)이 서울 중앙여고 교사로 재직시, 중앙여중 축구팀을 창단하여 한국축구에 여자축구가 최초로 선을 보였다. 이후 19496월 전국여자체육대회에 참가한 서울의 명성여중, 무학여중, 중앙여중(서울여중 포함 4개팀) 3개팀이 첫 여자축구 경기를 펼쳤다. 이후 한국 전쟁 발발과 함께 사라졌던 여자축구가 다시 선을 보인 것은 그로부터 24년이 흐른 1973년이었다.

 

19736월 남자 고등학교축구 결승 오픈전으로 서울운동장에서 서울팀 대 전주팀 경기를 가져(전주팀 3-0 )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한국축구의 여자축구 역사를 논하는 데는 1985년이 상징적으로 대두된다. 1985년 한국 여자축구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김화집의 요청으로 대한축구협회는, 협회 직할팀으로 여자축구대표팀(신문공고:여자대표팀 20명 선발)을 발족시켜 본격적인 여자축구 시대를 예고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직할의 여자축구대표팀은 협회의 소극적인 태도로 결국 16개월 만에 해체됐다.

 

1990년대 세계여자축구의 활성화로 한국축구도 이에 여자축구 필요성이 대두됐고, 급기야 1990년 중국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 여자축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그해 창단된 이화여자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및 인천전문대 선수 주축으로 대한축구협회는, 1, 2차 공개 테스트를 거쳐 25명의 선수를 선발하고 초대 감독에 박경화를 선임, 여자축구대표팀을 출범시켰다. 이만큼 한국 여자축구는 굴곡진 역사속에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도미노 팀해체 여자축구 위기

 

이와 같은 역사속에서 여자축구는 2009년 베오그라드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우승,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U-17 여자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우승, 2010년 독일 U-20 여자 FIFA월드컵 3, 2015년 캐나다 여자 FIFA월드컵 16강 등, 국제대회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성과를 가져오며 세계 여자축구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현재 여자축구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먼 암울한 상황에 처해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선수의 저변확대와 팀 활성화에 의한 자생력 향상이라는 난제가 자리잡고 있다.

 

사실 여자축구에 2009년 베오그라드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우승,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U-17 여자 FIFA월드컵 우승, 2010년 독일 U-20 여자 FIFA월드컵 3, 2015년 캐나다 여자 FIFA월드컵 16강 등 국제대회에서의 뛰어난 성적은 선수의 저변확대와 팀 활성화 및 명분에 의한 자생력 향상을 꾀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렇지만 여자축구는 그 절호의 기회를 당장의 국제대회 성적에 안주하고 만족하는데 그치므로써, 더 이상의 저변확대와 팀 활성화 및 명분에 의한 자생력 향상 속에 발전을 성취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축구팀은 초등학교부터 프로팀까지 70여개 팀이며 등록 선수는 약 1,900여명이다. 이 같은 팀과 선수의 분포도로 여자축구가 세계대회에 출전하여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은 실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같은 국제대회에서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까지에는 지도자와 선수는 물론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여자축구연맹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여자축구연맹은 여자축구 창단 지원금과 대회 참가 지원금 그리고 2009년 여자 축구의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출범한 프로축구 WK리그(WK League)운영 등등, 일련의 정책과 행정추진 및 지원금 뒷받침은 여자축구를 춤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여자축구는 세계대회의 뛰어난 성적에 안주하고 만족하며 더 이상의 선수 저변확대와 팀 활성화및 자생력 향상에 무관심할 때,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여자축구연맹 역시 발전을 위한 정책 및 행정 추진에 소홀하여 여자축구 선수 저변확대는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은 채 약 10여년 동안 정체 상태에 빠져있고, 팀은 자생력 향상에 실패 지난해 5개 팀이 해체되며 팀 활성화에 역행의 길을 걷고 있다. 또한 금년 8월에는 대학 한양여대와 프로 이천대교가 팀 해체를 발표하여 그야말로 여자축구는 발전은 고사하고 출범 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와 여자축구연맹의 역할

 

이 같은 여자축구의 현실과 상황에 이제는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여자축구연맹은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선수 저변확대와 팀 활성화 및 자생령 향상에 공격적인 정책 및 행정 추진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초대학프로팀의 불균형적인 항아리식 팀 수를 피라미드식 팀 수의 구조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결국 이는 상급의 각 팀에게 연계성에 의한 안정적인 선수 확보라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메리트로 작용하여 궁극적으로 여자축구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여자축구의 팀 활성화 및 자생력 향상을 위한 조건에 앞서 우선 선결 조건은 누가 뭐라 해도 선수의 저변확대다.

 

이는 유교사상이 뿌리잡고 있는 한국적인 사고방식에서는 여자 선수의 저변확대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로 대두된다. 그렇다고 위기에 처한 여자축구에 대하여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여자축구연맹이 이를 '수수방관'한다면 이는 직무유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방법의 전환과 정책 및 행정의 변화 모색이 절실하다. 즉 남자축구와 같은 프로팀 산하 유스(Youth)육성 시스템(U-10, U-12, U-15, U-18세 이하) 확립과 지원을 모색해 볼 필요성이 있다. 여기에 단서조항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기존의 일반팀 선수 스카우트 배제를 원칙으로 하며 오직 프로팀 자체 육성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한 팀 활성화에 부합할 수 있다.

 

아울러 엘리트 위주 선수 육성이 아닌 생활체육으로서 축구에 대한 접근성 확보로 여자축구에 대한 인식 고취 및 고정관념 탈피다. 여기에는 학교와 일반의 클럽팀 형식 육성이 한 방법일 수 있으며 이는 어디까지나 축구에 대한 흥미와 재미 그리고 건강이 주 모티브로 굳이 한정되어 있는 여자축구 지도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벗어나, 전국 생활축구지도자와 각 지역 여성생활축구 소속 선수출신까지도 아우르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현재 한국 여자축구연맹이 주최하고 있는 각종 대회 또한 특정지역에서의 대회 개최를 벗어나 각 지역 분산 개최와 미등록 클럽(학교 및 일반클럽)팀 대회참가를 유도하여,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켜 저변확대와 팀 활성화 및 자생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개선과 보완의 행정을 펼쳐야 한다.

 

여자축구 부활의 절박함

 

물론 여자축구도 남자축구의 초, , , 대학과 같이 발전을 위한 리그전 실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적은 팀 수의 지역적 분포도에 의한 장거리 이동 위험성 및 경비 그리고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 등등이 자리 잡고 있어 이를 실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한 때 일천한 역사 속에서도 세계대회에 출전하여 뛰어난 성적을 거뒀던 여자축구는 솔직히 그 여건과 환경만 조성되면 세계축구에서 경쟁력이 남자축구보다 훨씬 높게 점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여자축구에 현재 여자축구 지도자들의 열정만으로, 선수 저변확대와 팀 활성화 및 자생력 향상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한편으로 이는 가혹한 임무부여이기도 하다.

 

더불어 세계대회에 출전하여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것만이, 여자축구의 저변 확대화, 팀 활성화 및 자생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여자축구연맹의 적극적인 정책 및 행정 추진은 물론 비전 제시와 함께,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속에 인식고취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갖가지 방안이 모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자축구의 많은 팀들이 해체를 선언하는 상황은 분명 여자축구에게는 위기가 아닐 수 없으며, 이는 곧 선수저변 확대와 팀 활성화 및 자생력 향상을 위한 절박한 지표이기도 하다.

 

"여자 선수들에게 현재 상황이라면 꿈과 희망이란 걷치레에 불과하다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여자 선수들에게 지소연(26.첼시 LFC)은 선수로서 성취의 목표 대상 선수가 아니라 단지 환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선수에 불과하다" "여자 선수들에게 은퇴 후 미래는 불확실하다" 이 같은 여자축구 지도자의 말은, 작금의 한국 여자축구에게 당장 무엇을 어떻게라는 현안 사항의 이행으로 받아들여지며, 만약 이의 이행과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한국 여자축구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시들고 마는 장미꽃과 같은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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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22 [18: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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