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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의 먹거리 공약 살펴보니
[정문순 칼럼] 후보들의 식생활 공약은 더부살이 중, 중요성 인식 못해
 
정문순   기사입력  2017/05/07 [12:53]

대선 후보들의 식생활 공약 점수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약은 복지여성이다. 삶의 중심이 먹고사는 것에서 잘 먹고사는 것으로 이동하는 사회에서 복지와 소수자 인권이 선거의 중심 의제를 장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삶의 질을 논할 때 식생활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요 후보들 중 식생활 정책을 독립된 항목으로 다룬 이는 거의 없다. 후보들 대부분의 식생활 공약은 안전, ··어업, 교육, 환경 등의 항목에 산재해 있다. 다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정책 시리즈에서 식생활 안전을 독립 항목으로 다루었다
 
문재인 후보; 농업 보호 의지를 보여 주오


문 후보는 <내 삶을 바꾸는 정권 교체> 시리즈에서 식품안전 정책과 농어민 정책을 차례로 다루었다. 식품안전 분야에서 문 후보는 공공급식 확대, 학교·어린이집의 GMO 식재료 제외 등 안전한 먹거리의 국가 관리 강화를 약속했다. GMO 완전표시제를 발의했던 김현권 의원은 현재 문재인 캠프의 농축산업 특보를 맡고 있다. 식품 안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문 후보의 식생활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
 
문 후보는 농수산업 정책에서도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 등 농수산업에 대한 국가의 뒷받침을 약속하고 있다. 직불제 중심 농정 전환, 쌀 목표가격의 물가상승률 반영도 약속했다. 그러나 문 후보의 공약에는 농업을 위협하는 근본 원인인 시장 개방을 막거나 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문 후보는 10대 핵심 분야의 하나로 신농업6차산업화를 설정하여 농업을 식량안보나 국민건강보다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반려동물 보호가 농업 정책?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먹거리 기본권식량 주권관점에서 식량자급률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친환경 농업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전자변형 농산물과 수입 위해식품 관리 강화도 다짐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공약은 농어업정책에 반려동물 보호가 들어갈 정도로 엉성한 측면마저 있다. 학교급식 지원에서 쌀과 더불어 우유 소비 확대를 공약한 것도 특이하다. 무엇보다 안 후보 공약의 가장 큰 난점은 농업을 먹거리 기본권과 식량주권으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4차산업 개혁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농업이 국민 기본권과 주권에 직결되는 산업이라면 예외 없이 지원해야 하고 쌀 시장 개방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농업이 개혁 대상이 될 경우 선별과 배제는 불가피하다. 안 후보의 공약에서는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언급도 없다. 이 점에서 안 후보의 먹거리 정책은 문 후보 못지않게 일관적이지 못하다.
 
전체적으로 안 후보의 식생활 공약은 원론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방안이 빈약하여 말의 성찬에 그친 측면이 있다. 가령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 간 신뢰를 기반으로 대안 유통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대안이 무엇인지는 언급이 없다. 도농 직거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이 이미 대안으로 운용되고 있음을 외면하는 안 후보 공약에서 국민 식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읽을 수 없다. 그마저도 일관된 흐름이 부족하여 농업을 국민 생존과 연관 지으면서도 동시에 시장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유승민 후보: 빈약한 공약, 자기 색깔 없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7대 공약 중 하나로 삼은 국민 안전 분야에서 수입식품 안전검사 강화를 공약했다. 농업 공약에서는 쌀 생산 조정, 월급형 소득제 확대를 약속했으며, 농업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영란법 개정, 농업정책자금 금리인하를 공약했다. 홍 후보의 식생활 관련 공약은 사실상 이것이 전부로서 빈약함을 면하기 힘들다. 더욱이 쌀 생산 조정은 심상정 후보를 뺀 모든 주요 후보들이 찬성하며, 수입식품 안전검사 강화, 농업자금 금리 인하 공약 등도 다른 후보들과 차별성이 없는데다 굳이 대선 공약이 아니더라도 관련 부처에서 의지만 있으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도리어 홍 후보는 쌀 직불금에 정부 재정이 남발되고 있다고 진단함으로써 농가 소득 안정을 바라는 농민 목소리와 거꾸로 가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농업인단체 토론회에서 농식품안전방역청 신설과, 농산물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국가가 관리하는 시스템의 도입을 약속함으로써 식품 안전의 공공적 책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식품 안전의 국가 관리 일원화는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도 모두 공약한 것들이다. 대통령 직속 농식품 관련 특별위원회 설치, 쌀 생산조정제 도입, 김영란법 개정, 청년농업인 직불제 등 유 후보의 다른 농업 공약들도 경쟁 후보들이 내놓은 것들과 대부분 겹친다.
 
유승민 후보의 식생활 공약은 자기 색깔이 없기도 하지만 정책 방향이 우려스러운 것도 있다. 쌀을 제외한 작물 경작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쌀 농사 포기 농가가 나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쌀을 주식으로서 국민 건강의 보루이자 식량안보의 상징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태도이다
 
심상정 후보: 가장 돋보이지만 공약의 컨트롤타워 없어

 

▲ 정의당 심상정 후보 각종 공약들     © 정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7대 국민 불안 해소 공약에 건강을 포함시켰다. 심 후보가 두드러진 점은 영양, 식수, 대기 등에서 건강 문제의 불평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히 공약 방향도 국민 전체의 건강 개선 못지않게 건강 격차 해소에 중점을 두었다.
 
농어민 공약에서는 지속가능한 생태농업으로 (국민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농어업 발전과 국민 건강이 선순환을 이룬다는 심 후보의 생각은,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재협상, 로컬푸드 활성화, 동물복지농장 확대, GMO 표시 의무화, 방사능 오염 먹거리 규제, 학교 식품비 절반 국고 지원(현재는 지자체와 광역 교육청 몫), 고교 무상급식 등 문제의 핵심에 닿는 식생활 정책들을 대거 제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FTA 농업 재협상을 공약한 이는 심 후보가 유일하다.
 
그러나 심 후보의 식생활 공약들은 단일 공약의 지위를 얻지 못하고 농어업, 교육, 안전 등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다. 심 후보는 식품안전 관리체계를 농림부로 일원화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정작 자신의 농어업 공약에는 식품 안전 공약의 일부만 포함시킴으로써 농어업에 식품안전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하지 못한 셈이 되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식생활 정책에서 공공성을 가장 강조하는 이는 심상정 후보이며, 식품 안전에는 국가적 책임을 강조하지만 식품 안전의 근간이 되는 1차산업 정책을 시장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재인·안철수·유승민 후보이다. 홍준표 후보의 경우 식생활 정책의 공공성이 가장 약하다. 또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GMO 대책이 전혀 없다
 
식생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대선 후보들


지구환경 변화, 글로벌 기업·대기업이 틀어쥔 식품산업, 방사능·GMO 위험 등으로 우리 먹거리는 갈수록 위기를 맞고 있다. 건강하게 먹을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삶에서 으뜸으로 중요하다. 안철수 후보의 공약대로 우유 소비를 확대하여 동물성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는 것은 건강한 식생활로 가는 방향이 아닐 수도 있다.
 
정치와 경제가 아무리 중요해도 국민의 식생활 안전을 능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들의 식생활 공약이 정치개혁이나 일자리 창출 공약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거나 푸대접 받기까지 하는 모습에서 식생활 현실과 대선 후보들과의 거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나더러 주요 대선 후보들의 식생활 공약 점수를 상대평가해 보라고 한다면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음과 같이 매길 것이다. 심상정: A, 문재인: B, 안철수: C, 유승민: D, 홍준표: F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시민기자단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손본 것입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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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07 [12: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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