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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스틱스’, 신자유주의 제국의 엔진으로 기능
[갈무리의 눈] 데보라 코헨의 『로지스틱스』, 도시와 자본의 질주 폭로
 
오정학

"도시의 자본인가 자본의 도시인가"

 

도시와 자본의 질주


도시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신이 만든 자연과 달리 인간의 도시는 통치 및 생산체계에 따라 진화해 왔다. 근대에 이르러 전원도시(garden city)로 자연을 모방하던 인간은 이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로 시공간의 압축을 꾀한다. 지나친 확산으로 효율성이 떨어져가는 도시의 기능저하를 막아 도시문제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지만, 도시공간이 복합 개발되면 유통과 소비가 촉진되므로 결국 자본의 흐름에 이바지한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 약자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은 이미 지구적이다. 낙후공간의 스폰서입네 하면서 예술을 한낱 액세서리로 전락시킨 자본은 흡사 불가사리처럼 모든 것을 자신의 도구로 복속시켰다. 자본이 주조해 나가는 도시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도시공간을 무대로 한 자본의 폭주를 ‘로지스틱스’라는 프레임으로 조명했다. ‘로지스틱스’는 단순한 보안화 또는 유통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구화를 일으키고 관할권을 다시 구성하는 시간·공간·영토의 변형에 있어 하나의 동력(26쪽)”이다. 로지스틱스의 공간은 “인프라, 정보, 재화, 사람들로 구성되어 흐름에 몰두하는(24쪽)” 공급사슬이자 네트워크 공간이다. 역사적으로  ‘보급’이 전쟁의 성패를 좌우했듯이 ‘로지스틱스’는 신자유주의 제국의 엔진으로 기능한다.

 

공급사슬보안의 보안 


로지스틱스가 요구하는 국제적인 이동과 흐름은 다양하게 서로 연결되어 네트워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공간적으로 2차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자유무역지대 확장과 허브공항 건설 붐에서 보듯이 개별국가의 영토적 블록을 뛰어 넘는, 항로와 관문의 관국가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 것이 그 증좌이다. 코웬은 한발 더 나아가 “이는 국가적 공간에서 초국가적 영역으로 통치규모가 변하는 데 분명히 일조한다(100쪽)”고 해석하여 통치체계도 변화시킨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동과 흐름의 시간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로지스틱스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보안’ 확보가 핵심 과제이다. 코웬은 이를 ‘공급사슬보안’이라 명명했다. 세계은행(IBRD)에 따르면 이는 “공급사슬에 대한 위협과 그로 인한 시민과 조직된 사회의 경제적·사회적·물리적 안녕에 대한 위험을 다루기 위해 적용되는 프로그램, 시스템, 절차, 기술, 그리고 해결책을 포괄하는 개념( 122쪽)”으로 정의된다. 


“공급사슬보안의 핵심은 상품 흐름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교통 및 통신 인프라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것이다(123)” 이에 방해가 되는 것은 최고의 경계대상이 되어 배제된다. 그 대표사례로 코웬은 아덴 만의 해적을 들었다. 그들은 아덴 만을 지나가는 선박에게 최고의 경계대상이다. 해적으로부터 선박을 보호해 주는 민간 경호기업이 생겼을 정도이다. 그러나 코웬은 그러한 매스미디어적 관점에 매몰되지 않는다. 해적들 또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선진국 어선의 수산자원 불법남획과 산업폐기물 무단폐기로부터 소말리아 앞바다를 지키고자 자원한 해안경비대적 성격을 무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배경요인을 간과하고 결과만 보는 것은, ‘단순한 무지가 아닌 제국주의적 행동’이라고 코웬은 경고한다.

 

로지스틱스 도시의 노동권


코웬은 대표적인 로지스틱스 도시로 ‘두바이’를 꼽았다. 분명히 그곳은 지난 세기말부터 전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지이다. 그러한 관심은 막대한 석유자산이 바닥나기 전에 지속가능한 경제체계를 구축하려는 두바이의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다른 산유국보다 훨씬 작은 매장량에서 오는 다급함이 변화를 모색케 한 셈이다. 그 결과 두바이는 기존의 라시드 무역항에 이어 세계 최대의 두바이 허브공항을 만들어 냈고, 이를 활용하여 단기간에 중계무역지로 발전하면서 세계금융과 부동산개발의 중심지로 우뚝 섰다.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스펙터클한 랜드마크가 즐비한 두바이의 모습은 분명히 경이적이다. 그것도 불과 반세기만에 말이다. 그러나 코웬은 되묻는다. “도시가 효율적인 화물 흐름의 이미지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시적인 것이 효율적인 경제 교환을 위해 설계되고 통치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민권과 도시의 문제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249쪽)”

 

두바이의 화려함 이면에는 외국인노동자의 헐벗은 삶이 있다. 거리의 외국인은 여행객이 아니면 노동자들이다. 서울에서 지하철 파업이 생기면 즉각 군인 대체인력이 투입되어 안전과 무관하게 운행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로지스틱스에 전념하는 도시에서 흐름의 중단은 시스템 취약성이 되며, 흐름을 방해하는 힘은 보안 위협으로 관리된다(257쪽).” 따라서 아랍에미리트에서 파업과 노동은 불법이자 추방의 대상이다. 두바이는 국제적 비판으로 2004년에야 노조결성의 자유가 생겼다. 하지만 단순노동자의 임금은 대개 월 500달러 이내로서 높은 현지물가와 열악한 근무여건을 고려하면 숙소인 노동마을(labour village)을 벗어난 외출은 힘들어 보인다. “두바이 모델의 핵심은 무역 흐름을 위해 노동자 권리가 부정되는 것이다.(261쪽)”는 코웬의 진단은, 근래 관광 및 도시 벤치마킹의 대상지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두바이 현상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이 도시는 과연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로지스틱스 도시의 미래


코웬은 로지스틱스가 갖는 병참적 속성과 보안성을 짚어내고 장애물이 되는 대상을 어떻게 배제시키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로지스틱스가 가장 충실히 구현된 두바이 사례를 들어 인권과 노동권에 미치는 영향을 냉정히 짚었다. 그렇지만, 로지스틱스에 복무하는 억압의 인프라들을 창조적으로 재사용하여 전환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공급사슬은 광대한 거리를 가로지르며 사람들을 연결하고 공통재(commons)를 위한 네트워크된 ‘지반’을 제공한다(337쪽)”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요소들을 자본의 의도와 다르게 전유될 수 있는 로지스틱스 공간의 잠재력으로 제시하였다.

 
로지스틱스를 퀴어하거나 창조적으로 재전유하자는 코웬의 대안은 상당히 원론적이다. 특히 노동문제에 국한해서 본다면, 공간을 초월하여 전지구적으로 이루어지는 로지스틱스의 폭력성을 공간에 얽매인 개인이 극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두바이 사례는 불확실한 체류조건의 다국적 공간이 갖는 한계가 노동자의 연대를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럼에도 군사 및 기업 로지스틱스의 위력은 이 땅에서도 이미 충분히 나타나고 있기에 코웬의 지적은 놓치기 힘든 지적이자 경고로 여겨진다.

 

* 글쓴이는 경기도시공사 소속입니다.


기사입력: 2017/03/14 [11:5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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