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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김영란 이겼다고? 본질 흐려선 안돼"
[사람] 법무법인 '형산' 대표 변호사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
 
김철관
▲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     © 인기협



변호사인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본질이 흐려진 청탁금지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직시절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입법화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이 뇌물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청탁금지법 무용론까지 불거지 것에 대해 제대로 시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최순실이 김영란을 이겼다’, ‘수십억 수백억의 거액의 뇌물이 오갔는데, 3만원 5만원 10만원(3-5-10)과 같은 사소한 비리를 잡는 법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데 자괴감이 든다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두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은 존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5123년 임기를 마친 그는 현재 법률사무소 형산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만나 청탁금지법, 박근혜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구속, 변호사 활동, 일상 등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먼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일부 언론보도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에 관한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가 블랙홀처럼 우리 사회의 많은 이슈들을 삼켜버린 것은 사실이다. 청탁금지법도 좀 더 관심을 받을 수 있었지만, 최순실 사태에 묻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큰 뇌물은 기존의 형법 등으로 다스리면 되는 것이다. 형법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경우, 예컨대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형법상 뇌물죄가 인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청탁금지법을 활용하면 된다. 큰 규모의 비리를 내세워 이 법의 실효성을 논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에 취임해 상당 기간 박근혜 정부에 몸담아 일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측으로부터 탄핵심판 대리 변호사 등의 제의를 받지 않았나 라는 질문을 던져 봤다. 하지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한 제의가 있었는지에 관해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다. 조속히 마무리되기만을 기원하고 있다.”
 
특히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및 수석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의 요직을 거친 법률가이기에 그에게 탄핵심판 종착점을 여쭈었다.
 
법률가이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해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 특히 관련된 사건의 기록을 보기 전에는 언제 처리가 될지, 그 결론이 어떠할지를 전혀 알 수 없다. 사법정의는 신속성과 공정성을 함께 요구하므로 헌재 재판관들의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지금까지 헌재심판의 진행경과를 고려해 조심스럽게 전망한다면 3월 전반부까지는 탄핵심판의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검 수사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재청구 구속 등 법원 결정에 대한 찬반 여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사건기록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의 기각이 옳다, 그르다를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다. 구속영장 담당판사의 결정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이번 영장기각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구속제도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했다. , 인신구속의 문제는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구속 여부를 경찰, 검찰이나 법원의 재량에 맡기면 안 된다. 누구라도 예측가능한 제도가 설계되고 운영돼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 1차 영장청구 기각과 2차 영장 청구 구속 등과 관련한 말을 이어 갔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 11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구속영장이 이른 오후시각에 청구됐고 다음날 새벽 5시가 될 때까지 발부될지, 기각될지 아무도 모르는 채 기다리다가 담당법관의 결정에 의해 기각으로 결말을 맺게 됐다. 217일 오전 2차 재청구 때는 구속으로 결말이 났다. 이런 전례는 얼마든지 많이 있었다. 구속제도 개선의 내용을 아주 거칠게 이야기하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피의자가 있으면 일단 수사기관이 그를 체포해 24시간 내지 48시간 안에 법관 앞에 데리고 와 보석 여부의 심사를 받게 해야 한다. 살인 등 위험성이 있는 범죄가 아닌 한 일정한 보석보증금(보험증권 포함)을 내면 석방하고 불구속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재판결과 유죄가 인정되고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면 실형을 선고해 형 집행을 위해 구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국민들이나 상당수의 법조인들조차 수사의 수단인 구속을 형벌로 착각해 저런 나쁜 사람을 구속하지 않다니하는 식의 생각과 말을 하곤 한다이번 특검에서도 관련자들 중 누구는 구속했는데 누구는 왜 구속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그 기준을 명확히 알 수 없는데,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으로 다시 화제를 바꿔, 국민권익위원장 재직시 청탁금지법 입법에 힘을 쏟아 법통과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928일 이후 법 시행 5개월이 됐다. 지금의 감회를 물어봤다.
 
많은 논란 끝에 법이 시행됐다. 청탁금지법은 안타깝게도 국회에서 법률개정이 검토되는 등 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제가 그 법의 적용대상자들인 공직자, 교수, 기자, 의사 등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은 청렴문화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 법이 실효성을 잃었다고 성급하게 단정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게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최근 권익위 조사의하면 법률이 통과될 당시 이 법의 시행에 찬성하는 국민이 58%였으나 작년 12월 조사에서는 85%로 늘어났고, 82.5%는 이 법이 부조리 관행이나 부패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것을 보면 희망적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농수축산업, 화훼업, 식당 등 경제적인 타격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는데 이 점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청탁금지법은 그 적용대상자인 공직자, 기자, 교수 등에 대한 부정한 청탁과 향응 제공을 통제하는 것이어서 친구, 친척, 지인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선물을 주고받거나 식사 대접을 할 수 있다. 과연 이 법의 시행으로 값비싼 선물세트가 팔리지 않고, 식당 매출이 감소하였다면 그 동안 우리 사회에 부패친화적인 선물과 음식물 제공이 만연돼 있었다는 반증으로서 이 법을 보다 강력히 시행해야 할 근거가 되는 것이지 이를 이유로 법을 개정해 부패친화적인 행태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명절을 맞아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 사이에서 정성어린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우리의 미풍양속이라 할 수 있으나 이를 기회로 공직자 등에게 훗날의 반대급부를 기대하면서 값비싼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선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부패친화적인 관행이라 할 것이다.”
 
이어 이 전 위원장은 소비와 경제를 위축시키는 주범이 청탁금지법인 양 보도하는 일부언론의 태도도 문제라고 생각되고, 어떤 선진국도 부패를 밑천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는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경제 위축의 주된 책임을 청탁금지법에 뒤집어 씌워 이 법을 느슨하게 개정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경제관련 정책을 수립해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탁금지법시행령에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으로 적시했다. 이 금액의 적정성을 여쭈었다.
 
현재 시행령에 정해진 3-5-10의 기준은 제가 재직 중에 마음에 두고 있던 기준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행의 기준이 옳은지 아닌지를 제가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전임 위원장으로서 조심스럽다. 경조사비 10만원은 오히려 더 낮추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경조사비를 주고받지 않는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이 허용하는 기준을 낮춤으로써 그런 문화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 한 종편 진행자 분이 청탁금지법이 2-3년 내에 폐지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이런 견해에 대해 그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역사상 어느 법률보다 가장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언론에서도 큰 논란을 벌인 끝에 통과된 법률인 만큼 이 법이 쉽게 폐지될 리는 없다. 앞서 많은 국민들이 이 법의 시행에 찬성하면서 박수를 보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일부 법시행상 애매한 점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빠른 시일 내에 이 법을 강력히 시행함으로써 반부패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개정 내지 폐지하는 쪽으로 느슨한 운용을 해선 안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청탁금지법상 과태료 부과를 법원이 하도록 돼 있어 전국법원에 전담재판부를 지정하는 등 대비를 하고 있다. 정작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연말까지 4건 정도밖에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법 시행을 앞두고 파파라치 학원이 성행하는 등 무분별한 신고가 이어지거나 선별적 법집행에 의해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서면에 의한 정식신고만을 조사한다는 등 엄격한 입장을 표명해 수사권 행사를 자제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런 것은 법적용을 극히 소극적으로 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법의 실효성 있는 조기정착을 위해 좀 더 수사기관에서 의지를 가지고 사건처리에 임할 필요가 있다.”
 
화제를 바꿔 변호사 개업을 한 지 10개월 정도 됐는데, 소감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끝으로 법관생활을 마감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임기를 마쳤다. 퇴직한 후 작년 4월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활동하고 있다. 어려움도 없지 않지만 공무원 생활 때와는 다른 자유로움과 일의 보람을 느낀다. 각종의 법률적 어려움을 겪게 된 분들을 도와 일을 한다는 자체가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현재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의 보람을 물었다.
 
어렸을 적부터의 유일한 꿈은 법관이었다. 같은 법조인이라도 검사나 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30년 가까운 법관생활을 한 다음 뒤늦게 행정부의 장관급 공무원이 됐고, 또 지금처럼 변호사가 되고 보니 내가 역할을 할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법관뿐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어 변호사로서 자신의 삶의 철학을 전해줬다.
 
좋은 부모님을 만나 큰 역경을 겪지 않고 순탄하게 공부하고 시험도 일찍 합격해 법관의 길을 무난하게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그래서 늘 감사하게 여기고 있고, 여기에 제 좌우명이라 할 수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단어를 더하면 부족하나마 저의 삶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취미 중 영화감상과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이와 관련한 견해를 물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꽤 여러 편이 있었다. 하지만 그 중 유태인수용소 생활을 그린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와 배심원 재판을 다룬 오래된 영화인 ‘12명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작품을 좋아한다. 최근 전에 읽은 적이 있는 부패전쟁이라는 책과 나는 문학으로 출가했다라는 책을 읽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상황 속에서도 의연한 삶의 자세를 유지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 저자를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하게 만드는 책이다. 차원은 사뭇 다르지만 앞서 말씀드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도 유사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라 좋아한다.
 
현재 법무법인 형산대표변호사인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 법대 재학시절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1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및 수석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장,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장관급) 등을 역임했다.

▲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     © 인기협


 


기사입력: 2017/02/17 [09:4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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