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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여건 어려운 자연농법 인삼 인생, 판로는 어떻게
[사람] 충남 예산 박은서 삶애농장 대표
 
김철관   기사입력  2016/12/04 [18:48]

 

▲박은서 대표     © 김철관

대부분의 인삼은 삼의 모양과 색 그리고 무게와 양, 그런 수치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인삼을 재배할 때 땅의 상태에 따라 어떻게 호흡하느냐가 중요하다. 땅의 상태에 따라 볕의 조건에 따라 같이 숨 쉬게 하는 것이 자연농법이다.” 인삼 자연농법 삶애농장박은서 대표가 강조한 말이다.
 
현재 정보기술의 발달로 첨단산업과 결합한 대량생산 농업은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고 생태학적 삶을 파괴하며 오직 효율 위주의 농업을 강제해 왔다. 하지만 우리 농업을 살리고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고자하는 움직임도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도시농업, 농부교실, 귀농학교, 농사대학 등이 확산되고 있고, 소농에 관심을 갖고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특히 소농들은 농업이 가진 공익성과 생태적 환경을 복원하고자 하는 철학을 굳게 믿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농법으로 꽉 찬 9년근 인삼 재배를 고집하면서 충남 예산군 오가면 역탑리 87-8번지에서 삶애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박은서(52) 대표는 2001년 귀농해 인삼 소농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그가 일하고 있는 충남 예산의 삶애농장을 찾았다. 특히 박 대표는 인삼농장으로 데려가 농기구를 이용해 직접 재배한 인삼을 캤고, 4미터 정도를 파헤치자 9년근 인삼 7~8개 뿌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평균 1미터에 두 뿌리 정도이니, 수확량에 비해 수익이 걱정되기도 했다.
 
이후 농장과 지근거리에 있는 집으로 와 그가 거처한 방에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먼저 자연농 9년근 인삼이 일반 6년근 인삼과의 다른 점이 궁금했다.
 
일반농법 6년근 인삼과 다르게 호르몬제, 살균제, 살충제, 영향제 등을 일체하지 않고, 서로 생태계와 경쟁하면서 9년을 버틴 인삼을 말한다. 사포닌 등 인삼의 본성 자체는 생존하기 위한 하나의 생체리듬(환경)과도 같다. 모양이 그래서 인삼이 아니라 치유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아파서 인삼을 먹으면 좋아지더라고 하는 치유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자연농법 인삼을 캐고 있는 박은서 대표와  옆은 강성미 한국유기자연문화원 원장이다.     © 김철관

박 대표는 인삼의 본성을 최대한 유지시켜 줘야 한다식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준을 존중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삼이 건강에 좋다고만 했지, 본성을 최대한 유지시켜주기 위한 접근으로 인삼을 재배한 것이 아니었다. 생산량을 많이 만들기 위해 살균제, 살충제 등을 뿌려 잘 자라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왔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주변 풀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랐을 때 인삼의 본성이 나온다. 농약이나 살충제, 제초제를 뿌리면 인삼은 본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우스 배추와 자연농 배추가 현격히 차이가 나듯, 과일도 과거에는 적은 것을 먹었는데 이제는 크고 많이 먹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근본적으로 농업 자체가 하나의 식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준을 두고 재배에 들어가야 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많은 것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농업이 발달해 왔다. 이제 다시한번 더 생각해 보며 갈 필요가 있다.”
 
그는 1차 생산물(인삼)을 조리의 영역까지 너무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1차 생산물(인삼)에 맛이라는 개념도 있는데, 1차 생산물과 요리라는 상관관계로 따지면, 요리는 그 본성이 가지고 있는 것을 사람이 먹을 수 있게 조리하는 것을 말한다. 조리의 영역까지 1차 산업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일반농법 6년근에 비해 자연농법 9년근의 효능과 검증을 어떻게 했을까가 궁금했다.
 
“6년근과 9년근을 가지고 사포닌 각각의 성분검사를 통해 통계를 냈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났다. 상주에 있는 인삼 관련 자문위원이라는 사람이 우연히 와 검사를 하자고 해 나온 결과이다. 체계적으로 통계를 낼 필요가 있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럴 여력이 없다.”
 

▲박은서 대표     © 김철관

소농 자연농법으로 재배하니 인삼 가격이 비싸고 대량생산을 하지 못한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그에게 소비자들에게 전달 경로를 여쭈었다.
 
먹어 보는 분들이 주로 찾는다. 아는 사람들이 구전으로 전해 판매한 경우도 있다. 이번에도 주문을 해온 분이 약효와 약성이 좋다고 했다. 토요일을 이용해 남양주 리버 마킷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박 대표는 인삼은 몸의 반응을 보고 적당히 먹어야 한다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인삼을 많이 먹어야 좋은 것이 아니다. (인삼)은 많이 먹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판단해 한번 먹어보고 그 느낌으로 양을 조절하면 된다. 좋다고 많이 먹으면 절대 안 된다. 자기 몸의 반응을 보고 적당한 양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 좋다. 인삼은 높은 것은 낮춰주고 낮춘 것은 높여주는 항상성 기능이 탁월하다. 이것이 하나의 중요한 인삼의 효과인데 우리나라 인삼이 항상성 기능이 높다고 잘 알려져 있다. 외국 인삼과 비교해 보면 치유의 가치 개념으로서는 우리나라 인삼이 최고로 평가 받는다.”
 
인삼을 재배하는 삶애농장은 과거 예산에서 잘나간 사과밭이었다. 하지만 사과 밭을 자연농 인삼 밭으로 바꿨다.
 
당시 도시에서 건축 관련 일을 하던 내가 귀농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2001년도로 35살이었다. 그 때도 우루과이라운드 등으로 농업환경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인삼이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였다. 귀농 시점이 젊을 때라 투자의 개념도 있고 해 사과밭을 밀고 인삼을 심어봤다. 그런데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수출은 거의 안 되고, 내수 위주였다. 대부분 인삼 농가에서는 양을 많이 생산하려고 농약을 많이 쳤다. 인터넷 등에서 인삼 정보를 검색해 보니 농약을 뿌리는 것 등에 대해 회의가 느껴졌다. 그래서 자연농법으로 인삼을 재배하니 천연기념물 반딧불이와 방아깨비, 남색초원하늘소 등 곤충들이 이곳 농장에 나타났다. 생태적으로 곤충들도 함께 움직이니, 특히 벌과 나비 등도 찾아 왔다. 꽃이 필 때면 그대로 식물을 놔두었다. 자연스레 생태적으로 마음이 끌리게 됐다.”
 

▲ 농장에서 캔 자연농법 인삼     © 김철관

박은서 대표는 지금까지 농업은 죽은 농업이었음을 깨달았다살리는 농업으로 가야 진정한 농색혁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생태계와 같이 가는 농업이 경작권이다. 농업인들이 경작권을 잃어버렸다. 현 화학농업에 유혹돼 경작권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것이 싫어 자연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농업이 도시민들과 신뢰구축을 하려면 농약을 최소한으로 적게 치거나 무농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이 도시민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면 우리나라는 땅이 작으니, 무농약이든 될 수 있으면 농약을 적게 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주식은 무농약이 아니라도 농약을 적게 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래서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농약을 많이 치더라도 수확량이 많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나의 운 때라고 말하고 싶다. 간척지 같은 곳은 자연재해를 당하면 거의 소출이 없다. 농약을 쳤더라도 자연재해 한번 오면 거의 소출이 없어진다.”
 

▲박은서 삶애농장 대표와 강성미 한국유기자연문화원 원장이다.     © 김철관

박 대표는 농업인들이 자연인이라는 순환 고리에 대한 가치 개념이 중요하다이런 개념을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이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자연과 생태계는 후손들에게 물러줘야 하는 하나의 가치이다. 이렇게 본다면 될 수 있으면 농사짓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하게 놔둬야 한다. 쫓기면 안 된다. 새벽같이 일어나 제초제를 하는 것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하는 일이다. 새로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이런 강박 관념에서 떠나가게 하려면 기본소득이 있어야 한다. 풀 때문에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는 농업인은 거의 없다. 풀이 씨를 받으면 풀(잡초)이 많이 나온다. 매년 제초제를 쳐도 풀은 그 만큼 많이 나온다. 그러면서 벌, 나비 등 곤충들도 점점 사라진다. 최소한 농사를 짓는 농토와 그 주변만큼은 제초제 등을 하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농업인들이 자연인이라는 순환 고리에 대한 가치 개념을 알게 하려면 생각할 시간을 줘야하고, 느긋하게 만들러 줘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대부분의 농촌은 식물이 가지고 있는 기본 조성비가 깨져 버렸다. 사람도 주사를 맞으면 뽀해지고 예뻐지고 통통해지고 그렇다. 얼마정도 시간이지나면 모습이 이상해진다. 사람이 나이 들면 아픈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치유가 돼 아프지 않다.”
 
그는 이곳에서 자연농법으로 7년근 도라지도 재배하고 있었다.
 
인삼을 키우면서 자투리땅에 도라지를 심었다. 일반도라지와 다르게 자연적으로 컸으니 좋지 않겠는가. 일반 도라지는 토양에 살균제, 살충제를 하지만 자연농법 도라지는 그냥 자라게 놔두고 있다. 최소한 10년을 내다보는 가치기준을 갖고 인삼이나 도라지를 길러왔다.”
 
박 대표는 귀농 후, 빚이 많이 져 농토를 빼앗긴 일화도 들려줬다.
 
인삼은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간다. 6년 인삼농사를 짓다보면 캐서 다시 투자할 시간까지 투자할 돈이 나오지 않는다. 2001년 귀농을 해 6개월을 배웠다. 그해 묘삼이 실패를 해 실패한 인삼을 캐 그대로 2002년에 심었다. 그리고 매년 심어야 하는데 6년 동안 소득이 거의 없었다. 정말 여건이 어려웠다. 땅을 임대해 6년이 돼 채굴을 했는데 수익이 거의 없었다. 임대비를 내고 그러면서 6년근을 채굴해 투자도 해야 하고 생활도 해야 하는데, 당시 재배한 6년근 인삼이 가치가 떨어졌다. 인삼 양은 많은데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내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인삼 농가는 늘어나고, 당시 밭작물이 수익이 나지 않아 인삼농업으로 달려든 농가가 많았다. 하지만 농가 중 태반이 인삼으로 실패했다. 시작하려면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하다가 어려우면 헐값에 넘겨야했다.
 
인삼공사 등에서 영농자금을 융자받아 인삼을 캘 무렵에 빚을 다시 돌려줘야 하는데, 그것을 돌려주고 나면 생활비가 없어 생활하기가 어려웠다. 내 같은 경우는 농약을 하지 않으니 뿌리가 작다. 수매업체에서 등급을 등외로 줬다. 양도 적은데 등급까지 최하위를 주니까 힘들었다. 그렇게 해 매년 빚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이자를 낼 여력이 없었다. 5억 이상의 빚을 값을 수 없었다. 그래서 농어촌개발공사에서 회생자금을 받았는데 정리를 못해 그곳으로 땅이 넘어 갔다.”
 
그럼 박은서 삶애농장 대표의 자연농법 인삼이 화학(관행) 농법 인삼에 비해 어떻게 다를까.
 
자연농법 인삼은 오로지 흙과 바람, 잡초와 곤충, 내리는 비 그리고 긴 시간이라는 자연 생태적 조건을 따른다. 이에 비해 일반 관행(화학) 농법 인삼은 인삼 뿌리가 굵어지는 약(구근 비대제), 잡초제거(제초제), 균 박멸(항생제), 곤충 균 제거(농약) 등을 살포한다는 점이 다르다.

▲필자(김철간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와 박은서 삶애농장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철관

마지막으로 그가 지은 자연 전상서라는 글을 소개한다.
 
냇물에 비친 밤하늘의 별빛을 보고
은하수라도 잡을 수 있었던 마음이었습니다.
9월 여름 밤 반딧불이 쥐불처럼 선회할 때
집으로 가는 길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웠던 시간은 그렇게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저는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추억의 시간은 바로 당신의 품속이었다는 것을...
힘들게 해서 죄송합니다.
용서하신다면 당신의 품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습니다.
사랑해서 죄송합니다.
 
-삶애농장 박은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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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04 [18: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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